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1일 테러참사는 각종 강연회 및 컨벤션 시장에도 큰 타격을 가했다. 당장 비행 스케줄들이 취소되었을 뿐 아니라, 비즈니스맨들은 물론이고 초청연사 자신들까지 비행기 타기를 기피했기 때문이다.
이제 시간이 흐르면서 컨벤션 시장은 서서히 예전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러나, 초청 연사들의 면면은 테러공격 이전과는 현격히 다른 양태를 보인다.
테러참사 전까지만 해도 첨단기술 분야의 산업스타들, 모험가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부시 대통령에 비판적인 연사들이 각광을 받았었다. 그러나, 테러사건 이후 부시 대통령이나 법질서의 권위를 공격하는 연사들은 크게 환영을 못 받고 있다. 반면 전역군인, 정치인, 소방관 출신 강사들에 대한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
요즘, 기조 연설자를 공급하는 알선회사들은 애국심, 테러, 생물학적 테러, 사이버 테러, 개인적 및 국가적 안보 같은, 테러공격 이전에는 거의 언급되지 않던 주제들에 정통한 연사들을 물색한다. 청중들은 이들의 강연을 통해 위로를 받고, 삶과 미래에 대한 동기와 영감을 부여받는다.
이와 관련, 버지니아 알링턴에서 강연알선회사 케플러 어소시어츠를 운영하는 짐 케플러는 말한다.
"9월11일 이후 강연시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 주변적 이슈에 머물렀던 국가안보 같은 토픽이 최우선 관심사로 떠올랐다"
요즘 케플러의 회사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강사는 전 합참의장 휴 셸턴 장군이다.
최근의 테러 공격에 대해 많은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는 언론인들에 대한 인기도 높다.
특히, 최근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에서 귀국한 해외 특파원들의 인기가 최고다. 반면, 예전에 인기가 많았던 기존 정치구도에 비판적인 강사들, 경찰폭력을 고발하는 강사들에 대한 수요는 거의 없어졌다.
"이것은 테러 공격 이후, 법질서의 보호막에 숨고 싶어하는 미국인들의 안정희구 심리를 반영하는 것이다"
케플러는 분석한다.
뉴욕에서 강연알선회사 그레이터 탤런트 네트웍을 운영하는 돈 엡스타인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요즘에는 무엇보다도 소방관을 비롯해서 경찰관, 테러 생존자 같은 애국적 강연자들의 인기가 매우 높다"
월남전 포로출신인 데이빗 멕컬리프가 최고연사로 떠올랐고, 인류의 미래를 예측한 서적을 저술한 미래학자들도 강연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미국에 대한 신뢰를 북돋우고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를 설파하는 강사들이 크게 각광받고 있다. 엡스타인을 통해 섭외가 많이 들어오는 강사로는 전 뉴욕주지사 마리오 쿠오모, 전 NASA(연방항공우주국) 비행책임자 진 크랜츠 등이 포함된다.
보스턴에서 강사 알선회사를 운영하는 마크 캐스텔은 말한다.
"지난 몇 년간 강연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집단은 에베레스트 정복자 같은 모험가들이었다. 그런데, 테러사건 이후 국가와 신의 문제, 난관을 돌파하는 불굴의 인간정신을 전파하는 강사들의 수요가 커졌다"
캐스텔은 덧붙인다.
"전쟁포로 출신 강사들의 인기도 부쩍 높아졌다. 베트남에서 7년 간 포로생활을 한 전 해군대위 제럴드 코피는 포로생활의 고초를 극복하고 살아남았던 과거를 감동적으로 전하고 있다. 청중들은 그의 강연을 통해 국가와 신에 대한 영감을 얻고, 보다 나은 미래를 전망하게 된다"
캐스텔은 또, 전직 해병 중령출신 올리버 노스도 테러사건 이후 강연시장에서 주가가 높아졌다고 전한다.
노스 중령은 레이건 행정부 시절 이란 콘트라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서 한동안 논란이 많았었다. 그러나 요즘 미국인들은 일각의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노스 중령을 위난시 국민의 단결을 전파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
애리조나 투산에서 강연 알선회사를 운영하는 앤드리아 골드는, 테러사건 이후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설파하는 심리학자들의 인기도 높아졌다고 전한다.
요즘 골드의 회사를 통해 가장 섭외가 많이 들어오는 강사는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심리학자 존 앨스톤이다. 앨스톤은 테러사건 이후, 비행기 여행과 고층건물 근무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는 미국인들에게 심리적 평안을 확산시킨다.
이 밖에, 전 마약단속국 특수요원 마이크 레빈도 테러사건 이후 새롭게 뜨는 인기강사다. 레빈은 테러현상에 대한 심리적 분석과 테러범들의 심리상태를 예리하게 파헤치는 강연으로 인기가 높다.
테러사건 이후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경제관련 주제도 강연시장의 단골메뉴가 되었다. 흥미롭게도, 여행업계에서는 바바라 부시 여사가 인기가 높다. 그녀는 거주지인 휴스턴을 기반으로 여행이 인간생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주로 강연한다.
그런가 하면, 9월11일 테러사건은 기업간 경쟁풍토에서 상당한 변화를 몰고 왔다.
그전에는 기업들이 사원들에게 라이벌 회사에 대해 정신무장을 시킬 때 "경쟁자들을 다 죽여라"와 같은 공격적인 언사들을 주저 없이 동원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과격한 표현을 자제하는 대신, 보다 온건한 표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밖에, 강연장에서 유머와 웃음의 비중도 한층 중시되고 있다. 테러사건 이후 마음이 우울한 사람들에게 유머와 웃음이 훌륭한 심리적 치료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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