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저화제
▶ 여행객 감소로 관광수입 최고 10억달러 줄어들듯
9월1일 테러참사 이후 하와이의 지역경제가 고사위기에서 허덕이고 있다. 주 전체가 관광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하와이 경제가 받은 충격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테러참사 이후 호텔, 식당 및 각종 여행관련 업계가 수만명의 종업원들을 해고했다.
도널드와 리사 베두리아 부부가 그 좋은 예다. 테러참사 이전까지만 해도, 이 가족은 성공적인 하와이 스토리의 주인공들이었다. 도널드는 와이키키 해변에 위치한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에서 창고 직원으로 일했고, 리사는 같은 호텔 웨이트리스로 일했다.
두 사람이 맞벌이로 벌어서 집으로 가져오는 연봉이 6만달러를 넘었다. 두 부부는 이 돈으로 밀리라니 교외 호적한 곳에 안락한 타운하우스를 구입했다. 또, 새 차를 굴리고 세 살짜리 딸아이를 키우며 아무 부족함 없이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테러범들이 조종한 비행기들이 월드 트레이드센터와 펜타곤을 들이받았다. 사건 발생 7일만에 먼저 리사가 해고되었고, 그 다음은 도널드 차례였다. 도널드의 상사는 하필, 그가 힐튼호텔에서 일한 지 10주년 되는 날에 해고통지서를 보냈다.
관계자들은 하와이를 찾는 관광객들의 규모가 조만간 원상을 회복하지 않는 한, 하와이 주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와이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의 99% 이상은 비행기를 타고 온다. 미국 본토 내 다른 관광지들은 비행기가 아니라도 육로를 통해 오는 관광객들 덕분에 대충 현상유지를 해나갈 수 있다. 그러나 하와이는 항공여행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상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9월11일 직후에는 비행기를 타고 하와이로 날아오는 방문객이 단 한 명도 없는 날도 있었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면서 관광객 숫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테러참사 발생 두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방문객 숫자는 정상보다 20% 이상 밑돌고 있다. 특히 돈을 많이 뿌리는 일본인 관광객들 숫자는 평소보다 40%나 줄어든 실정이다.
연매출이 110억달러에 달하는 하와이의 관광산업은 주 전체 고용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하며, 주 총생산량의 25% 이상을 점유한다. 주정부 경제관료들은 테러참사 이후 올 연말까지, 하와이주가 최소 5억달러에서 최고 10억달러의 관광수입 감소를 입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 경제적 교착상태가 언제쯤 해소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테러참사 이후 개시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은 상황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군사행동이 관광업계에 미칠 여파를 정확히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호텔, 레스토랑 및 소매업소 등은 상황이 호전되기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관광관련 업체들은 이미 수많은 종업원들을 해고하거나, 영업시간을 단축시켰다. 9월달 마지막 두 주간에만 하와이 주정부에는 약 9,500건 이상의 해고신고가 접수됐다. 이것은 평소보다 4배나 많은 수준이며, 특히 호텔업계의 해고율은 평상시의 12배를 웃돌았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하와이 주정부는 다각적인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얼마 전 벤 카예타노 하와이 주지사는 관광산업 판촉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그는 한 모임에서 "하와이는 지금, 주 역사상 최대의 경제적 시련기를 맞고 있다"며 읍소했다.
현재 하와이 주민들의 유일한 희망은 하와이 관광국이 총력을 다해 추진중인 관광판촉 활동에 달려있다. 관광국은 하와이야말로 충격과 실의에 빠져있는 미국인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최상의 장소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와 함께 관광객들을 다시 하와이행 비행기로 유인하기 위한 파격적 할인정책도 동원되고 있다. 하와이 최대의 관광산업 도매업체 플레즌트 하와이언 할리데이스는 최근, ‘킵 뎀 플라잉’이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새로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LA-와이키키 왕복 항공료를 포함, 와이키키에서 일주간의 휴가를 즐기는데 단돈 359달러라는 매우 파격적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하와이를 방문하는데 지금보다 더 좋은 적기는 없다는 점도 강조된다. 식당들이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고, 맘에 드는 숙소를 찾아 길을 헤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해변에서도 평소와는 달리 마음에 드는 장소를 마음껏 차지하고 즐길 수 있다.
하와이의 고립된 지정학적 특성이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킬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하와이는 테러리스트들의 관심 영역에서 한참 벗어난 안전지대에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하와이 관광국 방문국의 바바라 오카모토는 말한다.
"테러참사 이후 해외여행을 꺼리는 미국인들이 하와이를 찾을 가능성이 오히려 커졌다. 하와이는 이국적인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여전히 미국 땅이라는 안전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와이는 지난 90년대에 장기간 경제적 슬럼프를 경험한 바 있다. 그런데 2000년으로 접어들면서, 한 해 동안 700만명에 육박하는 관광객들이 하와이로 몰려들었다. 하와이주 경제가 모처럼 주름살을 펴면서 미래에 낙관적 전망이 팽배했었다. 바로 그런 시점에 9월11일 테러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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