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치 않았던 경제 환경속에서도 한인 커뮤니티는 비교적 순조롭게 한 해를 마무리했다. 10년만의 불경기가 공식 선언됐으나 여전히 타운은 활기찼고, 대형 상가들도 잇달아 들어섰다. 그런반면 한쪽에서는 그늘도 깊었다. 현장을 지켰던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2001년 커뮤니티 경제현장을 되돌아 본다.
참석자
안상호 부장, 박흥률 부장대우, 김정섭 차장, 문태기 차장, 이해광 차장대우, 고상호 기자, 김수현 기자
-한 해 동안 수고 하셨습니다. 취재현장에서 느꼈던 일들, 그 때는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던 일들을 한 번 들어봤으면 합니다.
-주식 투자한 한인들에게는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해였던 것 같아요. 투자 잘못해서 사업체 날리고, 가정 깨지고-. 옆에서 보기에 안타까운 한인들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주식관련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만 바빴죠.
-파산법 전문 변호사들도 바빴어요. 경기가 나빠지면서 파산신청을 하는 한인들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파산을 까다롭게 하는 법안이 통과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파산신청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죠.
-헐리트론의 챕터11 신청은 충격이었죠. 20여년간 커뮤니티에서 영업해 온 건실한 업체였기에 충격은 더 컸습니다. 힘에 부치는 주류사회 진출이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헐리트론을 돕는 운동을 하자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해온 업체인데, 빨리 재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헐리트론에서는 업계의 악성루머가 참기 힘들다고 합니다. 또 다른 가전업체도 신설매장 오픈이 늦어지자 ‘파산신청 임박’이라는 루머가 떠돌아 진화에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챕터11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운타운은 키머니 법이 핫 이슈였습니다. 법이 제정되었으니까 지키고 시행하는 것은 한인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실상 키 머니를 요구한 것은 한인 건물주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정말 이 법이 효력을 발휘할 지는 내년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산 자동차는 판매기록을 계속 경신하는 등 올해 최고의 해를 보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몇 년 전만 해도 전무하던 딜러십 신청이 밀려들자 높아진 위상제고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마켓팅은 겸손해야 하고, 품질은 더 우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지요.
-타운 아파트 렌트는 올 들어서도 10%이상 올라 입주자들에게 큰 부담이었습니다. 일부 독자들은 아파트 렌트 상승 기사는 쓰지 말아 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는데 아파트 주인들이 렌트를 올리면서 기사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입주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 해서 올려도 적당히 올려야 할 것 입니다.
-미 대형병원에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한인 간호사를 모집한다는 기사가 나갔을 때 반향이 예상보다 훨씬 커 놀랐습니다. 북가주는 물론 타주에서도 이메일이나 전화문의가 잇따랐지만 정작 병원측에서 요구하는 영어구사 능력 등 자격조건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습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속에서도 부동산 만은 호경기를 누렸습니다. 감원이 지속되면 주택 차압이 늘어나고 부동산 시장에는 찬 바람이 불게 마련이지만 올 주택가격이 최소 10% 이상 올랐습니다. 일각에서는‘부동산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낮은 이자율과 주택가 급등으로 인한 주택 소유주들의 심리적 풍족감등이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유지해주는 원동력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테러직후 한동안 부동산 시장은 급랭했습니다. 본보 부동산 섹션의 핫리스팅난만 해도 갑자기 매물소개 요청이 너무 많아 일부 에이전트로부터는 “왜 안내주느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이 기회에 ‘그 때는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밀려 그렇게 됐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용바란다는 말씀도 전하고 싶군요
-11월 초에는 30년 고정 모기지가 6.5% 밑으로 뚝 떨어졌으나 이자율이 더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면서 락인을 미루던 주택구입자나 재융자 신청자들은 불과 4주만에 7.15%로 올라가는 바람에 신청비만 날리고 재융자를 포기하기는 사태도 속출했습니다.
-떡의 상온보관과 판매를 합법화한 이른바 ‘떡법(AB 187)’은 다운타운의 키 머니 법과 함께 한인 커뮤니티에 큰 의미가 있는 법이었습니다. 한인 커뮤니티의 주도로 우리가 필요한 법을 제정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배경에는 한인 커뮤니티의 경제력 뿐 아니라 정치력등 종합적인 파워와 높아진 위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LA카운티의 식품위생 책임자는 이 법이 통과되기 전만 해도 떡의 상온보관 안전성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다가 주지사가 타운을 방문해 법안에 서명하는 자리에 참석해 업주들에게 축하인사까지 하는 등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한인들은 영세상인들인 떡집 주인들이 순수한 열정으로 추진한 이 법안에 반대투서를 보내는 등 방해공작을 펴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요식업계에 관계돼 있는 이들은 법안통과를 위해 힘 써주겠다며 돈을 요구했으나 업주들이 이에 응하지 않고 스스로 일을 처리하자 방해를 했다는 후문입니다. 기회만 있으면 사리에 눈이 어두워 커뮤니티에 흙을 끼얹는 이같은 일은 정말 사라져야 겠습니다.
