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이저리그는 구단주 회의를 통해, 올 시즌을 끝으로 두 개의 팀을 방출시킨다고 전격 발표했다. 관중동원 능력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인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미네소타 트윈스가 대상이다.
메이저리그 경제학에서 관중동원 능력은 팀의 생존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바로미터다. 각 구단들이 보다 많은 관중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온갖 마케팅 전략을 동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990년대 이후부터 가장 확실한 관중동원 방안은 신설구장 건설이었다.
예를 들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지난 1994년 기존의 클리블랜드 스테디엄에서 신설된 제이콥스 필드로 이전한 후, 만년 최하위권을 맴돌던 관중동원 능력이 리그 5위권으로 급신장 되었다. 클리블랜드 일원의 야구시장 규모가 영세한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변화는 놀랄 만한 것이다.
밀워키 브루어스도 신설구장인 밀러파크로 이전한지 2년만인 내년부터 티켓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신설구장으로 이전한 후부터 크게 늘어난 관중 규모에 구단이 자신감을 가진 결과다.
1992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는 모두 12개 팀이 신설구장으로 이전했는데, 이 구단들은 한결같이 극적인 수입증가를 기록했다. 그 결과, 이제는 2억5,000만달러 이상을 쏟아 붓는 신설구장 건설이 마치 관중동원의 선결 조건인 양 인식되는 경향마저 생겼다.
신설구장 바람을 선도한 팀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였다.
오리올스는 1992년, 낡고 협소한 오리올 파크에서 신설 캄덴야드로 이전한 후부터 관중동원에 대성공을 거두었다. 요즘, 오리올스는 인접한 워싱턴시에서 매년 300만명의 관중을 흡입한다. 또한, 캄덴 야드가 볼티모어의 관광명소인 이너 하버와 인접한 지리적 여건도 성공비결의 하나로 꼽힌다.
이제 신설구장은 수입증가로 직결된다는 사실이 공식화됐고, 이로 인해 각 구단들은 굳이 새로운 구장이 필요 없는 데도 구장을 신설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최근의 신설구장 경쟁은 마치 군비경쟁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풍긴다. 그리고, 메이저리그가 결정한 2개팀 퇴출방침도 알고 보면 신설구장 문제와 맞물려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 산하에 관중동원 능력상 퇴출대상이 된 팀은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미네소타 트윈스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두 팀만 퇴출대상으로 결정된 것은, 이 구단들이 신설구장 건설 청사진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구장신설 계획을 제출한 플로리다 말린스와 템파베이 데블레이스는 퇴출 직격탄을 피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구장신설이 팀의 생존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야구전문가들은 요즘처럼 신설구장이 보편화된 시대에는, 신설구장의 약발이 기껏해야 5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그 나머지는 고정팬 확보, 구장의 지리적 여건, 지역 사회의 정치적 지원 같은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상승작용을 일으켜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이 충족된다 해도 관중동원의 최종적 성패는 역시 팀의 성적에 달려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구장신설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네 개의 팀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버드 실릭은 영세구단들의 생존을 돕는 방안으로, 구단주들간의 수입 배분율 상향 조정, 일류선수들에 대한 새로운 집단 협상협약 제의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90년대 초반과 중반에 볼티모어 오리올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그리고 콜로라도 로키스 등이 신설구장을 오픈했을 때는 거의 매일 밤, 경기장이 매진되었다. 그러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경우, 신설된 코메리카 파크로 이전한 2년째인 올해, 수용능력 4만석 중 평균 2만4,000석만 채워서 오히려 24%의 관중감소를 기록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올 시즌부터 3만8,000석의 규모의 아름다운 신설 PNC 구장으로 이전했다. 이 팀은 지난해 스리 리버스 구장에 있을 때보다 39%의 관중증가를 기록했지만, 관중동원 실적은 여전히 내셔널리그 11위권에 그치고 있다.
또한, 가장 최근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밀워키 브루어스만 해도 지난 90년 초·중반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브루어스는 신설구장 이전 첫 해에 79%의 관중증가를 기록하며 5,000만달러의 추가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이 팀의 선수연봉 수준은 여전히 꼴찌에서 세 번째고, 이번 시즌에도 96패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 관중동원 능력이 의문시된다.
이와 관련, 덴버 소재 스포츠 자문가 딘 본햄은 말한다.
"피츠버그와 디트로이트의 경우에서 보듯, 신설구장이 만병 통치약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구단주의 건실한 팀 운영, 고정 팬 기반확보, 정치적 지원, 팀 성적 향상 등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야 한다"
신설구장 중 가장 성공적 사례로 꼽히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경우, 신설구장으로 이전하기 3년 전부터 착실히 팀 재건 플랜을 실행했다. 신설구장만으로는 장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일찍부터 직시한 결과였다.
클리블랜드는 1992년 신설구장 이전 2년 전까지, 총수입 4,000만달러를 겨우 넘기며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또, 기존 구장에서 마지막 해에는 그보다 약간 나은 5,100만달러를 벌었다. 그런데, 신설구장 이전 첫해에 7,300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며 리그 5위권에 진입하더니, 1999년에는 무려 1억 3,700만달러에 육박하는 신화를 창출했다.
클리블랜드가 수입증가에 맞춰 우수선수 영입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클리블랜드의 신임 구단주 래리 돌란은 2002년에 선수연봉 총액을 1,500만달러 정도 삭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클리블랜드의 연봉 총액은 8,000만달러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역시 팀 성적이다.
클리블랜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봉 총액에도 불구하고, 거의 해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탄탄한 성적을 무기로 팬 저변확대에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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