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흉화복- 점 보는 한인들
▶ 연창흠 부국장
한인들이 점을 많이 보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9.11테러 참극이 발생하고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매상이 감소하면서 앞날이 막막하고 불안하기만 한 한인들이 점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내다볼 수 없는 미래. 그 미래의 운을 알아볼 수 있을까 해서다. 연말연시면 점집을 찾는 한인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것은 이미 한인사회의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새해를 앞두고 점집을 찾는 한인들의 실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점을 보는 한인들.
한인들은 유달리 점치기를 좋아한다.
점집(역술원 또는 철학원)을 즐겨 찾는 한인들은 집안 일이나 사업을 막론하고 변화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흔히 ‘점쟁이’로 불리는 역술가나 무속인에 의지하고 있는 것.
9.11 테러 이후 점집을 찾는 한인들의 상담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테러와 전쟁의 여파로 두려움과 공포감에 따른 불안심리가 가중되는 시점에서 경제적 불황으로 심한 정신적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인들이 앞으로 자신의 비즈니스 예상에 대한 상담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0-50대 한인 중년 남성들이 점집을 찾는 경우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들의 상담내용은 현재하고 있는 직종에 대해 전업을 해야 할 것인가 또는 축소, 현상유지, 확대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새해를 맞으면 신년운수를 알아보기 위해 점집을 찾는 한인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해가 바뀔 때마다 1년간의 길흉화복을 예측해 보기 위함이다.
정초 외에도 결혼시즌인 봄·가을, 명문대학 입학 허가 철, 불황이나 호황의 경제 변화뿐 아니라 점집을 이용하는 한인들은 일년 내내 꾸준하다고 역술가들은 전한다.
뉴욕, 뉴저지 일원에서 영업하고 있는 역술가 또는 무속인은 30여 곳이며, 한국에서 왔다갔다하는 일명 ‘도사’라는 명칭을 붙이는 이들도 일년에 2-3명 정도.
흔히 ‘세상이 어지럽고 살기가 어려울수록 점을 많이 본다’는 한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역술인들은 ‘경제상황이 좋고 한인사회가 활기를 띌수록 점집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민지회 역술가는 "극심한 불황이면 한인들이 오히려 돈을 아끼려고 줄어드는 반면 경제상황이 좋을 때는 미래에 대한 다양한 기회를 찾기 위해 상담 오는 한인들이 많아진다"고 말한다.
주고객은 중년 여성층이 70% 정도로 가장 많이 찾아오며, 비즈니스를 하는 중년남성과 궁합을 보러오는 젊은층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심지어는 한인 10대 청소년들이 역술 웹사이트 이용도 늘고 있다.
상담 내용은 건강, 애정, 금전, 직업, 진로 등 세상살이에 애환이 깃들 만한 것을 거의 다 포함되며, 연령층에 따라 확실히 구분된다.
중년층 한인 여성들은 남편의 비즈니스는 물론 자녀교육과 결혼 그리고 가정파탄에 따른 이혼 문제들이 주 내용. 중년층 남성은 사업에 관한 내용이 가장 많다.
최근 젊은층 남성들이 자신의 진로와 배우자 궁합을 위해 찾아오는 비율이 예전보다 높아졌다.
젊은층 남성의 배우자 궁합에 관한 상담이 많아진 것은 한인사회에서 여성의 영향력이 높아졌고, 가정불화를 야기하는 여성들이 다소 늘어나는 한인사회의 현 상황에 따라 "배우자를 잘못 만나면 평생 고생"이라는 인식 때문. 최근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역술원을 찾는 10대 한인 청소년들의 상담내용은 이성친구, 자신의 외모, 부모와의 관계 등 현실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외의 상담내용으로는 불법체류자들의 영주권 취득 관련여부, 한국 정계진출 가능성 등이 있다. 예전과 다른 것은 5-6년 전부터 아들을 낳기 위해 점집을 찾아오는 주부들이 사라진 것.
복채 또는 상담 비용은 1인당 평균 100달러 수준이며 최근에는 e-메일이나 전화상담 등이 많아졌다.
