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여류작가인 죠지 엘리어트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다섯 가지의 감옥에 갇혀 산다”고 했다. 그는 다섯 가지 감옥으로 ‘자기 사랑’, ‘근심’, ‘회상’, ‘시샘’ 그리고 ‘증오’ 등을 꼽았다.
‘자기사랑’을 왜 감옥이라 했을까? 이는 아마도 진정한 자기 사랑이란 자기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자기 멋대로 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자기사랑이 지나쳐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면 남에게 배척받는, 이기주의의 늪에 빠져 헤어나기 힘들어 진다. 결국 지나친 자기사랑에 도취되면 마치 독방의 죄수처럼 홀로 사는 고독한 사람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회원들의 의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독불장군처럼 협회를 이끌어 가는 일부 한인단체장, 또는 자기 실속 챙기기에 급급해 남의 피해는 상관치 않는 몇몇 한인 상인들. 이들이 바로 ‘자기사랑의 감옥’에 갇혀 사는 한인들이 아닐까?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어느 사람도 근심, 걱정 없이 살아가기는 힘들다. 힘든 일이 닥칠 때, 미지의 세계로 나갈 때 근심, 염려, 두려움을 갖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근심으로 미래에 대한 도전에 나서지 못한다면 어두운 감옥에 갇힌 꼴이니, 이를 ‘근심의 감옥’이라 할 수 있다.
이쪽 저쪽 눈치나 살피고, 이런 일도 저런 일도 못하며, 뭔가 스스로 해보려는 도전의지마저 없이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한인들이 바로 ‘근심의 감옥’에 묻혀 사는 수감자들이 아닐까?
과거의 회상은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특성이다. 동물들도 기억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은 매우 짧다. 쥐가 고양이 소리를 들으면 쥐 죽은 듯 가만있다가 9초만 지나면 까불고 돌아다니다 잡혀 죽듯이 쥐의 기억력은 단 9초뿐. 하지만 사람들은 지난 과거를 오래 기억하다보니 오히려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결국 현재나 미래보다는 과거의 일에만 얽매여 사는 사람들은 ‘회상의 감옥’에서 종신형을 살게 된다는 것.
돈을 따본 기억을 잊지 못해 도박에 중독 되어 패가망신하는 한인들, 채팅으로 만난 초등학교 동창과 바람난 한인주부 등이 ‘회상의 감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유형들이 아닐까? 남의 것을 좋게 보는 시샘은 적당하면 ‘선의의 경쟁’과 ‘모방’ 등을 통해 자기 발전에 활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시샘은 시기, 질투로 변화되기 쉽다. 결국 스스로의 만족을 찾지 못하는 황폐함 속에서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식으로 남만 해코지하는 생활을 반복하게 되니, 이는 참으로 불쌍한 ‘시샘의 감옥살이’라 할 수 있다.
장사 잘 하는 업소 근처만 찾아다니며 동일업종을 개업, 과당경쟁을 뛰어넘어 출혈경쟁을 일삼는 한인업주, 자기는 못하면서 남이 잘하는 모습을 보면 칭찬보다는 이유 없이 헐뜯고, 험담하며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는 한인들, 결국 ‘남 잘되는 것은 죽어도 못 본다’는 특별난 성격을 소유한 한인들로 ‘시샘의 감옥’은 채워지는 것이 아닐까?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 또는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을 포용하거나 용서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성경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지만 자기를 핍박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아 보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처럼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사소한 일, 용서가 가능한 작은 일에도 한을 품거나, 증오하는 사람들은, 결국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 지도 모르는 위험천만인 ‘증오의 감옥’에서 살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하겠다. 한인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뿌리내린 아내와 남편간의 가정폭력,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의 폭력이 동원되는 고부갈등 등은, ‘증오의 감옥’에 갇혀있는 한인들 때문에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다섯 가지 감옥’은 자신은 물론 한인사회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우리는 20여일 남짓 남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다섯 가지 감옥’에서의 나의 모습은 어떤지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리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칭찬을 아끼지 말고, 남을 도와주는 마음을 갖고, 웬만한 남의 단점은 보아 넘기고 장점을 보는 눈을 갖고, 늘 웃음을 지어 밝은 모습으로 인사하며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 등의 좋은 인간관계 유지를 위한 나름대로의 새해 계획도 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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