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적당히 마시면 기분을 돋구어 힘을 내게 하지만 지나치게 마시면 이성을 마비시켜 자제력을 잃게 한다.
예로부터 술이란 대개 석 잔은 훈훈하고 다섯 잔은 기분 좋고 일곱 잔은 흡족하고 아홉 잔은 지나치다하여 일곱 잔 이상은 절대로 권하여 돌리지 않는 주도의 예를 지켜왔다.
이는 술은 단지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은 아니며 술을 마실 때는 반드시 상대의 주량에 한계가 있음을 먼저 명심하는 음주풍속이다. 오늘날 단지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무조건 술을 권하는 음주 세태를 볼 때 큰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술은 함께 마시는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술맛이 다르다고 한다. 또한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한 잔을 마셔도 취하고 여러 잔을 마셔도 기분 좋은 흥겨움의 자리가 된다. 무엇보다도 애주가들의 공통점은 술 마신 뒤의 못된 버릇이 있는 사람하고는 다시는 함께 술자리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술에 취해 정신없이 함부로 말이나 행동을 하는, 한인 주정(酒酊)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꼴불견도 가지가지며, 애주가들을 슬프게 하는 주정백태 역시 다양하다.
남자 건 여자 건 술만 마시고 나면 눈물을 흘리는 ‘울보형’. 분위기 파악도 못한 채 술만 들어가면 큰 소리를 내면서 우는 ‘대성통곡형’. 술에 취하면 이유 없이 실실 웃으면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억지웃음형’.
일단 발동이 걸리면 2, 3차를 전전하며 술이란 술은 다 마시고 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끝장형’, 물귀신처럼 술에 대한 집착력이 강한 끝장형은 술 먹는데 집요한 반면 정작 술값은 나 몰라라하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술 마시고 난 후 도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을 못하는 ‘기억상실증형’. 술만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 사람하고는 술자리에서 중요한 얘기나 약속을 하는 것은 절대 위험. 술 깨고 나면 도루아미타불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
‘꿈나라형’은 술이 취하면 술집이나 길거리 등 장소에 상관없이 남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상 모르게 잠을 잔다. 주량이 약하면 자제나 조절을 알아야 하지만 절제력도 없어 번번이 동료에게 폐를 끼치는 술친구 기피 대상 중 하나. 술 사준다고 불러내서는 계산할 때는 술값이 없으니 맘대로 하라는 ‘대포형’ 또는 ‘내가 술 마시자고 했지, 언제 술 값 낸다고 했냐’며 발뺌하는 ‘오리발형’. 술 마시다가 아무 말 없이 사라져 ‘혹시나 사고 난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을 남기고는,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습을 드러내는 ‘행방불명형’.
술만 들어가면 술집이 떠날 갈 정도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거나 노래를 부르는 ‘고성방가형’. 술 마시면 말이 많아지는 ‘따따따형’, ‘신체노출형’은 술에 취하면 불룩 튀어나온 올챙이배가 창피한 줄도 모른 채 윗통을 벗는다. 자신은 벗으면서 쾌감을 느낄 진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술에 만취, 제 몸 하나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면서도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가운전을 고집하는 ‘스턴트형’. 음주운전에 적발 차를 뺏기는 것이야 자기 탓이지만, 남의 목숨까지 위협한다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술만 마시면 옆 사람에게 ‘뭘 봐? 한 판 붙을래?’ 등 시비를 걸다가 오히려 매를 버는 ‘깐죽형’. 술잔을 부딪칠 때는 빠짐없이 꼭 끼면서도 계산할 때는 화장실을 가거나 전화를 하는 등 딴청을 부리며 빠져나가는 ‘미꾸라지형’ 등등.
한인들의 주정백태는 이외에도 ‘왕자형’, ‘방석형’, ‘딴따라형’ 등 수 없이 많다.
21세기의 첫 해를 보내는 연말이 다가온다. 이때쯤이면 한 해를 마무리하려는 술자리도 더욱 잦아질 것이다. 하지만 술로 자기의 근심이나 잊으려 하거나 술기운을 빌어 문제를 결단내려는 한인들은 참으로 술자리를 가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술자리 가서는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많이 마셔, 말이 많아 떠들고 다투거나 몸을 가누지 못해 비틀비틀 술자리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삼가야 할 것이다.
술자리가 많아지는 연말을 앞두고 애주가들은 “술은 적절히 마시면 약이 되고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술이란 잘 다루면 약과 같이 쓸 수 있으나 지나치게 마신다면 개인과 한인사회 모두에게 매우 해로운 것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봄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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