꼭 점집을 찾아야 할 경우에는 한인사회 내에 뿌리 내린 철학원을 찾아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유명세를 내세워 한인사회에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역술가 가운데는 무책임한 경우가 있다는 점집 주고객들의 공통적인 경험담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인들이 점집을 찾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궁금증, 현재 상황에 대한 심적인 위안을 얻기 위함과 더불어 비즈니스와 관련 전문적인 컨설팅을 해 줄만한 곳이 없는 것도 주된 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민지회 역술가는 "점을 보는 마음은 대부분 ‘나의 운명은 어떠할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와 앞날을 알고싶은 마음이 점을 보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길한가 흉한가? 될 것인가, 안될 것인가? 의 물음이다. 그 중에서도 어떡하면 잘 살수 있나? 언제 부자가 될 수 있냐? 의 질문이 가장 많다"고 말한다.
*점은 믿을만한 것인가?
한인 성인남녀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한인사회에 깊이 파고 든 점을 두고 맹신하는 이가 있는가하면 아예 무시하는 한인들이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이같은 점에 대한 상반된 주장은 점괘를 앞날에 대한 참고정도가 아닌 결과자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술가들에 따르면 ‘음양오행을 통해 보는 역학이란 근본적으로 그 시기의 운세를 파악하는 것’이므로 ‘세세한 과정이나 결과를 쪽 집게처럼 맞춰낸다고 맹신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한 자신의 처지와 궁금한 점을 솔직히 털어놓아야 점보는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쪽 집게처럼 알아 맞춰 보라는 식의 태도는 미래에 대한 상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점을 보러오는 한인들은 사주풀이를 기본으로 하는 역학은 부족하고 넘치는 음양오행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며 어떻게 처신하고 무엇을 경계해야하는 것을 가르치는 학문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역술가들의 조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인 역술가는 "역술가란 주역이라는 학문을 통해 미래의 운명을 예측하여 한인들의 인생을 상담해주는 상담가라 할 수 있다."며 "경직되어 있는 한인사회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청량제 역할을 하며, 고민에 쌓여있는 한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줘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아주 좋게 들떠 있는 한인들을 자제시키며 주의를 주는 것이 역학가의 역할이다."고 말한다.
결국 점집을 찾는 한인들은 역학가들의 말은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지 점괘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역할가들도 원하지 않은 것임을 사전에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민지회 역술가는 "한인들이 작은 일만 생겨도 철학원을 찾아오는 것은 점을 친다는 것보다 허전하고 답답하며 복잡한 마음을 터놓고 상담할 수 있는 상담가를 갈망하는 욕구 때문인 것 같다’며 "학문적 근거를 토대로 운명을 상담하는 것이긴 하지만 너무나 점에만 의존하지 말고 참고하여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는 운명에 너무 의존하는 것보다는 인간이니까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터넷 역술 사이트.
최근 사이버 공간을 통해 오늘의 운세나 각종 점을 보는 젊은세대 한인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화상을 통해 관상, 수상을 보는 사이트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일반 역술원과는 달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역술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역술 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산수도인(www.fortune8282.com)-오늘의 운세를 비롯해 사주, 궁합, 토정비결, 천부경 운세, 신세대 운세, 관상학 등을 제공한다.
*사주닷컴(www.sazoo.com)의 만화주역점-마우스를 엽전 모양의 팔각판에 대고 여섯 번 클릭하면 이에 맞는 6개의 점괘가 만화로 보여준다.
*네팔자닷컴(www.ne8za.com)-역술서비스와 함께 한해의 운세가 들어있는 운세달력이 있다. 운세달력이란 자신의 생년월일시를 넣어 만든 맞춤달력으로 매일의 운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동그레(www.shinbiro.com/@tao/home.html)-동양사상연구회가 운영하는 사이트로 주역, 음양, 오행, 도 등 동양사상과 미래 예언가들의 코너로 꾸며져 있다.
*꿈사구팔구(www.dreamwiz.com/smothers)-해몽전문사이트로 이메일로 회원들의 꿈을 의뢰 받아 이메일로 역술가의 해몽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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