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1월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선수로 LA땅을 밟았던 박찬호 선수가 지난 8년간 입었던 다저스 유니폼을 벗어 던지고 내년 시즌부터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LA 한인사회는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낯선 곳에서 잘해낼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또 일부 한인 다저스 팬으로서 ‘다저스가 박찬호를 잡지 않은 것은 큰 실수’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찬호를 맞는 텍사스 한인들은 뜻밖에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하루종일 박찬호 선수 얘기 꽃을 피웠다. LA와 텍사스 한인사회의 표정을 살펴본다.
<보내는 LA 한인들 표정>
메이저리그 최초의 한국 출신 선수로 한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왔던 박찬호(28)가 마침내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에 합의, 다저스를 떠난다는 소식에 LA 한인들은 일제히 큰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인 팬들은 일단 박찬호가 5년간 7,000만달러 규모의 메이저리그 정상급 대우를 받고 이적하는 것에 대해 다행이라면서도 더 이상 박찬호를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글렌데일에 사는 케이트 박(33)씨는 "가족들과 함께 박찬호를 보러 다저스 구장에 가는 재미가 없어지게 됐다"며 아쉬워 했다.
특히 박찬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았던 한인 골수팬들은 박찬호가 8년간 몸담았던 다저스가 제대로 된 재계약 오퍼 한번 내지 않고 박찬호를 내보낸 데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가디나에 사는 김철민(30)씨는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 생활을 처음 시작했고 LA에 한인 팬들이 가장 많은 만큼 박찬호가 LA에 잔류하기를 바랐으나 이렇게 되니 다저스 구단에 배신감마저 든다"고 말했고 직장인 김대호(38·밸리 거주)씨는 "그동안 박찬호 등판 경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켜봤는데 이제 무슨 재미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다저스가 박찬호를 잡지 않은 것은 큰 실수"라고 분석했다.
박찬호가 빠진 다저스를 더 이상 응원하지 않겠다는 한인들도 많아 유학생 이세종(28)씨는 "더 이상 다저스 구장에 야구구경을 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찬호를 아끼는 팬들 중에는 텍사스 레인저스 이적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존 김(40·세리토스)씨는 "여름이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한인 인구도 LA처럼 많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첫 1년이 고비일 것으로 보인다"며 "비교적 주위 환경에 예민한 성격의 박찬호가 골치덩어리로 악명높은 존 락커나 칼 에버렛 같은 선수와 한 팀에 있는게 악영향을 주지나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종하 기자>
<받는 텍사스 한인사회 표정>
TV나 신문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박찬호 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 제1선발로 강속구를 뿌리게 됐다는 소식이 퍼지기 시작한 21일, 텍사스 한인사회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온통 박 선수에 관한 얘기로 꽃을 피웠다.
레인저스 구장과 인접한 달라스 지역 한인들은 벌써부터 대대적인 환영식을 준비하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들떠 있으며 박 선수로 인해 한인사회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는 것은 물론 한인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특히 박 선수의 레인저스 진출이 2세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심어주는 등 교육적 효과도 클 것으로 내다봤다.
오용운 달라스 한인회장은 "메이저리그의 대스타가 달라스 한인사회와 함께 하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어린 2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것"이라며 "앞으로 박 선수 등판에 맞춰 대대적인 응원 등 한인사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장식 체육회장도 "이번 크리스마스에 달라스 한인사회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이라며 환영을 표시하면서 "응원단 구성은 물론 한인야구협회를 조직해 야구 붐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레인저스 구장과 자동차로 4시간 정도 떨어진 휴스턴 한인사회 역시 환영을 표시하며 박 선수의 텍사스 진출이 단조로운 이민생활에 큰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김인동 휴스턴 경제인협회장은 "LA한인들은 실망이 크겠지만 우린 커다란 즐거움을 얻게 됐다"며 "박 선수가 역투해 레인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휴스턴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김영선씨는 "작년에 박 선수가 레인저스 구장에서 경기를 벌일 때 열심히 응원했는데 경기에 져 가슴아팠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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