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러데이 샤핑시즌을 맞아 가정용 게임기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 닌텐도의 게임큐브 등 차세대 신형 게임기가 잇달아 출시, 시장 선점을 위한 불꽃튀는 일전이 벌어지고 있다.
PC가 아닌 TV에 연결해 게임을 즐기는 가정용 게임기의 경우 자녀들의 연말선물 1순위로 꼽힐 만큼 큰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가격은 만만찮다. 플레이스테이션2, X박스가 299달러, 게임큐브가 199달러 정도지만 게임팩과 액세서리까지 장만하려면 300-500달러는 족히 든다. 전문가들은 게임기를 선택할 때는 중앙처리 장치·그래픽 처리장치의 속도 등 각 제품의 성능을 꼼꼼히 비교하고 소프트웨어가 풍부한지 여부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세계 매출액 200억 달러에 달하는 시장을 잡기 위한 업체들간의 경쟁도 어느 해보다 치열하다. 가정용 게임기시장의 절대군주로 군림해온 소니는 장기집권을 장담하고 있으며, 게임큐브로 일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닌텐도도 자신만만하다. 올해 게임기 시장에 뛰어든 MS도 막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선점을 외치고 있다.
△공격적인 MS
지난 11월 2년여 동안 준비해온 차세대 가정용 게임기인 X박스를 미 시장에 선보인 MS는 어느 업체보다 공격적이다. MS가 X박스를 위해 투입한 마케팅비용만 5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MS는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인 ‘타코 벨’ 등에 무료로 게임기 7,000대를 설치, 고객에 대한 직접홍보에 나서는가 하면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앞세운 광고도 대대적으로 방영하고 있다. MS는 특히 강력한 3차원 그래픽과 인터넷 접속기능, 영화 관람이 가능한 DVD롬 드라이브 등을 집중적으로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MS의 연말까지 판매목표는 150만대 정도.
하지만 MS의 가장 큰 약점은 소니나 닌텐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가 적다는 점. 실제 게임기 시장의 주고객인 10대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관건이다. 지난 도쿄 게임전시회에 출품된 소프트웨어 가운데 플레이스테이션용이 절반을 차지한 반면 X박스용은 5.9%에 머물렀던 것에서 볼 수 있듯 이 분야에서 MS는 아직 열세다.
MS는 이 같은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세계 1위의 가정용 게임기 타이틀 업체인 일렉트로닉 아츠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여유있는 소니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소니는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기존 게임기와 달리 DVD라는 획기적인 대용량의 저장매치와 화려해진 3차원 그래픽을 자랑하는 플레이스테이션2는 지난 10월까지 무려 2,000만대나 팔리면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소니는 게임기 판매의 약30%가 이뤄지는 연말 할러데이 샤핑시즌을 대비, 언제든지 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니는 MS와 닌텐도의 추격에 대해 자신만만한 태도다. 자사의 플레이스테이션 2가 이미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한 가격할인이나 판촉행사 없이 조용하면서도 꾸준한 홍보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MS의 엑스박스를 겨냥해서는 AOL타임워너와 제휴를 맺고 인터넷 접속과 채팅, 전자우편 기능도 지원하는 등이 대비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비디오게임의 대명사인 ‘파이널판타지’의 개발업체 스퀘어에 대규모 투자 등 소프트웨어 확보 노력도 늦추지 않고 있다.
△닌텐도의 판매전 가세
지난 11월 차세대 게임기인 게임큐브를 출시, 기대이상의 성과를 얻었다고 판단한 닌텐도사는 CD롬을 지원하는 게임큐브와 DVD를 지원하는 ‘큐’ 등 2가지 종류로 크리스마스 특수를 잡을 계획이다. 대당 199달러로 판매를 개시한 닌텐도의 게임큐브는 출시 첫날 물량이 바닥날 정도였으며 토이저러스닷컴(Toysrus.com)을 통해 미국 소비자에 대해 실시한 예약 판매에서 무려 4분만에 물량이 동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소니와 MS보다 여러 면에서 열세인 닌텐도는 양보다는 질적인 게임과 자사 휴대형 게임기인 ‘게임보이’의 시장지배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MS와 달리 어린이들을 주요 타겟층으로 삼았다. 닌텐도는 또 세계 12개 주요도시에서 ‘큐브 클럽’이라는 행사를 개최, 분위기를 띄우고 있으며 여기에 들어간 마케팅 비용만도 7,500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닌텐도는 우선 50만대를 출시했지만 연말까지 미국 등에서 25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3차 게임대전 최후 승자는...성능선 MS X박스 독보적-게임SW 확보선 소니가 유리업계 전문가들은 게임기가 엔터테이먼트 사업인 만큼 소비자의 선호도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며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둔 대격돌에 관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일단 객관적인 하드웨어인 게임기 성능에서는 MS의 엑스박스가 단연 돋보인다. 그러나 승부의 관건인 소프트웨어에서는 소니가 독보적이다. 엑스박스는 지금까지 출시된 비디오 게임기 중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앙처리장치의 경우 펜티엄 733㎒를 갖춰 성능이 웬만한 개인용 컴퓨터를 능가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래픽 처리속도 역시 플레이스테이션2의 2배 가까운 속도를 자랑한다. 또 지금까지 어떤 게임기도 시도하지 않은 하드디스크를 장착, 게임이나 캐릭터 등을 다운받는 데 사용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게임기 성능보다는 얼마나 재미있는 게임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소니가 90년대 초까지 세계 게임기 시장을 주무르던 닌텐도 왕국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도 최고의 게임 개발업체인 ‘스퀘어’를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인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게임확보 측면에서는 2년 먼저 게임기를 출시한 소니가 MS가 유리한 지위를 점유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2 경우 코나미, 남코 등 세계적인 일본 게임제조업체들이 제작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파이널판타지 등 대작 게임들도 100여개나 확보하고 있다.
업계는 "X박스는 후발주자인 만큼 소니, 닌텐도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MS측은 "결코 쉬운 싸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전불사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금이 풍부한 MS가 게임업체를 인수하거나 제휴를 추진하는 등 게임콘텐츠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 아직 승부를 판가름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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