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화제
▶ 2년 전부터 피살된 여자 시체만 13구 발견, 단서도 없고 경찰인력 부족으로 수사 난망
여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연속 살인사건. 10년전 한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화성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을 연상시키는 잔혹 범죄가 일리노이주 이스트 세인트루이스에서 일어나고 있다.
첫 번째 시체는 2년전, 버려진 빈집에서 지붕만큼 키가 큰 잡초들에 싸인 채 발견되었다. 석달 후에 나온 두 번째 시체는 황무지에 버려져 있었다. 수사는 세 번째 시체를 발견하는 것으로 이어졌는데, 쓰레기 봉지에 쑤셔 넣어진 상태였다.
그것들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 23개월간 이 강변도시에서는 모두 아홉명의 여성이 희생되었다. 그중 두건은 지난달에 일어났다. 게다가 인근 지역에서도 네 명의 여자가 살해당했다.
시체들은 우연히 발견되었다. 어느 건설노동자가 배회하다가 부패하고 있는 시체 옆을 지나치게 되었다던가, 산책을 나왔다가 무심히 잡초 속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던가, 심지어 이웃집 개가 물어뜯고 있던 것이 알고 보니 사람의 다리뼈였다던가 하는 식이다.
13명의 희생자는 대부분이 매춘부 아니면 마약중독자였으며, 최초의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흑인이다. 최소한 일곱 명은 전라거나 나체에 가까운 상태로 발견되었다.
네 명은 비닐 봉투에 들어 있었고, 몇몇은 목이 졸렸으며, 최소한 네 명의 경우 손발을 묶인 흔적이 있었다. 다섯 명은 서로 몇 블럭 정도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유기되었다.
경찰은 이런 사실들을 종합한 결과 연쇄살인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범인은 한명 이상일 수도 있고, 직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네 건의 살인에 대해서는 용의자도 있지만, 충분한 증거가 없어 검거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건을 관할하고 있는 이스트 세인트루이스 경찰은 연쇄살인범 설을 단호히 부인한다. 경찰서장 델버트 매리언은 “지금으로서는 각각의 사건을 연결시키지 않고 있다. 독립된 사건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한 적극적 수사를 약속한 매리언 서장은 그러나 1999년 조기은퇴제를 도입한 후 경찰 숫자가 대폭 줄어 인구 500명당 경찰 한 명 꼴인 현재 상황으로서는 911 전화나 처리하는 게 고작이어서 수사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희생자중 매춘부가 아닌 것으로 생각되는 두명 중 한명인 롤리나 콜린스(41)가 이달 초 목 졸려 숨진 시체로 발견된 스트립 지역에 매춘부며 펨프, 마약상 등이 활보하고 있지만 손을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FBI는 여러 차례 협조를 자청했다. 지난해 봄 다섯 번째 사건이 발생한 후 수사관들은 FBI의 연쇄살인 전문가를 불러오자고 했지만 매리언의 전임자인 당시 서장은 이를 거부했다. 지난달 부임한 매리언은 연방기관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9월 테러 이후 FBI도 바쁘다.
지역 수사관들은 일리노이 주 경찰과 협조하여 13명의 신원을 밝혀냈다. 희생자의 나이는 28세에서 61세까지이며, 그중 몇몇은 프린세스 모텔이라는 싸구려 숙박업소의 단골이었다는 것도 알아냈다.
그러나 몇몇 시체는 너무 부패해서 살해방법이나 범행시기, 발견장소에서 살해된 것인지 범행 후 옮겨 온 것인지의 여부도 알 수 없는 형편이다.
황폐하게 버려진 땅이 하도 많아 역사적으로 시체유기 장소로 이용되어 온 이스트 세인트루이스의 이미지를 바꾸려고 데브라 파월 시장은 5억달러를 들여 미시시피 강가에 골프장과 극장, 컨벤션 센터를 짓고 빈땅의 잡초 제거 명령을 내렸다. 경찰도 서너명의 오피서를 오로지 교통위반 티켓 발부에만 전념시키고 있다.
그렇게 해서 조성된 재원으로 범죄 수사 요원들을 채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때까지는 7명밖에 안 되는 수사관을 분명한 용의자 한 명도 없는 이런 일에 매달리게 할 수는 없다고 매리언 서장은 말한다.
이런 상황이니 희생자 가족이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당연하다. 첫 번째 희생자의 언니인 크리스티 컬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며, “살해당할 거라면 이스트 세인트루이스에선 당하지 말라”고 말했다.
비록 이 사건 수사는 진전이 없지만, 이 도시의 살인사건 발생률은 낮아졌다. 작년엔 21건, 올해는 지금까지 22건이 발생했는데, 1998년의 68건에 비하면 대단한 감소다.
그래도 마약과 매춘으로 악명 높은 스트립 거리의 경기는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은 듯, 여전히 활황이다. 한 사업가는 이 지역의 섹스 거래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며 “24시간 성업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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