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교육계 결산
▶ 교장, 교감, 학부모회장 좌담
21세기의 첫해가 저물어간다. 지난 1년간 교육계에는 교내 총기참사 사건들로부터 연중수업제의 확대, 9·11 테러 충격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앞으로 교육계는 ‘교육대통령’ 부시행정부의 새로운 정책에 따라 수년간 추진돼 온 교육개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학교현장에서 교육정책의 변화를 직접 체험해온 교장 및 교감, 학부모들을 대표하는 통합학부모회장들과 교육계 1년을 결산해 본다.
■참석자: 수지 오 교장(3가 초등학교), 마가렛 김 교감(존 F. 케네디 고교), 박교자 회장(LA 한인학부모회), 유니스 최 회장(밸리 한인학부모회)
■사회 및 정리: 김상경 기자
△사회-지난 1년간 교육계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9·11 테러의 충격은 참으로 컸던 것 같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극복하고 있으며 또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요?
▲수지 오 교장-전통수업제 학교가 학기를 시작한지 일주일만에 벌어진 일이라 무척 놀랐습니다. 학교심리학자들과 전문가들을 소집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어떻게 카운슬링 해야하는가를 연구하는데 총력을 기울인 한 학기였던 것 같습니다. 어려운 시간을 통해서 학생들은 미국의 가치관 즉, 자유, 평등, 기회의 개념을 되짚어볼 수 있었으며 교장 및 교사들도 사명감을 재확인하게 됐습니다. 연령과 인종을 떠나 전교생, 전교직원이 애국심으로 뭉치는 기회가 됐습니다.
▲마가렛 김 교감-학생들이 동부와 거리적으로 떨어져 있어서인지 처음엔 놀라기는 했어도 직접적인 슬픔은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사흘 후 본교 학생이 드라이브 바이 슈팅으로 사망하자 충격에 머물러 있던 9·11 사건이 비로소 슬픔으로 덮쳐와 학생들 뿐 아니라 교직원들까지 수업진행을 못할 정도였습니다. 밸리 지역의 거의 모든 심리학자를 초빙해 상담으로 하루하루를 넘기는 어려운 시기였지만 이 일을 통해 역시 부모와 교사, 그리고 학생이 하나가 됐고 교사는 사명감을, 학생들은 책임감을 갖고 본분에 충실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박교자 회장-갑자기 닥친 일이고 또 학교측에서 진정시키는 역할을 훌륭히 해줘서 학부모회로서는 그리 많은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테러 성금을 기부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내년에는 자체 기금을 마련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계획입니다.
▲유니스 최 회장-박회장님 지적대로 9·11사태에 대해 학부모회로서 할 일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공식모임 때마다 추모묵념을 하는 정도였고 학부모회의 명의는 아니지만 밸리 어머니회에서 성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세미나 등 여러 행사 개최로 학부모들이 화합하는데 주력함으로써 앞으로 닥칠 어떤 위기라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사회-그 밖에 지난 1년간 교육계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습니까?
▲마가렛 김-베이비 부머 손자 세대의 인구증가로 인해 밸리지역의 많은 고교에 200∼500명정도의 학생수가 증가했습니다. 최근 두달 사이 저희 학교의 경우 주차장을 없애고 36개의 이동식 교실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교육계에서도 이 같은 사태가 언젠가는 닥쳐올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것 같습니다.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유니스 최-한인들의 대입추세가 변화한 것 같습니다. 무조건 명문대 타령이 아니라 자녀들의 실력과 관심에 맞는 학교를 선택해 소신있게 지원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매우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박교자-학생수의 증가와 학교 부족으로 LA지역내에 연중수업제로 변하는 학교들이 많아졌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급작스러운 환경의 변화 때문에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불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회-교육개혁이 강화되는 가운데 곧 새 교육개혁안이 통과될 예정입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시지요.
▲수지 오-80년대의 교육개혁은 실패했습니다. 행정가들이 결정하고 현장에서는 무조건 따라야 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었기 때문에 부작용이 많았습니다. 현행 교육개혁은 행정가들이 교사와 학생 등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정책을 결정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마가렛 김-많은 중·고교의 교사들이 자신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교육개혁에 따른 교사들의 훈련시간 증가가 때로는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도 된다고 봅니다. 교육행정가들은 일선교사들의 사기 측면을 고려하고 또 일선교사들은 변화되는 정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보다 균형잡힌 교육개혁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니스 최-최근 연중수업제로 바뀌는 학교들이 증가하는 반면 갈수록 늘어나는 각종 시험과 행사일정은 전통수업제에 맞춰진 채 조정이 되지 않아 연중수업제 학교 학생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내에 시정되기를 바랍니다.
△사회-교육현장에서, 또 학부모 입장에서 교육계에 개선 또는 시행을 바라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 기회를 통해 나누었으면 합니다.
▲박교자-LA지역엔 중·고등학교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몇몇 학교가 있긴 하지만 한인 부모들은 한인 외 특정 인종이 대다수인 학교에는 보내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교가 증설되든지 기존의 학교에 한인 교사의 수를 늘리든지 하는 등의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현재 LA에 있는 중·고등학교에 한인교사들이 많이 재직하게 되면 멀리 타지역으로 버싱까지 시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니스 최-한인 학생들이 가장 많은 LA통합교육구내에 한인 교육행정가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정책 결정자들에게 바로 전달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향력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수지 오-LA에 학교수가 부족한 것도, 한인 교육행정가가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럴수록 타 커뮤니티와의 화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들은 타 커뮤니티 학부모그룹에게 배울 점은 배우고 부족한 점은 도와주는, 전체를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내 자녀, 우리 커뮤니티 혼자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이 아니라 결국 미래에는 전문화된 개개인이 서로 협력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바람직한 2002년도 교육 방향을 위한 당부나 메시지를 전해주십시요.
▲박교자-여러 세미나를 주최하면서 보니 매그닛·영재 프로그램 등에 무조건 입학시켜야 성공적인 자녀교육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한인부모들이 많습니다. 자녀에게 알맞고 필요한 제도를 미리 연구하고 정확한 정보를 입수해 신중히 선택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신학년도엔 내 자녀의 교육에 대해 타인의 의견이나 경향에 좌충우돌할 것이 아니라 소신있게 자녀들을 양육하는 한인 학부모들이 되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마가렛 김-자녀가 중·고교생이 되면 자녀들의 눈치를 보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자녀가 18세가 되기까지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문제를 정확히 모르면 학교에 문의해야 하며 영어 때문에 갈등이 있으면 통역을 요구하기 바랍니다. 내년에는 교사, 교직원, 학부모, 학생 전체가 참여와 화합을 통해 더욱 하나가 될 것을 기대해 봅니다.
▲수지 오-한인 학부모들은 존스 합킨스 대학의 조이스 앱스틴 박사가 제시하는 6가지 학부모의 역할중 자원봉사, 자녀양육 등의 항목은 훌륭히 시행하는 편입니다만 학교 정책의 주요사안 결정에의 참여도는 매우 저조합니다. 우리 학교의 예를 들면 전체의 50%가 한인이면서 주요 정책사안을 결정하는 부모들은 95%가 다른 커뮤니티 출신입니다. 한인 학부모들이 학교의 정책 결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자녀 학교교육에 대한 정보는 반드시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전문가에게 문의하셔야 합니다. 교육은 정치·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바른 정보를 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학년도에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학부모 참여로 자녀들에게 산 교육을 하는 한인 부모님들이 돼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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