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첫해가 이제 서서히 저물어 간다.
2001년은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한인사회도 여러 가지 일이 많은데다 어려움도 많았다.
아직도 잔존하는 9.11 테러와 전쟁의 여파. 희생자 가족들의 처절한 울부짖음. 피로 얼룩진 한인사회의 각종 살인사건. 노조시위에 시달린 한인 업주. 시의원 도전 좌절, 개고기 파동 등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과거 읽기는 미래를 여는 나침반’이라는 깊은 뜻도 있지만, 정녕 ‘뒤돌아봄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앞선다. "앞만 보고 살아도 모자랄 여생인데, 왜 뒤를 돌아보느냐?"는 글귀가 가슴 깊이 와 닿는다. 물론, 지난 일들을 계기로 더욱 보람있는 삶을 계획해야하는 필요함을 잊어서도 안 되겠지만…
2002년 새해의 아침이 서서히 밝아온다.
우리는 새해가 되면 한해의 새로운 결심을 하게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통상적인 연중행사처럼.
지난해 못 다한 일들을 다시 시도하고, 작년 보다 나은 보람된 삶을 살아보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새로운 설계와 목표를 세운다.
기자도 매년 1월 1일 아침이면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바닷가를 찾아 해맞이를 하며 새해의 소망과 더불어 새로운 다짐을 오랜 습관으로 익혀왔다. 새 해의 첫 아침에 새 태양을 향해 많은 것을 맹세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뒤돌아보면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더 많지만, 항상 새해를 해맞이로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가슴 벅찬 일로 다가온다.
세계적인 문학가이며 자연연구가인 독일의 시인 괴테는 행복한 생활에는 일곱 가지 조건이 있다고 했다.
그 조건으로, 노동을 즐겁게 여길 수 있는 건강, 생활에 아쉬움이 없을 만큼의 넉넉함,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함, 자기 죄를 고백하고 털어놓을 수 있는 고상함, 좋은 결실을 맺을 때까지 일하는 참을성, 이웃에게 온정을 베푸는 너그러움 그리고 장래에 대한 희망감 등을 꼽았다. 이는 행복이란 자기노력에 의해서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새해의 소망으로 옛날부터 오복(五福)을 빌어왔다. 오복이란 수(壽) : 장수하는 것, 부(富) : 물질적으로 넉넉하게 사는 것, 강령(康寧) :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것, 유호덕(攸好德) : 도덕 지키기를 좋아하는 것, 고종명(考終命) : 제 명대로 살다가 편히 죽는 것 등으로 대체로 인간의 힘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이다.
여하튼, 행복이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이들의 소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행복은 하늘에서 저절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1년 365일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가운데서 다져지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 최선과 정성을 다해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보람을 안겨주듯 행복도 그런 사람들에게 찾아드는 것이다.
올해의 끝을 향하고 있는 10여 일의 남은 기간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묵은 생각, 어렵고 힘들었던 날들의 아픔, 쓰라림으로 남은 잊고 싶은 것들은 미련 없이 훌훌 털어 버리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준비의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초에 다짐했지만 다 하지 못한 일들은 말끔히 마무리하여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시기임에 틀림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흐지부지된 지난 새해의 결심, 잘 지켜지지 않았던 다짐, 스스로 파기할 수밖에 없었던 계획, 실천하고 싶었지만 이루지 못한 일들, 한치의 오차 없이 실현한 목표, 막상 생각하지 못했지만 해낼 수 있었던 보람찬 것들 등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결산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더욱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2001년을 마무리 할 수 있는 날, 2002년을 앞두고 있는 날도 이제 10여일 뿐이다.
"앞만 보고 살아도 모자랄 여생인데, 왜 뒤를 돌아보느냐?"는 말처럼 다가오는 새해의 새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설계하면서 새 소망을 기원하는 준비를 하자.
하지만 이에 앞서 ‘과거 읽기는 미래를 여는 나침반’이라는 깊은 뜻도 있음을 동시에 상기하며 자신의 1년을 회고해 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은 낡은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는 낡은 것을 보내기 위해 자신을 뒤돌아보고, 새 것을 맞이하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준비하는, 스스로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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