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인 이유로 홈스쿨링을 선택한 사람들, 즉 아이들을 세속에 물들지 않게 하려고 집에서 교육시킨 부모들도 많다. 이런 이들을 위해 버지니아주 로던 카운티의 콩밭에 새로 생긴 대학이 패트릭 헨리 칼리지다. 2년 전 문을 연 이 학교는 2층 건물 하나에 교실 4개와 식당, 기숙사, 도서실 등이 모두 들어 있는 작은 규모지만, 홈스쿨러들을 위한 미국 최초의 대학이다.
이 대학 재학생 152명 중엔 자기 집 식탁보다 큰 학교란 이곳이 처음인 경우도 많다. 종교적인 목적으로 설립되고 선택된 학교이므로, 학생들은 술이나 담배, 섹스 등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섹스 신이 많은 영화는 보지 않는다는 학생도 있다. 이들은 파티를 하거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정의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이 학교에 왔다.
열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학장 마이클 패리스(50)는 "나는 나이 50에도 아직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춘기에 재미만 쫓다보면 문제를 일으키는 수가 많다"고 말한다. 그의 헌법 강의는 미국 각주의 권한과 연방 권력의 관계를 선과 악의 대결로 설명한다.
학교엔 야구장도 마련되어 있지만 야구팀은 아직 없고, 축구가 유일한 스포츠이다. 공부하다 쉬려면 학생들은 15분을 운전해서 스타벅스에 간다. 떠들썩한 분위기로 놀려면 ‘레이크 밥’이라고 명명한 하수구 물 고인 곳에 서로를 빠뜨리는 장난을 친다.
이 학교에서는 데이트 대신 고전적인 ‘구애’를 한다. 결혼을 전제로 한 사귐을 추구하는 것이다. 커플이 되려면 상대방의 부모에게 전화해서 먼저 허락을 받아야 한다.
자신의 학교가 ‘1700년대 후반의 하버드처럼 될 것’이라는 패리스는 학생들에게 고전 공부를 강조한다. 이 학교엔 통금시간제와 복장규율이 있고, 매일 아침의 채플은 필수다. 시간표도 자기 마음대로 짜는 것이 아니다. 전국 100여개의 복음주의 교파 대학처럼 신앙각서에도 서명해야 한다. 학생들은 공화당 아니면 자유론자고, 민주당은 한 명도 없다. 흑인은 아예 없고, 백인 아닌 학생은 손꼽을 수 있을 정도다.
이 학교 학생들은 평생을 부모의 집에서 공립학교의 종교·교육 분리주의나 다문화주의, 자유주의 등 골치 아픈 ‘주의’들로부터 보호받아왔다. 패트릭 헨리에서는 학생 안내서가 경고하는 바 ‘십자가의 가치에 적대적인’ 세상에 대비하는 방법을 준비한다.
패트릭 헨리 대학은 수십년에 걸쳐 생성된 홈스쿨링 운동의 성숙을 나타내준다. 전국적으로 홈스쿨링을 하는 학생의 숫자는 85만~190만명으로 추산된다. 홈스쿨링을 지지하는 단체인 전국 재택교육연구소는 연간 증가율을 7~15%로 잡고 있다.
패리스는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은 자기 나이 또래의 친구들 대신 부모 및 그 주변 성인들과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10대 시절을 건너뛰어 어린이에서 곧장 성인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반항적인 사춘기라는 개념은 허상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20년전 복음주의 데이스쿨을 시작한 더글러스 윌슨 목사와 같다. 윌슨이 창시한 고전적 기독교 교육은 패트릭 헨리 대학의 이념이기도 하다.
패트릭 헨리 대학에선 모두들 희랍어나 라틴어 중 하나를 2년간 이수해야 하고, 논리학, 수사학, 철학도 필수다. 대부분이 필수 과목이어서, 선택과목은 4년간 겨우 네 개뿐이다. 수업일정표도 본인이 선택할 수 없다. 전공분야는 모두 네 가지로, 정부학, 언론학, 문예창작, 교육학이다. 패리스는 미술과 음악, 연극, 영화 및 텔리비전 등을 추가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학교는 세상을 선과 악의 극명한 대조로 파악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가? 이 학교 학생들에게 다른 수많은 대학 캠퍼스에서와 같은 ‘급진적 상대주의’ 같은 것은 없다. 이들이 모두 받아들이고 있는 기본적 진리는 ‘성경은 오류가 없다’는 것, 인간은 본질적으로 죄 많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밖의 세부사항들은 매일 이 캠퍼스에서 가르쳐지고 있다.
학생들도 이 학교에서 양산될 수 있는 ‘전형적인 인간형’을 의식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는 세뇌 당한 게 아닙니다. 우리는 로봇이 아닙니다"라고 강조한다. 대학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기를 배우는 곳으로 자기들은 지적인 보수파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 입장에서 논쟁을 할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지적인 정직성이 획득될 수 있을까?
이들에게 다양성에 대해 질문을 하면 모범답안은 이렇다. "우리 모두가 공화당인 것은 아닙니다. 자유주의자들도 있다구요" 패리스는 이 학교가 홈스쿨러를 위한 대학으로 남기 원하지만 다양성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공사립학교 출신들도 이 학교에 왔으면 하고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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