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정권의 붕괴가 임박한 가운데 탈레반이 물러나고 북부동맹이 장악한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해방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으나 알 카에다 훈련캠프에서는 알 카에다 조직원들과 탈레반 전사들이 보급품을 비축하면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다음은 계속되는 미국의 공습을 등에 업고 북부동맹이 점령한 아프간 북부 마자르 이 샤리프의 주민의 모습과 아프간 중부에 가설된 알 카에다 훈련캠프의 모습이다.
<마자르 이 샤리프>
지난 9일 북부동맹이 점령한 마자르 이 샤리프는 평온을 유지한 가운데 남성들은 수염을 깎고 여성들은 ‘부르가’를 벗어던지는 등 해방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라프’지에 따르면 이곳에는 지금까지 탈레반이 회교 율법에 따른 것이라며 남성들에게 수염을 깎지 못하게 강요해 수염을 길렀던 남성들이 수염을 깎기 위해 이발소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있으며 성급한 여성들은 ‘부르가’를 벗어 던지고 있다. ‘부르가’란 여성들이 외출할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어 쓰는 포대기 같은 옷으로 눈 부위에만 망사처럼 생긴 ‘창’을 내게 해 다른 사람은 이를 쓴 여성의 신체의 일부도 볼 수 없도록 돼 있다.
탈레반 치하에서는 음악도 금지돼 있었으나 탈레반이 물러난 후 마자르 이 샤리프의 상가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있다. 상점들이 음악을 다시 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프리둔이라고만 자신의 이름을 밖힌 한 남성은 "이방인들이 물러가 매우 행복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차별과 협박을 받았으나 이제는 자유롭다"면서 "신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프리둔은 "탈레반은 주민들에게 몹쓸 짓을 많이 했다. 정부군이 승리해 다행이며 다른 지역도 완전히 장악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니자르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남성 의과대학생은 "탈레반은 주민들을 협박하고 탄압했지만 이제는 편안하다"면서 "수염을 깎지 못하게 했던 탈레반의 방침은 젊은 남성들에게는 참으로 골칫거리였다. 앞으로 여러 가지 상황이 개선되기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BBC방송은 마자르 이 샤리프가 북부동맹에 떨어진 후 현지의 라디오 방송은 압두르 랴시드 도스툼 북부동맹 사령관의 담화문을 즉각 방송, "주민들은 안전 문제에 대해 아무 것도 걱정할 것이 없다"고 강조했으며, 미군도 주민을 다독거리기 위한 위무용 래디오 방송을 계속 내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간 중부의 알 카에다 훈련캠프>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험준한 중부 고산지대의 옛 도시 가즈니까지 잠입취재한 아프간 기자의 르포를 통해 알 카에다 훈련캠프의 모습을 전했다.
가즈니 남쪽 1마일 지점에 있는 이 캠프의 가까운 언덕에는 흰 돌들로 "오사마는 영웅, 부시는 촌부"라고 쓰여 있다. 최근의 여러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내 알 카에다 훈련캠프 다수가 미국의 공습으로 파괴됐으며 게릴라들은 산악지대에 있는 보다 수비가 쉬운 동굴기지로 철수했다.
인공 터널처럼 생겨 수백명의 게릴라들이 숨기에는 안성맞춤인 이 캠프의 입구에는 속이 빈 폭탄 껍질로 만들어진 아치가 세워져 있고 안에는 꽃 항아리로 장식된 목제 소병영들이 있다. 벌써 아침 훈련이 시작돼 게릴라들은 두 조로 나뉘어 밧줄을 타고 누가 먼저 나무끝까지 오르는지 경합을 하고 있다.
4시간동안 수십대의 픽업트럭이 분주하게 들락거리면서 휴대식 로켓포에서 토마토 죽과 과일 주스에 이르기까지 각종 보급품을 내려놨다.
갑자기 토요다 트럭 한 대가 들어서며 지휘관으로 보이는 아랍인이 뛰어내려 "셰이크는 안전하다. 직접 뵙고 오는 길"이라고 소리치자 게릴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게릴라들은 기관총탄이 촘촘히 박힌 탄띠를 두르고 수류탄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여기서 ‘셰이크’란 빈 라덴이다.
캠프 입구 초소에는 아프간 전통의상인 ‘파콜’ 모자를 쓰고 은폐용 물질을 얼굴에 칠한 알 카에다 조직원 두 명이 외부인을 심문하는데 목소리가 크다. "여기는 마을이 아니라 군사기지다. 즉시 떠나라". 간간히 코란 구절까지 인용되는 심문은 ‘셰이크’의 안전에 대한 공지가 있을 때만 중단될 뿐 4시간동안 계속됐다.
가즈니로 연결되는 길에서는 행상 한명이 칼라시니코프 기관총을 움켜진 빈 라덴의 초상화가 들어있는 카세트 테입을 팔고 있고 테입에서는 빈 라덴에게 공격을 촉구하는 남자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오, 오사마, 부디 한번 더 공격해주오. 그대의 위대한 행동은 이미 워싱턴을 뒤흔들었다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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