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이 돋는다. SBS TV 드라마스페셜 <피아노>(극본 김규완ㆍ연출 오종록)에 출연중인 조재현(36)이 신기 어린 연기로 시청자들을 오싹하게 만들고 있다.
조재현은 이 드라마에서 삼류 깡패로 밑바닥 인생을 살다가 진실한 사랑에 눈을 떠 ‘개과천선’한 후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는 한억관 역을 연기한다.
1회부터 지난 주 방송됐던 4회까지는 그의 독무대였다. 흔히 말하는 청춘 스타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탄탄한 대본에 밑바탕을 둔 그의 연기력으로 <피아노>는 시청률 20%를 넘기는 ‘흥행성’과 ‘작품성’을 보장 받고 있다.
◆<피아노>의 애절한 사랑.
동갑내기 조민수와는 평소 친한 친구사이. 그는 이 작품을 하면서 일부러 조민수를 멀리 했다. 너무 친한 나머지 애절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가 오히려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밥 한끼 같이 먹은 것을 제외하곤 촬영외엔 부딪히지도 않으려고 했어요. 민수도 그 감정을 이해했죠. 내가 정말 사랑하는 여자로 머릿속에 박혀야 하니까요.”
구르고, 뛰고, 달리며 찍는 장면이 많아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때론 한꺼번에 쏟아부어야 하는 감정연기도 힘들었지만, 요즘 그는 기분이 좋다.
“연기에 대해선 별로 말을 하지 않는 친한 연기자 동료들이 ‘잘 한다’고 말해줄 때가 가장 흐뭇하다”는 그는 “처음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 제 아내도 한억관을 연기하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고 말하더군요. 몸에 맞는 역이 뭐라는 걸느끼고 있습니다”고 뿌듯해 한다.
주요 촬영지였던 부산 을숙도는 그의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장소다. 고 1때 가출해 을숙도 공원에서 일했다.
“학교라는 틀이 싫었을 뿐 문제아는 아니었습니다. 가출한 다음날 취직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어머니에게 붙잡혀 12일만에 가출은 끝이 났지만 이후 부산에서 대학교를 다녔으니 부산과 인연이 깊죠.”
또 부산에서 아내를 만나 스물네살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 정말 부산과 인연이 상당하다.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갈까.
1989년 KBS 공채 13기로 데뷔한 이후 조재현은 각종 장르의 드라마를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그는 ‘스타’ 의 길보다는 묵묵히 ‘배우’의길을 고집했다. 그의 연기자로서의 행보는 출연 영화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92년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로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신인상과 청룡영화제 신인상을 탔고, 96년 <악어>에 출연하면서 김기덕 감독과의 인연을 맺었다. <수취인 불명>에 이어 최근 <나쁜 남자> 촬영을 끝냈다.<나쁜 영화>는 내년 1월 11일 개봉 예정이다.
그는 주제 의식이 강하고, 사회성이 부각된 영화에 주로 출연해 왔다. 그래서인지 흥행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대중성이 강한 영화 출연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원해서 시작했던 게 아니더라도 ‘언더그라운드 영화’를 고집하는 것도 나름대로 조재현이라는 배우를 설명할 수 있지만, 요즘 와선 좀 더 많은 대중과 만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요즘 폭발적인 시청자들의 관심에 대해 그는 “지금껏 저의 단면만을 봐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야망의 전설> <줄리엣의 남자> <해피투게더>등을 통해 드라마에선 코믹 이미지가 굳혀져 있었다. 그가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걸, 어떤 걸 맡겨도 해낼 수 있는 배우라는 걸 <피아노>를 통해 당당하게 알리고 있다.
그는 <나쁜 영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배우의 외면이 변해야 내면이 변할 수 있다는 걸 고민하고 있을 때 이를 실제 실행에 옮겼고, 가장 맘에 드는 연기를 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를 보면서 새삼 느낀 건 ‘역시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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