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주의 교단, 뉴욕테러지역 소기업들에 수표전달
요즘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테러 현장 인근 작은 상점들에 뜻밖에 기쁜 손님이 왔다. 제철보다 조금 일찍 찾아온 산타 클로스처럼,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와서 이해심 가득한 표정으로 실내를 돌아보고 주인, 종업원들과 그동안 고생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품안에서 수표책을 꺼내는 이 사람은 켄터키에서 올라온 목사님.
델리의 조무양씨에게 1500달러, 피자집의 살바토레 보르고뇨네에게 2000달러, 아기옷 가게의 그레이스 고씨에게 2300달러씩 발행한 수표 왼쪽 밑에는 일일이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고 적어 넣었다.
루이빌 소재 사우스이스트 크리스찬 처치에서 온 데이브 스톤 목사는 세계무역센터 구호기금으로 85만달러 정도를 내놓고 있는 복음파 교단 연합의 일원으로 이들은 현재까지 10만달러가 조금 넘는 돈을 테러 사태의 여파로 고통받고 있는 인근 작은 업체들의 주인과 종업원들에게 나눠줬다.
이들은 자리 잡힌 자선단체들처럼 이런 저런 절차를 거치느라 시간 끌 것 없이 그리스도의 사랑의 메시지와 함께 즉각적인 경제적 도움을 주자는 의도로 받는 사람에게서도 이름과 수령액이 적힌 종이에 서명만 해달라고 한다. 뉴욕주 센트럴 아일립에 자리잡은 ‘고 예’ 채플 미션의 안내로 나눠주고 있는 이 돈은 전국 교회에서 모인 기부금으로 희생자 가족 및 다른 사람들에게도 돌아간다.
미국 최대의 교회중 하나로 1만8000명이 출석하는 대형교회인 사우스이스트 크리스찬 교회는 단 한번 주말 헌금으로 48만달러를 모았는데 그 돈을 가지고 뉴욕에 온 이 교회 부목사인 스톤 목사가 그리니치 스트릿에 자리잡은 ‘고스 키즈’에 들어가 밀린 가게 렌트를 내도록 2300달러를 주겠다고 하자 주인 고씨의 입은 자꾸 벌어져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하느님의 사랑을 쓰고 싶은 것일 뿐”이라고 스톤 목사가 말하자 “고맙습니다. 앞으로 좋은 일 할께요”라고 대답하는 고씨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올랐고 두 사람은 포옹을 나눴다.
그러나 돈을 주기도 마냥 쉽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테러 때문에 못 받은 임금이 없다는 ‘메일박시즈’ 종업원들은 수혜대상에서 제외됐고 델리의 조씨는 자신의 회계사에게 먼저 물어보고 수표를 받겠다고 했다. 머리 스트릿의 한 업주는 스톤 목사를 일부러 찾아 왔지만 술집 주인이라 정중하게 돌려보내졌다.
기도도 하고 예수 이름을 호칭도 하지만 이 수표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다고 스톤 목사는 말한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시원한 생수 한잔을 주고 싶은 겁니다. 물론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돈은 그들에게 잠시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이 일로 영원한 도움을 받을 것임을 알기 원합니다”
테러 사태 이후 현장에는 전국에서 목회자들이 모여 기도도 해주고 팸플릿도 돌리도 말세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는데 복음주의 교회들 이외에도 종교단체들이 지금까지 9.11 희생자 구호기금으로 거둔 돈은 13억달러가 넘는다. 그중 헌금액이 크기로는 1400만달러를 거둔 ‘가톨릭 채리티즈 U.S.A.’가 있고, 구세군은 5200만달러를 직접 제공했으며 세계불교구호단체인 ‘추치재단’도 150만달러가 넘는 돈을 무상제공했다. 유태인들의 연합 자선기관인 ‘유나이티즈 주이시 커뮤니티즈’는 뉴욕 지부에 150만달러 기부를 약속했다.
복음주의 목사들은 자신들은 대형 구호기관들처럼 관료주의에 묶이지 않으므로 훨씬 효과적이라고 자부했는데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기 원하는 업주들도 산더미 같은 서류를 작성해 낸지 한참 됐는데도 정부기관으로부터는 아직 즉각적인 도움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복음주의 목사님으로부터 수표를 받기는 별로 힘들지 않다. 업주는 손해를 봤다고 하고 직원은 당분간 일을 못했다고 말만 하면 주인은 1000~3000달러, 종업원은 500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개중에는 속임수를 쓰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스톤 목사는 “얼굴을 보면 압니다. 돈을 주겠다고 할 때 입이 벌어지고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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