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트럭이 가장 많이 팔린다는 거대한 땅 텍사스의 남동쪽에 자리잡은 휴스턴, 미국을 동서로 관통하는 10번 프리웨이를 운전하면서 보면 창이 깨진 차가 유난히도 많은 곳이다. 수많은 트레일러 트럭들이 밤낮 없이 이 지역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휴스턴은 남부지역 물류의 중심. 중남미와 미국을 연결하는 최대 항구로 한국으로 가는 물동량도 25%가 선적되는 휴스턴항이 자리잡은 곳이다. 바로 이 물류의 센터에서 한인들이 비즈니스와 전문직에 종사하며 미국에 착실히 뿌리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한인 상권이 자리잡은 곳은 하윈 길의 도매상가. 80년 초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던 업소 수가 지금은 전체 500여 업소중 120여개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의류, 액세서리, 장난감, 가방, 미용재료, 잡화등 원만한 상품은 다 취급하는 원스톱 상가에서 한인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비즈니스를 키워 2만~3만스퀘어피트 규모의 대형 웨어하우스를 소유한 사람들도 여럿이다.
장난감·잡화 도매상을 운영하는 이재근 전 한인회장은 "주로 LA에서 물건을 떼어와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등의 소매상들에게 판매한다"며 "하윈이 한인타운 경제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한인 비즈니스의 또 다른 중심축은 롱포인트 길의 한인타운. 식당, 마켓등 서비스 업종들이 1마일 구간을 따라 자리잡고 있어 이민생활에 지친 한인들이 만나 식사를 하고 마켓을 보는 커뮤니티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데 상가들이 낡아 재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보였다.
텍사스를 방문하는 한인들이 지역사회 특징과 관련해 흔히 듣는 말이 있다. "휴스턴에서는 학력 자랑하지 말고, 달라스에서는 돈 자랑하지 말라"는 게 그것이다. 그만큼 휴스턴에는 고학력 전문직이 많다. 1944년 설립이래 40만명 이상의 환자들을 치료한 국제적인 명성의 앤더슨 암센터, 유인우주탐사 관제소가 있는 NASA 존슨우주센터, 세계 최대급 석유화학단지 등이 자리잡고 있으니 한인들중에도 우주과학자, 의사, 엔지니어 등이 많은 것이 당연하다.
기록으로 확인되는 휴스턴 한인사회 역사는 1956년께 시작됐다. 방자 스미스라는 국제결혼 여성과 두 세 한인 가정이 휴스턴항을 찾는 한국인 외항선원들을 불러 식사를 대접하는 등 오순도순 동포애를 나누던 시절이다. 그 후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한인들의 숫자가 조금씩 불어나 1964년 YMCA 회관에 태극기를 걸어놓고 첫 8.15 행사를 할 때는 50여명이 됐다. 한인회가 발족한 것도 같은 해다. 임성빈 전 한인회장은 "1968년에 한인들이 처음으로 미국교회를 빌려 예배를 보기 시작했으며 한국의 경제개발 계획에 맞춰 한국 총영사관이 휴스턴에 문을 열었다"고 그 무렵의 역사를 전했다.
그 후 70년대 초 이민자의 유입이 증가, 한인인구는 300여명에 이르렀다. 본격 이민의 물결이 몰려오면서 70년대 후반에는 한인이 3만여명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붐타운을 이루었다. 오성건설 권오성 대표는 "지금은 반대지만 당시에는 휴스턴 한인사회가 달라스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석유화학공업 의존도가 극히 높았던 휴스턴에 80년 초 오일쇼크가 찾아오면서 한인 이민사에 유례가 없는 ‘대 엑소더스’가 시작된다. 모기지 페이먼트를 못해 달라스, 애틀랜타, LA등 타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한인뿐 아니라 주류 주민들도 짐을 싸 동네 전체가 텅 빈곳도 있었을 정도였다.
이로 인해 한인사회도 몇 천명밖에 안 남았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크게 축소되었으나 그 후 경기가 회복되고 휴스턴의 산업이 하이텍 등으로 다변화되면서 거의 전성기 수준으로 회복됐다. 영사관에서는 인근 지역을 포함, 휴스턴의 한인인구가 약 2만8,00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휴스턴은 처음 찾는 사람들은 다운타운과 부도심 중심지들이 한결 같이 청결하고 현대적인 것에 놀란다. 마치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온 것으로 착각될 정도다. 다른 대부분의 미국 대도시 도심이 지저분한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이런 곳에서 살기 때문일까. 휴스턴 한인사회는 알력과 다툼이 적고 서로 도우면서 사는 인심 좋은 곳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한인회장도 ‘형님 먼저 아우 먼저’식으로 사이좋게 선출해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한다. 그래서인지 총영사관으로 파견되는 본국 공관원들도 골치 아픈 일이 적은 이곳을 선호한다는 말도 들린다. 휴스턴은 지난 여름 전국의 한인 스포츠인들을 초청, 미주 한인체전을 치러냈다. 김영만 한인회장은 "휴스턴은 건평 2,000스퀘어피트 규모 주택의 중간가격이 12만달러일 정도로 부동산이 싸고 비즈니스 투자 회수율이 타지역에 비해 높아 이민자들이 다른 지역보다 빨리 자리잡을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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