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동안 한번도 우릴 낳아준 어머니를 잊고 산 적이 없어요. 어머니로선 어려운 결정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4살 때 미국으로 입양돼 뿔뿔이 흩어져 살아왔던 입양아 3남매가 주위의 부러움을 살만큼 잘 성장해 26년만에 극적으로 한국의 친어머니와 형제를 만나기위해 18일 밤 한국을 방문, 연말에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 상봉길에 오른 주인공들은 6살 때 네브라스카주로 입양된 제레미 에클레이(32·한국명 전병대)와 4살 때 아이오아주로 입양된 재키 위트(30·전경희) 남매. 이들은 LA공항에서 빛 바랜 어릴적 사진들을 손에들고 설레는 가슴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2살 때 플로리다주로 입양된 막내 멜리사(28)는 처음에는 같이 가기로 약속했으나 뉴욕에서 스토어 매니저로 일해 연말 바쁜시간을 낼 수 없어 아쉽게도 이번 방문에 합류하지 못했다.
LA공항에서 체크인을 하는 동안 ‘언제 한국에 도착하느냐, 모두들 오긴 오는거냐’는 국제전화가 한국에 있는 맏형 전병오씨로부터 걸려왔다. 언어가 달라 통역이 필요한 형제간의 통화였지만 ‘어릴 때 강물에 빠진 널 구했던 형이야’라며 병오씨가 옛날 기억을 더듬자 제레미씨는 어린 시절이 활동사진처럼 머릿속에 그려져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에 대해 묻자 "형과 누나는 한국에 남겨두고 저와 재키, 멜리사를 미국으로 입양시킨 건 어머니로선 어쩔 수 없는 어려운 결정이었을 겁니다. 멜리사를 임신한 상태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 혼자 힘으로 5남매 양육은 당연히 버거우셨겠죠"라며 이해하면서도 "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제일 먹고싶다"며 그간의 아쉬움을 토했다.
"막내 멜리사가 같이 가지 못해 아쉽다"는 재키는 "입양서류 중 호적등본 영문번역을 아직까지 간직하며 언젠가 어머니를 모시고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일 날만 손꼽아 기다려왔다"며 입양온 후 지금까지 자신의 모습이 가득 담긴 사진 앨범을 펼쳐보였다.
입양될 때 공항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울던 제레미와 재키 남매의 모습을 안쓰러워했던 두 양부모들이 서로 연락을 취하면서 미국땅으로 흩어진 이들 남매의 정은 끈끈하게 이어져왔다. 막내동생 멜리사와는 10년 가까이 연락이 두절됐었지만 호적등본에서 여동생이 하나더 입양됐음을 알게된 재키가 ‘떨어져 살아도 우린 피를 나눈 남매’라며 서류상의 주소로 편지를 수백통 보냈고 겨우 멜리사와 연락이 돼 3남매가 다시 뭉쳐졌다고 한다.
제레미씨는 고교시절 3년간 네브라스카주 레슬링 챔피언을 지낸 덕에 장학생으로 네브라스카 주립대를 졸업했고 현재 콜로라도에 있는 금융회사에서 C.F.O(재정담당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재키씨는 지난주 텍사스주립대 엘파소 경영학과를 4.0 만점으로 졸업, 현재 공인회계사자격시험을 준비중에 있다.
이들 3남매가 친어머니를 찾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 사람은 먼 친척이라는 제임스 이씨.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이씨의 이모가 지난여름 한국을 방문했다가 입양보낸 아들딸 생각에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어머니 진금옥(61)씨로부터 지난 77년 네브라사카 우체국 소인이 찍힌 낡은 편지 한 장을 받았고 이씨는 이때부터 에클레이씨 찾기에 나섰다.
네브라스카 지역 전화번호부와 에클레이씨 부부가 사는 카운티 납세자 명부까지 뒤졌고 사립탐정까지 동원, 연락이 닿았다.
재키씨는 "고교졸업후 군대에 지원, 여군 생활을 하면서 한국으로 어머니를 찾으러갈 기회를 엿보기도 했었지만 아들을 낳는 바람에 무산된 적이 있다.
우리 3남매가 모두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면서 늘 입버릇처럼 한국에 가서 어머니를 찾아보자고 꿈꿔왔는데 순식간에 꿈이 현실로 바뀐 느낌"이라고 당시의 벅찬 감동을 표현했다.
이들 남매는 경기도 오산에 살고 있는 친어머니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각자 거주지인 콜로라도와 텍사스로 귀국할 예정이다.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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