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립킨 주니어에게 늘 붙어다니는 애칭 철인(Iron Man), 그것은 아무리 써도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 그의 스태미너와 정신력에 대한 경의에서 비롯됐다. 그가 세워놓은 불멸의 연속게임 출장기록이 아니라도 81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유니폼을 입고 마흔한살이 된 올해까지 만 20년동안 메이저리그를 누빈 것만 해도 철인 칭호는 결코 과분한 게 아니었다.
그러나 영원무궁할 것 같은 철인도 세월앞에는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버티다 버티다 힘이 쇠했음을 느낀 그는 올 시즌을 끝으로 빅리그를 떠나야 했다. 60년8월생인 그는 올해 올스타전 고별무대에서 박찬호로부터 결승홈런을 뽑아내 MVP 트로피를 또하나의 ‘가보’로 추가했고 처음 시작할 때 입은 것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끝내면서 벗은 유니폼도 오리올스와 등번호 8번이 새겨진 그것이었다.
립킨 주니어보다 석달 먼저 태어났지만 ML 데뷔는 한해 늦었던 ‘영원한 3할타자’ 토니 그윈 역시 세월의 무게를 절감하고 20년 정든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유니폼을 벗었다. 올해 비록 타석에 서는 일보다 덕아웃에 앉아 까마득한 후배들을 독려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어도 오리올스 팬들이 립킨 주니어에게 그랬던 것처럼 파드레스 팬들도 떠나는 그윈을 아낌없는 박수갈채로 환송했다.
NHL 수퍼스타 레이 보크의 은퇴 또한 장관이었다. 79년 보스턴 브루인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오로지 한우물을 파며 온갖 상은 거의다 타본 보크가 가져보지 못한 단 한가지는 챔피언 링. 보스턴 골수팬들의 양해아래 마흔이 넘은 지난해 콜로라도 애벌랜치로 딱 한번 ‘전학’간 그는 올해 여름 기어이 22년동안 별러온 스탠리컵에 키스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챔피언에 오르던 그날 주저없이 은퇴를 선언했다. 정작 자기땅에서는 하지 못하고 딴곳에 가서야 차지한 우승컵을 들고 돌아온 보크를 축하해주기 위해 보스턴 시민 4만여명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이들에 비하면 ‘빅맥’ 마크 맥과이어의 은퇴는 초라했다. 나이(38)로 봐 한창때를 지난 건 분명자지만 여전히 더 칠 수 있고 조금만 더 치면 600홈런 클럽에 올라설 수 있는 빅맥(583개)에게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방망이를 접게 만든 건 한사코 놔주지 않는 부상악령이었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에 시달리다 지난해 가을 대수술의 결단을 내린 그는 올해 간신히 몸을 추스려 홈런사냥에 나섰지만 걸핏하면 아픔이 재발하는 바람에 162게임중 97게임에 나와 29개의 홈런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그보다 더 머쓱한 건 2할에도 미치지 못한 타율(1할8푼7리)이었고 그보다 더 가슴아픈 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몇방을 기대하던 팬들에게 단 한방도 보여주지 못한 채 11타석에서 고작 1안타, 타율 9푼1리의 빈타에 머문 것이었다.
립킨 주니어나 그윈은 벤치에 있다가도 마지막 타석에서는 승패와 관계없이 불려나와 팬서비스 배팅을 선보일 기회를 가졌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빅맥은 결과적으로 커리어 마지막 타석이 된 NLDS 5차전 마지막 타석으로 걸어나가려는 순간 대타로 교체되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그러나 빅맥은 돈값을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다며 3,000만달러(향후 2년치)를 미련없이 포기했고 자신이 구멍낸 자리에 거포 제이슨 지암비(현 뉴욕 양키스)를 들어앉히기 위해 자발적으로 스카웃 전선에 뛰어드는 등 돈을 떠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줘 찬사를 받고 있다.
이들과 달리 이치로 스즈키(시애틀 매리너스)와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은 올해 찬란한 빛을 발하며 떠오른 별이었다. ML통산 신인 최다안타(242개, 3할5푼으로 AL 타격왕)를 때려내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한꺼번에 차지한 이치로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2001년식 메이저리거의 최고 히트상품. 푸홀스는 이치로때문에 다소 가려지긴 했지만 161게임에서 112득점·194안타(37홈런)·130타점을 올리고 3할을 웃도는 고감도 타력(3할2푼9피)을 자랑해 빅맥이 맥을 못춘 올해 카디널스의 새 구세주로 자리잡았다.
한편 은퇴 또는 부상 등으로 스포츠 아레나에서 벗어났다 되돌아온 별중에는 단연 마이클 조단이 으뜸. 99년1월 은퇴 당시 컴백여부를 묻는 기자에게 "99% 안돌아온다"고 1%의 여백을 만들어뒀던 그는 기어이 NBA 코트로 돌아와 화려했던 옛날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 위저즈가 시즌 초기 바닥을 헤매는 바람에 잘못된 컴백이란 비판도 들었지만 최근 9연승을 이끌며 역시 조단이라는 평가를 되찾고 있다. 축구에서는 펠레·마라도나를 잇는 큰별자리를 향해 떠오르다 부상으로 좌초된 호나우도(브라질)이 근 2년만인 최근 그라운드에 복귀 골사냥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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