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어느팀이 어느조에?’
12월1일 새벽2시(LA 시간)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2002월드컵 조추첨에 쏠린 세계 30억 축구팬들의 최대관심사는 이것이다.
’한국이 탑시드를 차지한 D조에는 어느팀이?’
한거풀 더 벗겨 코리안 축구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대목을 간추리면 두말할 나위없이 이것이다.
단순한 궁금증들이 아니다. 피하고픈 팀, 만나고픈 팀들이 이리저리 얽혀있어 한차례 한차례 추첨이 이뤄질 때마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마치 본선진출국 32팀의 실전을 보듯 함성과 탄식이 교차할 것이다. 채 하루도 남지 않은 월드컵 조추첨의 관전포인트를 점검한다.
◆1차추첨 : 탑시드 8개국을 A부터 H까지 8개 조에 배치하는 추첨이다. 이미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는 A조의 상석에 자리잡았고 한국과 일본은 각각 D조와 H조의 첫 자리를 꿰찼다. 따라서 1차추첨의 실질적 핵심은 탑시드만 받아놓고 아직 자리를 정하지 못한 독일·이탈리아·스페인·아르헨티나·브라질 5개국에 대한 자리배치다.
조건은 딱 하나. 대륙별 안배원칙에 따라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멀리 떼어놓는 것이다. 즉 아르헨티나가 한국에서 예선리그를 벌이는 Ⅰ그룹(A∼D조 : A, D조의 탑시드가 정해졌으므로 실제로는 B 또는 C조)에 편성된다면 브라질은 일본에서 예선리그를 치르는 Ⅱ그룹(E∼H조 : 실제로는 E, F, G조 가운데 하나)에 배치된다는 뜻이다. 독일·스페인·이탈리아에 대해서는 그런 조건이 붙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이 속한 Ⅰ그룹의 빈자리 B조와 C조에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중 1팀과 독일·스페인·이탈리아중 1팀이 오게 된다.
한국과 일본 입장에서 1차추첨에 일희일비할 일은 거의 없다. 두 나라 모두 본선 첫승과 16강이 당면목표여서 이웃조 탑시드를 누가 차지하든 신경쓸 계제가 아니다. 그러나 A조 프랑스의 입장은 다르다. 우승까지 내다보는 프랑스로선 B, C조에 누가 오느냐에 16강전 8강전 4강전의 구도가 적잖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6강전부터는 풀리그 방식이 아니라 한번 지면 끝장인 녹다운 방식으로 진행된다.
◆2차추첨 : 진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첨은 이때부터다. 유럽팀중 탑시드 3개국을 제외한 11개국(잉글랜드, 포르투갈, 스웨덴, 터키, 러시아, 폴란드, 크로아티아, 덴마크, 벨기에, 아일랜드, 슬로베니아)중 8개국을 뽑아 차례로 A조부터 H조까지 배열한다.
단연 관심사는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향배. 과거 성적이 신통찮아 탑시드를 못받았을 뿐 최근 지역예선에서 마이크 오웬·데이빗 베켐 등 월드스타들을 앞세워 독일을 5대1로 격파하는 무지막지한 화력을 과시한 잉글랜드는 모든 팀의 기피대상 1호다. 또 지네딘 지단(프랑스) 이전까지 세계최고 몸값을 자랑했던 루이스 피구의 포르투갈 역시 지역예선에서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를 탈락시키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는 등 급상승세를 타고있어 너도나도 싫어하는 팀이다. 만일 잉글랜드나 포르투갈이 한국의 D조에 편성된다면? 한국에선 하늘이 무너져라 한숨소리가 진동할 것이고 잉글랜드나 포르투갈에선 예선통과를 확정지은 듯한 환호성에 지축이 흔들릴 것이다.
그밖에 탄탄한 조직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파워축구를 구사하는 러시아, 세계적 스트라이커 하산 수쿠르를 앞세워 축구변방에서 일약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터키, 94년 미국월드컵 3위입상의 영광재현을 위해 면모를 일신한 스웨덴 등도 탑시드 8개국이 결코 좋아할 리 없는 다크호스들이다. 98년 프랑스월드컵 3위에 빛나는 크로아티아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죽을 쑨데다 얼마전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1무1패를 기록, ‘겁나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분위기지만 세대교체에 따른 일시적 흔들림인지 진정한 하락세인지 좀더 지켜봐야 한다. 특히 96년 유럽선수권대회와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연속 득점왕에 오르며 크로아티아를 신흥강호 대열에 올려놓은 수퍼스타 다보르 수케르가 벤치를 들락거릴 정도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탑시드 팀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첫손님으로는 슬로베니아가 꼽히고 있다. 월드컵에 처음 나온다는 ‘겉’만 보고 쉽게 내던지는 소리들이다. 그러나 ‘속살’을 그게 아니다. 유럽1조에서 러시아(7승2무1패)에 이어 2위를 차지, 루마니아와 플레이오플 치르기는 했지만 슬로베니아는 1조 5개국중 유일한 무패팀(5승5무)인데다 막강 유고(5승4무1패)와 스위스(4승2무4패)를 따돌렸다.
