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어떤 전쟁이든 성전(聖戰)이어야 한다." 맥아더의 말이다. 전쟁을 선(善)과 악(惡)의 대결로 보는 게 성전의 개념이다. 그러므로 악을 박멸하는 일, 즉 전쟁은 중도에 그쳐져서는 안 된다는 게 맥아더의 전쟁관이다.
탈레반 정권이 백기를 들었다. 알 카에다 조직도 곧 항복을 할 모양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미군의 맹폭에 견딜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가 미국에 대해 선포한 것은 ‘지하드’다. 무제한의 성전을 선포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순교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항복이란 있을 수 없다.
적어도 논리로는 그렇다. 그런데 탈레반도, 알 카에다 조직도 ‘사탄 미국’에게 무릎을 꿇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성전이란 어디까지나 허구일 뿐, 전쟁에는 악마가 개입할 요소는 있지만 선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탓인가.
무엇이 전쟁을 불러오는가. 일단의 사람들은 인구 문제에서 전쟁에 이르는 그 악마적 요소를 찾아내고 있다. ‘한 국가, 한 지역사회의 운명은 인구에 의해 결정된다’-. 사회 현상을 인구론적 관점에서 주로 보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이들이 특히 주목하는 건 젊은층이다. 젊은 인구의 폭발적 증가는 한 국가사회를 심각한 위기로 이끄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1780년대 프랑스는 젊은 인구급증 상황을 맞는다. 이는 식량공급 부족과 물가 앙등으로 이어진다. 전 사회가 긴장한다. 1789년 마침내 대혁명이 발생한다.
그로부터 190년 후. 이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젊은 세대 급증과 함께 사회적 불만이 폭발점을 향해 간다. 결국 그 불만은 반미 회교 원리주의 혁명에서 돌파구를 찾게 된다. 팔레비 왕정이 호메이니가 이끄는 회교혁명에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나서 20여년. 이란은 다시 비슷한 상황에 봉착해 있다. ‘호메이니 세대’로 불리는 신세대 대두와 함께 이번에는 회교원리주의 신정체제(神政體制)가 민주화 혁명 위협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특히 회교권을 주시하는 사람 중 하나가 새뮤얼 헌팅턴이다. 젊은층 인구가 폭발세에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등지에서 25세 이하 연령층은 전체 인구의 과반수를 훨씬 넘는다. 파키스탄은 61%, 아프가니스탄은 62%에 이른다.
젊은층, 특히 젊은 남성 수가 과잉으로 많은 지역 국가들은 오늘날 하나 같이 유혈의 분쟁상황을 맞고 있다. 아랍권 대부분이 그렇다. 중남미 일부지역, 아프리카 그리고 유럽의 발칸지역 등 내란으로, 테러로, 전쟁으로 신음하고 있는 국가들 모두가 젊은 인구 폭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사회 현상을 인구론 관점에서만 해석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고 억견(臆見)일 수도 있어 하는 말이다. 정치라는 게 있고, 제도라는 게 있다. 정치가, 제도가 제대로 작동될 때 젊은 세대 인구 급증은 별 문제가 안 된다. 젊은층의 욕구를 무리 없이 흡수할 있어 충만한 젊은 에너지는 오히려 발전의 동인이 된다.
반대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불만에 싸인 젊은 세대는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오늘날 아랍권이 맞은 현실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이집트에서는 대졸자들도 직업을 찾기 어렵다. 6,900여만 인구중 3분의1은 월 70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연명하고 있다. 알제리아 등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실업인구는 날로 급증, 15∼30세 연령의 남성 실업자들은 아랍의 거리거리마다 배회하고 있다… 사우디 왕가의 왕자들이 생활비로 쓴 돈만 6,000여억달러에 이른다. "
아랍권의 현실을 알려주는 단편 단편의 사실들이다. 헌팅턴 같은 정치학자들이 우려하는 부문이 바로 젊은 층에 만연한 실업사태다. 경제적 곤란은 편견과 무지를 낳고 빈곤과 무력감만 느끼게 한다. 뒤따르는 게 분노이고 증오다. 결국은 광신적 테러리즘의 온상지가 되는 것이다.
’빈 라덴이 사살됐다’-.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뉴스다. 그렇다고 전쟁이 끝날까. 아닐 것이다. ‘제2의 빈 라덴이 태어난다. 증오가 확산되고 결국 폭발한다. 그리고 사살되고… 제3의, 제4의 빈 라덴이 태어나고…’
수백, 수천만의 성난 아랍 청년들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거리를 배회하는 한 이는 하나의 숙명이다. 분노와 증오 그리고 유혈로 얼룩진 그 저주의 사슬이 끊어지지 않는 한 세대를 두고 계속될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무엇이 전쟁을 가져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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