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허종욱 <사회학박사, 한동대 객원교수
1971년 피츠버그 대학원에서 공부를 마치고 메릴랜드주에 있는 대학에서 근무를 시작할 때 한 파키스탄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우리는 남달리 가까이 지냈다. 그렇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당시 내 아내는 피츠버그 대학원에서 하던 공부를 마치기 위해 남아 있었고 파키스탄 친구는 미국에 올 때 가족과 함께 오지 못해 우리 둘은 본의 아닌 홀아비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 못지 않게 둘이 친해지게 된 동기는 종교에 대한 공동 관심사였다. 나는 기독교인이고 그는 회교도였는데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두 종교를 둘러싸고 토론을 벌였다.
우리의 토론은 두 가지 초점으로 집약되었다.
첫째, 신앙은 사람이 태어나면서 주어진 문화이기 때문에 이 문화를 다른 종교가 선교를 통해 바꾸려고 하는 것은 그 문화를 무시하는 처사와 같다. 한 사람에게 주어진 문화는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기독교가 펼치고 있는 회교도권 선교는 회교문화를 파괴하는 처사라고 볼 수 있다.
둘째, 각자의 신앙은 그 사람이 태어나기 전에 신이 정한 신앙이기 때문에 선교를 통해 인위적으로 개종시키려 하는 것은 신의 뜻을 역행하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주어진 문화에 의해 나름대로의 신앙을 갖게 된 것은 신의 예정에 따른 것이다. 다시 말하면 토론의 초점은 문화와 신의 예정에 관한 것이었다.
이 친구는 회교와 기독교에 관해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파키스탄에서 회교 신학교를 졸업했으며 미국에서 유학을 하면서 기독교에 관해 적지 않은 연구를 했다. 우리가 토론을 벌일 때에는 몇 권의 책을 근거로 해서 했는데 그 친구는 주석이 잘 되어 있는 코란(KORAN)경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어떤 주석들은 코란의 내용과 성경의 내용을 비교 해석한 것들이었다. 이 토론을 통해 회교도들이 구약의 많은 부분들을 인정하나 신약은 전적으로 부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예수님의 신성에 대해서 더욱 그러했다. 예수님을 한 사람의 예언자로 코란은 다루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느 날 그 친구의 저녁 초대를 받았다. 친구는 파키스탄 음식을 준비했다. 나에게 포크와 숟가락을 주면서 자기는 자기 식대로 먹을 터이니 양해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두 손으로 음식을 주물럭거려가며 먹기 시작했다. 나는 구역질이 솟아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 없었으나 체면 때문에 꾹 참았다. 나는 그가 손으로 음식을 먹는 이유를 물었다. 손을 통해 음식 맛을 보고 나서 입으로 맛을 보면 음식 맛이 훨씬 난다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은 내가 태어날 때 나에게 주어진 문화이다. 이는 마치 회교가 내가 태어났을 때 주어진 문화처럼 말이다. 때문에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음식문화를 바꿀 수가 없으며 바꾸어서도 안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 문화는 신이 예정했기 때문이다."
식사가 끝난 다음에 토론은 계속됐다. 회교권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기독교 선교사들에 관한 것이었다. 많은 선교사들이 이 지역에서 억압을 당하거나 처형을 당하는데 회교국가들의 이런 행위는 인간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더 나가서 기독교 문화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나의 이론이었다.
나의 이론은 이어졌다. 기독교 문화의 목적은 모든 사람들이 예수를 믿고 구원받는데 있다. 회교권으로 선교사들이 나가 선교활동을 하는 것은 이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독교를 받아드리거나 않는 것은 피선교 지역인의 자유에 속한다. 회교 국가들은 그들의 문화가 존중받아야 하는 것처럼 기독교 문화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친구는 자기 이론을 다음과 같이 전개했다. 신에 의해 주어진 문화와 종교가 다른 문화나 종교에 의해 침해를 당했을 때에는 자기의 것을 결사적으로 수호해야 한다. 여기에는 인간의 기본권도 초월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9월 11일 테러사태가 회교권 문화와 기독교권 문화의 대결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를테면 두 문화의 대결이라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문화의 대결이 아무 죄 없는 생명을 앗아가는 선을 넘어선 것이다. 대부분의 회교도인들은 평화를 사랑한다. 기독교인들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대결의 문화에서 이해의 문화로 바뀌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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