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는 한인사회 미래 보여주는 거울
한국인들, 미국 문물 겸허하게 배워야
2003년 한인 미국 이민 10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기 위한 사업이 활발히 준비중이다. 미 전역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100주년 이민 기념사업회의 김창원(73, 호놀룰루 거주)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2003년까지 이제 1년밖에는 남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업을 준비중인지 말씀해 주시죠.
▲현재 계획하고 있는 것은 크게 8가지입니다. 미주 한인 100년사와 화보집 편찬, 인물 100년사, 전람회, 이민 다큐멘터리 제작, 기념비 건립, 문화회관 건립 등이 그것이죠.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내년 1월중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확정,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할 방침입니다. 현재로는 2003년 1월 하와이에서 개회식을 시작으로 5~7월께 워싱턴에서 행사를 갖고 연말 LA에서 폐회식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을 예정입니다.
-어떤 사업이 꼭 필요하며 진척상황은 어떤지 알고 싶습니다.
▲이민사와 화보집은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보집은 별 어려움이 없겠으나 이민사 편찬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2003년 이후 펴내는 일이 있더라도 충실한 내용으로 제작하려 합니다. 기념비는 내년 8월 호놀룰루 식물원에 세우기로 확정됐습니다. 단순한 기념비가 아니라 한인들의 미주 이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각물 모양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LA,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8개 지역 사업회를 산하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를 더 늘릴 계획인지와 각 지역의 사업 추진 현황에 대해 들려주시죠.
▲미국에 한인이 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원하는 지역은 얼마든지 더 가입을 받을 계획입니다. 단 한 군데서 미 전역을 통제할 수 없으므로 지역사업은 지역 자체 내에서 해결하는 식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첫 이민자 정착지인 하와이는 10년전 90주년 행사를 치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준비가 잘 돼 있는 편이지만 타지역은 좀 늦어 서둘러야 할 형편입니다.
-이번 사업의 총 예산은 얼마나 되며 어떻게 마련할 계획입니까.
▲600만~1,000만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봅니다. 자체 헌금과 미국 정부,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메워가야 할 것입니다. 하와이 지역에서는 주정부 25만달러, 호놀룰루 시정부 10만달러 등 이미 170만달러가 걷혔습니다.
-비교적 고령이신데 어떻게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에 관여하게 됐습니까.
▲1952년 하와이로 건너와 50년 가까이 한 곳에서 살다 보니 지역 유지들과 친분도 있고 우리도 이제는 이민 역사를 정리할 때가 됐다는 생각에서 이 일을 맡게 됐습니다. 사업을 하다보니 부친이 1903년 첫 배를 타고 이민 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부친은 1927년 다시 귀국, 한국에서 저를 낳았습니다. 첫 배를 탄 이민자의 후예라는 사실이 이번 사업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게 했습니다. 나이에 비해 건강은 좋은 편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건강하다’는 말을 신조로 삼고 있습니다.
-하와이에 와서는 무슨 일을 했습니까.
▲대학을 나온 후 호놀룰루 시청을 거쳐 하와이에서 제일 큰 토목 건축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말단부터 시작, 최고위직까지 올랐으며 20년간 사장직을 맡았습니다. 하와이대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힘썼습니다.
-50년 간 생활하면서 본 하와이와 미국의 모습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초기 이민자들의 집합소인 하와이는 미주 내 다른 한인사회 미래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이곳에는 하와이주 대법원장을 비롯, 한인 3세가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미 6세까지 나왔습니다. 제가 경험한 미국은 능력만 있으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회입니다. 미국생활을 하며 인종차별을 느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런 배경도 없는 이민 1세인 제가 이만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진심으로 노력한다면 한인들은 미국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리라 확신합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이번 사업과는 별도로 이민 기념 재단을 만들어 한국 30~40대를 초청, 미국을 배우고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선진국인 미국의 문물을 직접 보고 배운 후 한국에 돌아가 한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한국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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