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여신은 한국축구 50년 소망에 귀를 기울여줄 것인가.
지난 2년 가까이 지구촌을 달궈온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행 티켓다툼이 끝난지 이틀만인 27일(이하 한국시간) 탑시드 8개국이 결정됨으로써 이제 세계의 수십억 축구인들 눈은 다음달 1일 부산에서 열리는 조추첨을 향해 앞당겨 쏠려가고 있다.
강팀은 강팀대로 약팀을 만나 힘들이지 않고 더높은 곳으로 전진할 수 있도록 바라고 있고 약팀은 약팀대로 강팀을 피해 한발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절규에 가까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일본과 함께 아시아대륙 최초의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 한국도 54년 스위스대회부터 단 한번도 맛보지 못한 본선 첫승과 16강 진출이라는 부동의 목표를 정해놓은 상태에서 추첨의 조화에 힘입어 그 먼동이 트기를 노심초사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부산 이벤트가 말그대로 무작위 추첨이 아니라는 점. 강팀과 강팀이 초장에 만날 확률이 가급적 적게끔 일정한 유도레일을 깔아놓고 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으로선 조예선 통과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자체가 어느하나 만만한 팀이 없다는 뜻, 행운의 몫을 지나치게 늘려잡았다간 판을 벌이기도 전에 힘만 빠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조추첨 진행방식
위 표에서 보듯 탑시드에 뽑힌 8개팀중 공동개최국 한국·일본과 디펜딩챔피언 프랑스가 이미 조를 배정받은 가운데 1차추첨은 나머지 5개팀의 조편성을 놓고 진행된다. 대륙별 안배원칙을 살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같은 대그룹(Ⅰ
또는 Ⅱ)에 속하지 않게 된다.
2차추첨은 유럽11개국중 8개팀을 뽑아 A조부터 H조까지 한팀씩 끼워넣는 것. 따라서 한국은 여기서 일단 유럽의 어느팀과 한조에서 만나게 된다.
문제는 3차추첨. 2차추첨에서 뽑히지 않은 유럽의 3개국과 탑시드에 뽑히지 않은 남미 3개국(에콰도르, 파라과이, 우루과이) 개최국이 아닌 아시아의 2개국(중국, 사우디 아라비아) 등 8개팀이 대상이다. 여기서도 대륙별 안배원칙에 따라 중국은 A-C조중 어느 한곳에 사우디는 E-G중 한곳에 배정되도록 짜여져 있다. 따라서 한국은 그중 만만한 중국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것이다. 일본 역시 사우디를 못만나는 것은 마찬가지.
또하나의 특례조항은 유럽의 3개팀이 한조에 몰리는 것을 피하는 것. 예를 들어 독일이 위 가상도표와 같이 Ⅰ그룹 C조에 속한다면 이미 2차추첨에서 유럽의 한팀을 만났으므로 3차추첨에서는 중국과 남미 3팀중 한팀을 더하게 된다는 뜻이다. A조에 자리를 튼 프랑스도 마찬가지. 결국 ‘유럽의 나머지 3개팀’은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가 속한 5개조를 피해 한국, 일본 (아르헨) (브라질)이 속한 4개조의 어느 한곳에 편성된다. 한국이 유럽의 2개팀과 한조에 편성될 확률이 75%라는 계산은 여기서 비롯된다. 마지막 4차추첨은 2차추첨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제약없이 이뤄진다.
◆최상의 시나리오
2차추첨에서 어차피 유럽의 1팀은 한국의 D조에 편성된다. 3차추첨에서 또하나의 유럽팀이 보태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올 수 있는 희망사항은 뻔하다. ‘기왕이면 그중 약팀’이다. 모두다 까다롭긴 하지만 그래도 월드컵에 첫선을 보이는 슬로베니아, 최근 평가전에서 한국이 1승1무의 우위를 보인 크로아티아, 98년 프랑스대회때 1대1 무승부를 기록한 벨기에, 이란과 플레이오프를 치러 극동행 티켓을 예약한 아일랜드 등이 그나마 덜 껄끄러운 상대로 꼽히고 있다. 만일 2차에서 슬로베니아가 뽑히고 3차에서도 첫 본선진출국인 에콰도르가 뽑힌다면 한국으로선 최상의 또뽑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감사제’를 올려야 할 정도는 아니다. 슬로베니아는 발칸의 강호 루마니아를 따돌리고 본선행을 쟁취했고 에콰도르 역시 강호들이 득실거리는 남미에 속하는 바람에 월드컵 구경을 못했을 뿐이다. 이번 예선에서는 브라질·칠레 등을 연파하며 본선티켓을 거머쥐었다. 또 이들 역시 D조에 편성된다면 당연히(?) 한국을 제물로 본선1승을 거두기 위해 사력을 다하리란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최악의 시나리오
탑시드 결정직후 한국이 브라질·독일 등 강호들을 피해 한숨을 돌리게 됐다고 다행이란 소리가 있었지만 이는 잘못짚은 것이다. 오히려 핵심은 ‘요즘 최강’ 잉글랜드의 탑시드 합류여부. 그런데 잉글랜드가 뽑히지 않음으로써 탑시드 8개국 모두에게 2차추첨에서 바라는 딱 한가지를 고르라면 ‘잉글랜드 피하기’일 수밖에 없다. 또하나의 기피대상은 루이스 피구를 앞세운 포르투갈이 될 것이다. 한국이 2차, 3차 추첨때 순서야 어찌됐건 잉글랜드, 포르투갈과 한조에 편성된다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게다가 4차추첨에서마저 아프리카축구를 대표하는 나이지리아같은 신흥 수퍼파워와 만나게 된다면 한국캠프에선 붙어보기도 전에 그야말로 ‘곡소리’가 흘러나오게 될 수밖에 없으리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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