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도 답답하여 오늘 학교엘 직접 찾아갔어요. 우리 준이는 11학년이어서 지정된 담임선생님이 없기 때문에 각 과목 선생님들을 일일이 다 찾아가 봤지요.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어쨌든 두 선생님은 우리 준이가 숙제를 안 내서 성적이 떨어졌다고 하셨어요. 시험 점수는 그런 대로 좋은가 봐요. 준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숙제를 다 냈다고 우긴답니다. 또 한 선생님은 준이가 수업시간에 반에서 잔답니다. 너무나 기가 막히고 할 말도 없더라고요. 그 이후엔 방과후의 행동을 일일이 참견하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를 너무 오래해 늦게 자나 싶어 아이가 그처럼 좋아하는 컴퓨터도 완전히 못하게 했습니다. 요즘엔 밤 10시나 11시면 자는데 도대체 왜 반에서 낮잠을 잔답니까? 한 번은 온 집안이 떠나가도록 야단을 쳤습니다. 정신을 차릴 줄 알았더니 기껏 하는 말이 ‘반드시 A를 받을 필요가 있느냐?’면서 자기는 그냥 ‘pass’ 정도면 만족하답니다. 적당히 공부하여 적당히 대학에 가면 된다기에 ‘그래 넌 대학을 갈 목적은 세웠느냐?’고 물었더니 대학은 반드시 가지만 일류 명문대를 갈 필요를 느끼지는 않는 답니다. 자기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랍니다"
-11학년 준의 어머니
"준이를 반드시 명문대를 보낼 계획입니까?"라고 필자의 물음에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 준이는 어려서 정말 신동이었지요. 모든 과목에 A를 받았고 성적엔 아무 문제가 없었지요. 학기말이면 상이라는 상은 다 독차지했었습니다. 미국에서 웬만해선 안 시키는 월반까지 시켰답니다.
사실 우리 부부는 반대했는데 준이가 너무 학교에서 할 일이 없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월반을 시켰습니다. 영재를 넘어서 신동이라 했습니다. 공부는 물론, 바이얼린, 수영 등 무엇이나 시키는 것마다 잘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준이는 성적이나 대학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걱정은 모든 것에 목적이 없어진 아이 같다는 겁니다."
그 이후 준을 여러 가지로 테스트를 해 봤고, 또 상담도 했다. 준은 영재 중에서 가장 높은 영재에 속했다. 그런데도 아무 이유 없이 마치 절여놓은 배추 같이 푹 가라앉아 있었으며 생의 목적도, 의욕도 없었다. 마약, 여자문제, 친구, 컴퓨터 등에 빠져 있지도 않았다.
털만과 오던(The Terman & Oden)의 유명한 연구를 하나 소개하겠다. 9~12학년생으로 목적의식을 잃은 영재 15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그들은 모두 대학에는 진학했다. 20%는 일류 대학에 갔고 나머지도 자기 실력에 맞는 대학에 진학하였다. 그렇게 머리 좋은 영재들이었는데 그중 겨우 2%만이 대학을 졸업했을 뿐 모두 중퇴했다. 그 후 성공적인 직장을 갖고 유지한 사람도 드물었다.
그들의 특징은 (1)목적의식이 없고, (2)자신감이 부족했고, (3)열등의식에 사로 잡혀 있었으며, (4)끝까지 밀고 나가는 인내력이 부족하였다.
반면에 이와는 다른 쇼와 맥큔(Shaw & McCuen)의 연구를 보자. 성적이 떨어지는 144명의 영재들을 대상으로 했다. 머리가 좋은 그들에게는 쉬운 공부인데도 남학생들은 거의 3학년 때부터 성적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고, 여학생들은 6~10학년부터 같은 현상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지를 않고 남학생은 3학년부터 여학생은 6학년부터 ‘intervention program’에 들어갔다. ‘intervention program’을 간단하게 소개하자.
1. 매일 혼자서 공부를 하게 한다. 처음에는 숙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하게 하고 습관화된 후엔 숙제가 있건 없건 하루에 30분~1시간은 반드시 같은 시간에 공부하도록 했다. 20% 정도의 학생은 나중에 고백하기를 처음에는 하는 척 했으나, 생활화되니 자기도 모르게 1시간 이상을 했다고 했다.
2. 매일 같은 장소에서 공부를 하게 했다. 가끔 아이들이 부엌 밥상이나 자기 방에서 TV 보면서 등 여러 형태로 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반드시 같은 장소에서 공부를 하게 한다. 어떤 학생은 그 방에, 그 책상 앞에 가면 자연히 공부가 된다고 했다.
3. 한 번에 한가지 일만 시킨다.
▲수학 공부를 시작했으면 반드시 수학 공부를 끝낸 후라야만 다른 공부나 독서를 할 수 있게 한다. 같은 공부라도 수학과 영어를 서로 섞어 번갈아 가면서 하지 못하게 한다.
▲공부 도중에 음악을 듣거나 TV를 보지 못하게 한다.
위에 소개한 준도 이 프로그램 방식으로 공부를 하도록 했다. 8개월 후의 고백이 자기는 공부 중에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으면 통화하는 그 10~15분이 문제가 아니라 통화 후엔 다시 공부로 돌아가기가 힘들어서 아예 전화를 받지 않고 공부를 했다고 했다.
4. 예습·복습을 반드시 한다.
예습을 복습보다 더 우선 순위로 잡는다. 예습을 하면 그 만큼의 아까운 정성이 이미 들어간 강의이니까 공부시간에 잠이 올 수가 없다. 복습의 장점은 아무리 선생님이 벼락시험을 쳐도 하나도 무서운 것이 없다.
5. 돌려 받는 시험이나 숙제를 반드시 다시 보게 한다. 보통 시험을 100점을 받으면 다시 보는 것이 즐거울지 몰라도 잘 못 본 시험을 다시 공부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하므로 클리닉에 오는 많은 학생들은 못 본 시험을 다시 공부하는 그 모욕보다는 미리 공부하여 100점 맞는 것이 훨씬 쉽다고 한다. 또 선생님의 빨간 연필·펜이 가득 실린 paper를 다시 보기는 죽기보다도 싫다는 것이다.
■결론: 위에 소개한 연구의 144명의 영재는 intervention program을 받은 후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서론에서 소개한 준은 "솔직히 말해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압박감은 갖고 있었지만 정말 하려고 해도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고 고백했다.
그에게는 예습은 5R 방법으로, 복습은 SQ3R의 학습방법(study skills)을 가르쳤다(이 5R과 SQ3R의 방법은 과거에 이 지면에서 다루었다. 보다 자세한 설명은 ‘공부에는 왕도가 있다’ 전정재 저 참고 바람).
5R에 의해 미리 강의 내용을 읽고 가고 또 과학적으로 정리를 해가니 준이 클래스에서 잠을 잘 리가 없었다. 5R을 하면 SQ3R은 자연히 거기에 따르게 마련이다. 즉 SQ3R은 반 이상을 했으니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았다.
준은 우리 클리닉에서 졸업할 때까지 intervention program을 거쳤다. 적당히 공부해서, 아무 대학이나 가겠다던 준은 12학년에 와서는 95점만 받아도 무엇이 틀렸는지 눈을 부릅뜨는 열심을 보였다. 그는 지금 명문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추천독서 목록과 학습방법이 자녀의 독서수준별로 되어있는 것이 있습니다.) 문의 (909)86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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