’코리안특급’ 박찬호(28)가 텍사스 레인저스에 새 둥지를 틀고 제2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시작한다. 애나하임 에인절스, 시애틀 매리너스, 오클랜드 A’s등과 함께 아메리칸리그 서부조에 속해있는 레인저스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과거 구단주였다는 사실과 스포츠역사상 최초의 2억달러 사나이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몸담고 있다는 점 외에는 한인 팬들에게 별로 잘 알려지지 않은 팀. 하지만 박찬호의 가세로 레인저스는 박찬호 팬들에게 입양 ‘홈팀’이 됐다. 박찬호를 응원하는 팬들은 이제 레인저스의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것은 당연하다. LA 다저스와는 여러면에서 전혀 다른 텍사스 시대를 연 박찬호. 코리안특급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레인저스란 팀의 면면과 박찬호 도우미, 라이벌등을 특집 시리즈로 안내한다.
◎전력
한인 팬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과연 박찬호가 다저스에서 이루지 못한 포스트시즌 및 월드시리즈의 꿈을 레인저스에서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 박찬호 역시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가고 싶은 팀으로 월드시리즈에 나갈 수 있는 팀을 꼽았었다. FA마켓이 얼어붙어 레인저스가 유일하게 오퍼를 해옴에 따라 선택의 여지가 사라졌지만 그래도 월드시리즈의 꿈은 선수라면 당연히 품어야 할 최우선 목표다.
월드시리즈란 팀 전력뿐만 아니라 많은 것이 맞아떨어져야 진출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팀 전력이다. 레인저스는 지난해 73승89패로 조 선두 매리너스(116승46패)에 무려 43게임차로 뒤져 꼴찌를 했다. 디비전 2위 오클랜드 A’s(102승60패)와 비교해도 무려 29게임차로 처졌다. 바로 이 사실만 놓고 볼 때 레인저스가 이번 오프시즌 아무리 혁신적으로 팀 전력을 강화했다고 해도 올해 당장 플레이오프를 꿈꾸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넘어야 할 경쟁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절망부터 할 필요는 없다. 우선 한해만에 꼴찌에서 1등으로 탈바꿈한 사례가 최근에도 심심찮게 나온 것은 가능성을 말해준다. 또 같은 꼴찌라도 레인저스가 다른 꼴찌 팀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몬트리올 엑스포스나 탬파베이 데블레이스, 캔사스시티 로열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최근 만년 꼴찌팀들은 공통적으로 재정조건이 좋지 않아 선수들에 대한 투자를 못함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꼴찌를 벗어나기 어렵게 짜여져 있다. 야구가 아무리 이름이나 몸값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미니멈 연봉선수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팀으로 평균연봉 500만달러급 팀을 상대할 수 없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반면 레인저스는 사정이 다르다. 2억달러의 사나이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박찬호의 존재가 말해주듯 구단주의 재정능력이나 투자의욕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탑 클래스에 속한다. 팀 전력도 성적만큼 약골은 아니다. 극도로 취약한 피칭에 발목을 잡혔지만 타격만큼은 파워와 응집력에서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화려하다. 2명의 수퍼 로드리게스(알렉스, 이반)와 라파엘 팔메로, 칼 에버렛, 게이브 캐플러, 러스티 그리어로 짜여진 타선은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 그동안 더 이상 쓸 돈이 없다면 엄살을 떨던 레인저스가 과감히 박찬호를 붙잡은 것이 바로 이 같은 든든한 배경이 있기 때문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피칭이 조금만 받쳐준다면 얼마나 급상승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팀이 레인저스다.
◎팀 엔트리 윤곽
지난해 팀 최다승투수 릭 헬링이 방출된 지금 박찬호는 부동의 넘버 1 에이스다. 문제는 그 다음. 박찬호의 가세에도 불구하고 선발 로테이션은 매리너스나 A’s는 물론 에인절스와 겨뤄봐도 중량감이나 깊이에서 밀린다. FA로 합류한 데이브 버바(10승)와 베테런 케니 로저스(5승)가 제2, 3선발로 나설 것이 유력하고 덕 데이비스(11승)와 랍 벨(5승)이 4, 5선발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이나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레인저스가 매리너스와 A’s에 맞서 제대로 경쟁하려면 최소 1명이상의 퀼리티 제2선발급 투수를 보강해야 한다. 이와 관련 한가지 관심을 끄는 시나리오는 2일 커미셔너국에 포스팅된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우스의 좌완투수 카주히사 이시이(28). 스왈로우스에서 지난해 12승6패, 방어율 3.39를 기록한 이시이는 통산 이닝당 1개이상의 삼진(1,184이닝-1,277삼진)을 잡아낸 일본의 엘리트 투수로 LA 다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 뉴욕 메츠등의 구미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레인저스 역시 쓸만한 선발요원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이시이 쟁탈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레인저스가 이시이를 잡는다면 박찬호-이시이의 극동 1-2펀치로 월드시리즈 도전에 나서는 셈이 돼 더욱 흥미로울 것임은 물론이다.
취약한 선발진에 비해 불펜은 상당히 탄탄한 편. 제프 짐머만(28세이브, 방어율 2.40)이 클로저이고 FA 제이 파월과 터드 밴 파플이 셋업맨으로 가세했다. 인디언스에서 트레이드해온 악동 잔 락커가 클로저로 기용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최소한 2∼3이닝은 어느 정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진용을 갖췄다.
한편 이미 더 이상 보강이 필요없을만큼 막강한 위용을 자랑하던 타선은 악명 높지만 실력만큼은 초일류인 칼 에버렛의 가세로 더욱 화려해졌다. 알렉스 로드리게스-팔메로-이반 로드리게스-에버렛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상대투수가 누구라도 초토화시킬 능력을 보유했다. 박찬호는 최소한 다저스시절 수많은 승리를 날렸던 물방망이 타선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제는 4∼5점 내주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은 박찬호로서 완벽한 피칭에 대한 부담을 덜게 돼 성적에 상당한 보너스 효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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