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을 앞두고, 요즘 상류층 사람들의 대화에서는 연말 휴가계획이 단골메뉴로 떠오르곤 한다. 그런데, 이들은 휴가계획을 말하면서 항공여행의 잠재적 위험성과 9월11일 테러 이후 악화되는 공항 수속절차 등에 대해 우려한다. 그 대안으로써 상류층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전용 비행기 소유방법이다.
전용비행기를 타는 방법에는 크게 전세기 예약, 다른 사람들과 공동 소유하는 타임셰어, 아니면 절친한 억만장자 친구의 비행기에 동승하는 방법 등이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90년대 이후 부유층 사이에서 개인 비행기 소유 붐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했다.
그동안 각종 경품권 등으로 인해 일등석의 매력이 반감되었고, 때마침 발생한 9.11 테러사건은 전용비행기에 대한 인기증가 추세에 불을 댕겼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전용비행기는 사회의 극소수층인 대기업 재벌들의 전유물쯤으로 치부됐었다.
휴 헤프너의 대형 퍼플버니 전용비행기가 세간의 화제가 됐던 기억이 새롭다. 헤프너의 전용기 ‘걸프스트림 V’는 가격이 4,500만달러에 달할 뿐 아니라, 보험료, 보관료, 조종사 인건비, 연료비 등 연간 유지비만도 별도로 수백만달러가 소요된다.
그런데, 요즘에는 전용비행기를 사용하는 저변층이 훨씬 더 넓어졌다.
예를 들어, 지난 9월29일 NBC 방송사는 리스 위더스푼을’세러데이 나잇 라이브’ 프로그램에 초대하기 위해 회사 전용비행기를 내보냈다. 또 존 큐색은 자신의 영화 ‘시렌디퍼티’를 홍보하기 위해 디즈니사의 전용비행기를 타고 LA에서 뉴욕으로 날아왔다. 평소 그는 일반 항공기 일등석을 이용했었다.
최근 30대 초반의 한 투자은행가도 성탄절 휴가를 앞두고, 자신과 아내를 위해 편도 2,625달러짜리 타임셰어 티켓 두 장을 구입했다. 이로써 그는 일반 항공기 일등석 가격과 거의 비슷한 돈을 내면서 더 안전하고, 동시에 까다로운 공항검색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재벌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전세비행기 이용을 고려해 볼 만하다"
투자 은행가의 말이다.
9.11 테러사건 이후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마리오 부아타도 전용비행기를 여러 차례 이용했다. 물론 그가 일확천금이 생겨 전세기를 구입한 것은 아니다. 상류층 고객들이 그에게 용역을 의뢰할 때 자신들의 전용비행기를 보내주는 것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도가 전용비행기를 타고 다닌다니 말도 안 된다?’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다음 번에는 마도나의 매니큐어 담당자가 전용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세상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개인비행기 산업의 신장세는 수치상으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전미 비즈니스 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 1991년 이후 기업체들이 소유한 전용비행기 숫자는 47%나 늘어난 1만4,000여대에 달했다. 이들 비행기들의 대부분은 또한, 그 회사의 오너들이나 중역들의 개인용 여행에도 사용된다.
9.11 테러 이후 각 전세항공기 회사들이 경험하고 있는 특수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이들 회사들은 전화와 플레티넘 카드를 소유한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비행기를 대여해 준다. 미국내 2만여대의 상업용 전세비행기 디렉토리인 ‘에어차터 가이드’에 따르면, 조사대상 전세비행기 회사의 80% 이상이 9.11일 테러사건 이후 현격한 매출증가를 보고했다.
회사 대변인 미어라 맥로린은 대부분의 신규고객들은 친구나 직장동료, 또는 다른 가족들과의 타임셰어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인다고 말한다. 전세항공사들도 이같은 고객층의 다변화에 부응, 각종 저렴한 패키지를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물론 지금도 돈만 있으면 휴 헤프너처럼 대형 전용비행기를 소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시간당 2,000달러에서 5,000달러 사이에서도 비행기를 전세 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부분 소유권 플랜’으로 통칭되는 다양한 항공기 타임셰어 플랜들은 적게는 11만달러에서 수백만달러 수준에서 타임셰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비행기 전세회사인 이그제큐티브 제트의 케빈 러셀 부사장은 말한다.
"9.11 테러 이후, 가격과 편의성 및 안전성의 측면에서 부분 소유권 서비스가 가장 큰 매력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억만장자 투자가 워렌 버펫이 운영하는 항공사다.
전용 항공사들은 이륙 전에 비행기 동체, 화물칸 및 승객실을 철저히 검사한다. 그리고, 비행중이 아닐 때는 항공기를 격납고에 격리 보관한다. 승객들의 화물을 일일이 손으로 검색하는 것도 한 특징이다. 전세비행기들이 많이 이용하는 소규모 공항 중에는 X-레이 검색장치가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그제큐티브 제트의 부분소유 프로그램인 ‘넷 제츠’는 아직까지 주말여행 패키지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비행기 중 가장 소형인 사이테이션 V울트라의 경우, 비행기에 대한 6분의1 소유권 가격이 37만5,000달러다. 그밖에, 매년 50시간의 비행시간을 구입할 때 소요되는 연간비용이 13만5,000달러다. 얼마 전, 넷 제츠는 사업파트너인 ‘마키스 제트 파트너스’와 제휴, 한층 저렴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업계에서 관행화 된 5년 계약제의 타임셰어를 과감히 탈피, 1년 단위의 계약을 허용한다. 그 결과 사이테이션 V항공기에 대한 25시간 비행 소유권은 최저 10만9,000달러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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