아일랜드 역시 이란과의 플레이오프를 거친 탓에 실력면에서 다소 홀대받고 있지만 2조 예선때 골득실차에서 포르투갈(7승3무)에 뒤져 PO로 밀려났을 뿐 무패(7승3무)의 전적을 보였고 더욱이 네덜란드(6승2무2패)보다 앞섰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결국 한국으로선 만만한 상대가 없다고 봐야 한다.
거꾸로 2차추첨때 호명을 기다리는 유럽팁들 입장에서 가장 반색할 조는 어디일까. 보나마나다. 한국의 D조와 일본의 H조다. 그중에서도 하나만 고르라면, 한국팬들 입장에선 속이 뒤집히겠지만, 한국이 될 것이다. 일본은 축구꿈나무들을 브라질·이탈리아등에 끊임없이 유학보내는 등 ‘축구근대화 20년 계획’이 열매를 맺기 시작, 이미 아시아적 촌티를 벗어나 선진국 도약의 문턱에 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차추첨 : 2차추첨때 부름을 받지 못한 유럽의 3개팀과 남미의 3개팀(에콰도르, 파라과이, 우루과이), 또 아시아의 2개팀(중국, 사우디 아라비아) 등 8개팀을 상대로 진행된다.
이미 정해진 대원칙 하나. 중국은 Ⅰ의 A, B, C조 가운데 한곳에, 사우디 아라비아는 Ⅱ그룹의 E, F, G조 가운데 한곳에 배치된다. 실력이 떨어지는 아시아팀끼리 한조에 편성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한국으로선 객관적 전력상 적어도 중국보다는 더 센 팀을 만나야 한다.
3차추첨의 원칙 또하나. 무슨 일이 있어도 유럽의 3개팀이 한조에 몰리는 것은 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탑시드 유럽팀이 속한 5개조에는 2차추첨에서 이미 같은 유럽팀이 하나씩 배정됐으므로 3차추첨에서는 유럽팀을 받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2차추첨에서 남은 유럽의 3개팀은 이들 5개조를 뺀 나머지조, 즉 한국(D조)·일본(H조)·아르헨티나(미정)·브라질(미정)이 속한 조에 편성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유럽의 2개팀과 한조가 될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한국이 3차추첨에서 용케 유럽팀을 피했다 하더라도 한시름 놓을 형편은 못된다. 어차피 남미의 3개국 모두 만만찮은 상대들이기 때문이다. 처음 나오는 에콰도르라면 혹시 몰라도 파라과이나 우루과이를 만나게 된다면 골치아프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눈여겨볼 장면은 2차추첨에서 포르투갈이나 잉글랜드중 어느 한팀이 뽑히지 않은 뒤 3차추첨에서 공교롭게도 같은조에 걸리는 경우. 유럽 3개팀을 한조에 묶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이는 일단 한국, 일본, 아르헨티나, 브라질에 속한 조에 해당되느 시나리오다. 한국이나 일본이 그런 액운을 맞는다면 일찌감치 16강 꿈을 접어야 할 것이고 아르헨이나 브라질이 잉글랜드·포르투갈과 한식구가 된다면 매경기 결승전을 방불케 하는 ‘죽음의 조 예선전’이 될 것이다. 사실 탑시드 국가들로선 이들중 한팀만 만나도 악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
◆4차추첨 : 북중미 예선을 통과한 코스타리카·미국·멕시코와 아프리카대륙을 대표하는 나이지리아·카메룬·남아공·세네갈·튀니지 등 모두 8개팀을 상대로 조를 고르는 추첨이다. 2, 3차에서 비교적 편안한 상대를 만난 팀이라면 4차추첨 결과에 크게 마음졸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3차까지 추첨덕을 못본 팀들은 한결같이 "제발 나이지리아나라도 피했으면" 하는 심정일 것이다.
카메룬·남아공·멕시코 등도 기왕이면 피하고픈 팀 대열에서 빠질 수 없다. 특히 멕시코는 기복이 심해 ‘잘풀리면 브라질, 안풀리면 3류클럽’를 들어왔고 지역예선도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잘풀리는 날 걸려들면 된통 당할 수 있다. 한국으로선 98년 월드컵때 1대3으로 역전패를 안겨준 악몽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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