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결산 …관객 점유율 사상 처음 앞서
’2001= 한국 영화 > 할리우드 영화’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를 이겼다. 올 국내 관객 점유율에서 한국 영화는 46%(영화진흥위원회 집계 12월 1일 현재)를 차지해 할리우드 영화(45.2%)의 점유율을 제쳤다. 외화 점유율은모두 54%이며 이 가운데 일본 등 비 할리우드 외화 점유율은 8.8%에 그쳤다.
이 같은 현상은 할리우드의 직배 이후 처음 발생한 ‘짜릿한 이변’이다. 더욱 즐거운 것은 그 이변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란 점이다.
◈ 31편의 효자들
올해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많았다. <진주만> <혹성탈출> <미이라 2> <쥬라기 공원 3> <툼 레이더> 등이 여름 시장 석권을 장담하며 국내 극장가를 점령했다. 그러나 이들은 별로 크게 보이지 않은 한국 영화들과의 흥행 경쟁에서 맥없이 물러났다.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는 직배사 직원들은 시사회부터 한국 영화 일정을 피해 잡는가 하면, “이젠 외화를 보호하기 위한 스크린쿼터가 필요하다”는 뼈있는 한탄까지 늘어놓았다.
첫 작품이었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부터 마지막 개봉작인 <이것이 법이다>까지 올해 선보인 한국 영화는 모두 31편. 한 달 평균 2.6편 꼴로 개봉했다.
◈ 평론을 조롱한 관객들
4월 <친구>를 기점 삼아 불 붙은 한국 영화의 거침없는 기세는 여름이후에 최절정에 올랐다. <진주만> 등과 맞붙은 <신라의 달밤>이 의외의 선전을 펼치더니 <엽기적인 그녀>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 등의 잇단 코미디 영화가 극장가를 휩쓸었다.
특히 평론가들에게 ‘아낌없는’ 비난당했던 <조폭 마누라>는 훌쩍 520만 명을 돌파했고, 절묘한 대립구조로 관심 끈 <달마야 놀자>도 한때 전국 213개라는 최다 스크린 보유 신기록을 세우며 현재 400만 고지를 향해 막판 피치를 올리고 있다.
◈ 새캐릭터가 비결
이 같은 한국 영화 붐의 비결은 새롭고 흥미진진한 캐릭터 등장과 한국 정서가 깃든 재미로 압축된다.
<친구>의 유오성_장동건, <엽기적인 그녀>의 차태현_전지현,<조폭 마누라>의 신은경, <화산고>의 장혁_신민아 등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와 배우의 조합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다.
올 흥행작들이 완성도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아니다. 실제로 아쉬움을 곱씹은 관객들 또한 매우 많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이 아쉬워하면서도 한국 영화를 계속 찾은 이유에 있다.
올 한국 영화는 등장인물의 캐릭터에서 꽤 새로운 면모를 선보였다. 할리우드가 새로운 인물 창조에서 답보에 빠져 있을 때 한국 영화는 ‘조폭 마누라’같은 성 역할이 전복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 기획력에 관객들은 환영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 상대적으로 초라해진 ‘와라나고’
<친구> <신라의 달밤>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 등 조폭 소재 영화로만 몰리는 관객 편중 현상도 드러났다. ‘부익부 빈익빈’ ‘열탕 냉탕’ 현상이 그 어느 해보다 뚜렷했다.
이에 반해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번지 점프를 하다> <파이란> <선물> <봄날은 간다> <인디안 썸머> <베사메무쵸> 등 쏟아져 나온 멜로 영화들은 영화인들의 기대에 못미친 상태에서 끝난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이런 멜로 영화들은 그나마 나았다.
‘와라나고’란 유행어를 만든 <와이키키 브라더스> <라이방>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 등의 작고, 자기 목소리에 치중한 영화들은 홀대를 받았다.
물론 이런 류의 영화에 대해 관객들이 높은 관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오래 전부터 굳어진 현상이다. 그러나 올해는 홀대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진했다.
이 때문에 “관객들이 얄팍한 재미만 좇는 영화와 자기 발언에 충실한 영화 사이에서 균형 감각을 잃은 것 같아 걱정된다”는 일부 우려까지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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