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시골 방방곡곡을 돌다보면 방치된 채 쓰러져 가는 허름한 목제창고들을 쉽게 구경할 수 있다. 이 창고들은 단순한 창고의 기능을 넘어 미국 시골사람들의 삶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던 시설물들이었다.
토요일 밤이면 마을사람들이 창고 앞에 모여 댄스파티를 하고, 월요일 아침이면 이곳에서 허드렛일을 하곤 했다. 창고는 또 시골아이들이 숨바꼭질 놀이터였고, 가축들에게는 안전한 보금자리였다. 한 시절 목가적 전원풍경의 상징이었던 구식 나무창고들이 지속되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서서히 쓰러져가고 있다.
이들 창고들은 흐르는 세월과 바람과 비, 그리고 사람들의 무관심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파이버 글라스와 철제를 사용한 보다 효율적인 최신식 창고들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구식 목제창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은 아이오와주를 중심으로 한 중서부 지역에서 더욱 활발하다. 현재 아이오와에서만 해마다 수백 개의 목제창고들이 쓰러져 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네브래스카, 인디애나, 미시간주 등에서도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구식 목제창고 보존운동의 이면에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복고풍에 대한 대중적인 향수와 민속예술 열기가 한몫하고 있다.
창고 보존론자들은 미국의 사라져간 시골생활의 산증인인 목제창고들을 보존하기 위한 기금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오와 주에서는 이미 목제창고 보존 비영리재단이 창립되어 지금까지 37만5,000달러에 달하는 기금을 확보했다. 이 재단은 복고풍의 창고를 보존하려는 창고주인 수십명에게 지원금을 전달했다. 또 얼마 전 아이오와주에서는 사상 최초로 구식창고 견학 답사여행이 실시되기도 했다. 여행단은 관내 방방곡곡을 돌면서 복원된 목제창고들의 낭만적인 모습을 만끽할 수 있었다.
현재 미국에서 구식창고 복원운동에 나선 주들은 10여개에 달한다.
근래 들어서는 동북부의 뉴욕주와 뉴햄프셔주도 창고복원 보조금 지급정책에 동참했다. 심지어, 연방의회에서도 창고 소유자들에게 대한 보조금 지원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을 정도다.
최근의 목제창고 보존운동 열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얼마전 스미소니언박물관 재단이 기획한 전미 창고 박물관 순회 전시회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다시 창고시대로! 미국의 상징을 기념하며’라는 주제로 기획된 이번 전시회는 순회 전시회로는 드물게 수많은 관중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또, 요즘 웬만한 잡지들의 표지면에는 오래된 시골창고 풍경사진이 심심찮게 등장하곤 한다.
버몬트주의 켄 웹워스는 이 같은 최근의 창고복원 열풍에 착안, 기발한 창고 관련 비즈니스를 일으켰다. 웹워스의 회사 ‘더 반 피플’은 낡은 창고들의 해체에서부터 복원, 개조 또는 이주시키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때로는 창고를 말끔하게 개조하여 영빈관이나 예술가들의 스튜디오로 만들기도 한다. 고풍스런 식당이나 골동품 가게, 또는 고풍스런 호텔로 대변신하는 창고들도 있다.
그러나 아이오와 농부들은 낡은 창고를 현대식 시설로 개조하는 호사스런 프로젝트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주로 낡은 창고를 개·보수하여 농기구 보관창고로 쓰거나 가축 마구간으로 개조하기를 원한다.
그나마, 낡은 구식 목제창고들은 그런 용도로 전용하기도 쉽지 않다. 재래식 목제창고들은 내부에 기둥들이 너무 촘촘히 박혀 있어, 콤바인이나 트랙터 같은 덩치 큰 농기계를 보관하기에 적합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목장들도 일관 시스템으로 기계화되었기 때문에, 작은 목제창고에서 가축을 키운다는 것도 효율적이 못된다.
그래도 전미 역사보존 금고의 한 관계자는 구식창고를 가축 사육동보다는 농기구 자재보관 창고로 개조하는 편이 더 경제적이고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역사보존 금고는 지금까지 1,200명 이상의 농부들에게 창고 개조 프로그램을 지원해 왔다. 아이오와에서 열린 구식창고 답사 여행에서는 아이오와주 동북부의 워싱턴 타운에 소재한 창고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 창고의 소유주인 비료 세일즈맨 제리 스트라발라는 3년전 은퇴한 후 이 창고를 구입했다. 그는 아들들의 힘을 빌어 창고를 정리하고 빛 바랜 페인트를 벗기고 낡은 시설들을 열심히 보수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이오와 창고재단으로부터 보조금을 수령했고, 개인재산도 2만달러 이상이나 쏟아 부었다. 그의 창고는 1920년대 미국의 한 상원의원이 건축한 것이다.
스트라발라는 앞으로 이 창고를 무슨 용도를 사용할지 아직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하지만 모습으로 멋스럽게 복원된 창고를 바라보기만 해도 살맛이 난다며 흐뭇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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