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되면 황폐해진 정신과 육체를 쓰다듬으며 잃어버린 인생을 다시 찾기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있다. 남편의 육체적·정신적 학대로 인해 가정도, 자식도 모두 잃어버린 한인여성들이 바로 그들.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모든 것 다 포기하고 여성보호소를 찾아온 여성들이다.
현재 LA 및 OC에서 한인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을 돌보는 셸터는 베다니가족 여성의 쉼터, 기독교여성보호소, 푸른 초장의 집, 아태여성보호센터 등 4곳. 이들 셸터에 몸을 의지한 여성들의 스토리를 통해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고발한다.
26세때 남편과 결혼한 차모(46)씨는 무려 17년간 남편에게 매를 맞고 살았다. 4년간의 열렬한 연애 끝에 결혼한 차씨 부부는 결혼후 1~2년간 남부럽지 않게 살던 잉꼬부부였다. 그런 남편이 도박에 빠지면서 이틀이 멀다하고 아내를 때리기 시작한 것이다. 구두를 신은 채로 아내를 걷어차고 열쇠뭉치로 머리를 내려치는 등 폭군으로 변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만 바라보며 고통속에 세월을 보내던 차씨는 자신의 처지를 우연히 알게된 친구의 권유로 셀터문을 두드렸다.
한국에서 10여년간 열애 끝에 결혼하고 이민온 30대후반의 유모씨부부는 맞벌이를 하면서도 주말이면 함께 영화도 보고 음악공연도 관람하며 사랑을 키워온 행복한 커플이었다. 어느날 저녁 교회에서 알게된 비슷한 또래의 안모씨 부부가 유씨 집을 방문하면서 유씨부부의 행복은 와르르 무너졌다. 부인과 안씨 남편이 저녁을 먹으며 교회생활에 대해 몇마디 대화를 나눈 것이 화근이었다.
그날 이후로 유씨의 남편은 기회만 있으면 "너 도대체 그 사람과 어떤 관계냐"고 다그치며 아내를 폭행했으며 곧 심각한 의처증으로까지 발전했다. 유씨의 외출을 막기위해 자동차 열쇠를 숨기는가 하면 아내의 옷을 벗긴후 팔과 다리를 담뱃불로 지졌다.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그만하라고 하면 오히려 면도칼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선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이런 엽기적인 남편과 같이 있다간 끔찍한 일을 당할 것만 같아 유씨는 어린 아들과 함께 셸터에 몸을 맡겼다.
박모(36)씨는 남편의 외도를 참다못해 하루 날을 잡아 남편에게 따졌다가 ‘괘씸죄’로 찍혀 3년 가까이 육체적·정신적 학대를 받고 견디다 못해 교회에 도움을 요청, 셸터를 소개받은 케이스. 박씨는 셸터에서 2달반을 지내면서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푸른 초장의 집 엄영화 소장은 "남편의 학대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울 지경에까지 이른 여성들이 찾는 곳이 바로 셸터"라며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한인사회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셸터에 오는 여성들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3~4개월동안 보호를 받은후 각자의 살길을 찾아 나선다. 셸터를 찾는 여성중 남편과 화해하고 가정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절반, 이혼하고 새삶을 찾는 경우가 절반이라고 관계자들은 귀띔한다. 갈곳없는 여성들을 돌보는 기관인 만큼 모든 비용은 무료. 베다니가족 쉼터 김 앤젤라 원장은 "매맞는 한인여성의 상당수는 갈데까지 가야만 마지못해 외부에 도움을 청한다"고 지적하면서 "문제를 조기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울증과 수치심을 안고 살아가는 셸터의 여성들은 가족들과 주위의 따뜻한 위로를 기다리고 있다. 베다니가족 여성의 쉼터 (213)388-1424, 기독교여성보호소 (213)381-7554, 푸른 초장의 집 (714)532-2787, 아태여성보호센터 (800)339-3940. shgo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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