-E-2 비자를 얻기 위해 올초만 해도 한국에서 물밀듯 몰려들던 사람들의 열기가 테러와 불경기 여파로 한 풀 꺽인 것 같습니다. 사실상 E-2 비자를 얻기 위해 경험과 사전 조사도 없이 비즈니스를 매입하는 바람에 많은 스몰 비즈니스들이 말도 안되는 비싼 가격에 팔려나갔고 매상도 안맞는 상황에서 브로커 말만 듣고 매입한 사람들이 숫하게 망해나간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일부 비양심적인 브로커들은 미국 물정에 어두운 이들에게 엉터리 매물을 비싸게 팔아 넘기는가 하면 경험도 없이 미국 살 욕심에 덜컥 비즈니스를 샀던 사람들은 고스란히 손해를 봤습니다. 비즈니스는 돈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특히 스몰 비즈니스는 전신으로 주인이 달려들지 않으면 안됩니다.
-다운타운 경기는 이제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소매의 경우 도매업자들의 소매겸업과 백화점의 저가공세로 이제 이곳에 들어가면 돈을 번다는 말은 옛말이돼 버렸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실정에 어두워 비싼 임대료와 키 머니까지 주고 들어가는 한인 업주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입니다.
-올해 한인 은행가의 화두는 합병이었습니다. 한미·중앙의 합병시도가 무산된 뒤 한미·나라간 합병건이 터져 나와 타운 은행가를 긴장시켰습니다. 두 은행의 합병추진건은 초기단계에서 들키는 바람에 오히려 합병을 바라지 않는 직원들은 ‘좋은 일’로 치더군요. 이 사실이 보도된 뒤 은행측에서야 당연히 오리발을 내밀었지만 합병 추진 세력간에는 이미 상당히 깊은 이야기까지 합의됐다는 것 정도만 말하고, 다음을 위해 이야기를 아끼지요.
-퍼시픽 유니온뱅크가 현금거래 규정위반등으로 곤욕을 치렀지만 한 오피서는 한국의 부모님이 집 살 때 다운페이 하라고 보낸 3만달러를 1만5,000달러는 그의 구좌로 받고 나머지는 주위동료 구좌로 보내게 했다는 이유로 인해 4명이 한꺼번에 해고를 당해 은행 안팎에서도 동정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아무 생각없이 동료에게 구좌번호를 알려준 이들은 무슨 큰 죄를 지었느냐는 말도 있습니다.
-올해 11차례나 단행된 금리인하로 한인은행들은 우대금리 인하를 어떻게 해서든지 늦추면서 수익을 최대로 올리려는 눈치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일부 은행은 어차피 ‘찍혔는데’ 더 이상 손해볼 것이 없다며 끝까지 금리를 내리지 않는 배짱작전을 구사, 겁먹고 우대금리를 내린 은행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지만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은행 풍토가 아쉽습니다.
-올해는 한인 마켓들의 양적 팽창이 그 어느 해보다 두드러졌습니다. 코리아타운 갤러리아, 아로마 윌셔 등 원스탑 샤핑의 대형 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덩달아 마켓들은 LA와 가든그로브를 중심으로 피튀기는 가격 경쟁을 시작해 ‘소비자만 노났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마켓이나 도매업자들은 하나같이 가격구조가 무너졌다며 개탄하지만 소비자들이 점점 더 싼 가격에 익숙해지고 마켓들은 가격 낮추기에 목숨을 거는 한 이 현상은 쉽게 고쳐질 것 같지 않네요. 그러나 소비자들도 무조건 싼 것만 찾다보면 식품의 질은 포기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 같아요.
-한인 마켓 최초로 아씨 마켓에서 노조 결성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마켓 업주들은 지금같은 과열경쟁 상황에서 노조가 결성되면 힘들 것이라며 우려했고, 다른 오너들은 파장이 미칠까봐 염려했습니다. 양자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취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양자간의 시각차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쪽에서는 ‘히스패닉 종업원들이 노조 운운한다’고 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종업원 중에 히스패닉이 많아서 그렇지 한인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서로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한다고 봐야겠지요.
-노조 건으로 골치가 아팠던 한 마켓 주인은 진척 상황을 묻자 대뜸 “노조 기사는 쓰지 말라”고 하더군요. 기사 가치에 따라 판단할 일이라고 하자 “당신은 어느 편이냐”며 “쓴다면 가만 있지 않겠다”는 옹색한 말들이 이어졌습니다. 무조건 덮으려고만 하는 이런 닫힌 마음으로는 노조건이 내년에 본격화되면 일이 더 꼬일 수 있다는 걱정입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