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키스탄 난민 현지 르뽀
▶ 조환동특파원 난민캠프
미국의 대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7일이후 파키스탄에는 매일 수천명의 아프간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파키스탄 국경도시인 폐샤와르 곳곳에는 이들 난민들을 수용하기위한 캠프가 곳곳에 세워지는등 이번 아프간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아프간 민간인들이 6만여명이나 수용돼 있다. 본보는 이들 캠프중 가장 큰 규모인 카차가리 캠프를 방문,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난민들로부터 최근의 아프가니스탄 상황과 난민들의 현재 생활을 취재했다.
’어느 누구가 조상대대로 살아온 생활의 터전을 모두 버리고 맨몸으로 탈출하겠습니까. 그러나 언제 개죽음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모로서 자식들의 생명만은 지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미국의 공습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 폐샤와르 인근 카차가리(Kachagarhri) 난민캠프에서 3일 기자와 만난 아프간 난민 리즈굴라(28)의 얼굴에는 아직도 공습의 충격과 기나긴 탈출과정의 긴장과 피곤한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리즈굴라는 지난 28일 탈레반 정권의 주요 거점 도시인 잘라바드 남쪽에서 6킬로미터 떨어진 ‘나그락(naghrak)’ 마을을 다른 세가족 30여명과 탈출, 국경을 넘어 현재 카차가리 난민캠프에서 기약없는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들중 4쌍의 부부가 각각 4, 4, 2, 11명등 무려 21명의 자녀를 데리고 파키스탄으로 탈출했다.
이들이 배정받은 난민 캠프의 진흙 주택은 수세식 화장실이 없어 악취가 풍기고 때에 절은 카펫이 깔려있는 방이 두개에 불과,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한방에서 6-8명씩 자고 있다. 자녀들의 옷은 남루했고 몇몇 남자 아동들은 상의와 신발도 없이 놀고 있었으며 얼굴과 몸은 씻지않아 땟국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부인과 자녀 4명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리즈굴라는 들고 갈수 있는 옷과 빵 몇조각만 갖고 하루 낮과 밤을 24시간동안 계속 걸었지요. 평지는 그나마 견딜만했지만 6시간동안 산을 관통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낮에는 아직도 덥지만 밤에는 기온이 영하에 육박하는 추위에서 따뜻한 옷도 입지못한 막내아들 지삼(4)이 아직도 심한 감기를 앓고 있어요.라며 당시의 어려운 상황을 말했다. 그는 이곳의 생활여건이 어렵지만 공습의 두려움에서 벗어날수 있고 하루세끼 식사를 할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주간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난민들에 따르면 미국의 공습이 강도를 더해지면서 아프간들은 모두 극도의 불안감에 떨면서 언제 떨어질지 모를 폭탄을 피해 수백, 수천명씩 파키스탄을 향해 탈출하고 있다.
부인과 자녀 4명과 함께 탈출한 자르게이(28)는 2주전에는 우리마을에서 불과 3킬로미터 떨어진 카람(Karam)마을에 대형 폭탄이 여러 개 떨어져 200명이상이 즉사하는등 마을이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며 우리마을에서 폭탄소리와 연기가 선명하게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마을과 카람마을 에는 테러기자나 탈레반 군사시설이 없는 농업과 가축에 종사하는 평화적인 마을이라며 우리 마을이 탈레반 정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 최대 부족인 퓨슈턴(Pushtun)족이라는 것 때문에 미국의 무차별 공습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4명중 가장 연장자인 왈리한(60)은 11명의 자녀가 무사해 알라에 감사할 뿐이라며 8,000명까지 살던 나그락 마을 주민중 대다수가 공습을 피해 도망, 현재는 3,400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련군은 주로 지상작전을 벌여 미리 피할수 있었지만 미국은 비겁한 공군 공습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미국이 고의적으로 민간인 지역을 공습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민간인의 피해는 예상외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난가하르 대학에서 농업박사학위를 받는등 아프간으로는 드물게 고등교육을 받은 자비올라(30)는 아프가니스탄은 3년간 계속된 가뭄과 어려운 경제상태, 여기에 공습등 3중고에 시달려 모든 국가체재가 붕괴됐다며 특히 어려운 식량난으로 하루 한끼로 연명하고 있으며 매일같이 노인과 어린이들이 죽고 있다. 특히 말라리아등 질병까지 기승을 부려 최근 3주간 우리가 살던 마을에서만 100명이 넘게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습의 충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미쳐버리거나 정신적 공황상태에 있다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의 구조품에 의지해야한다는 생각에 나도 자살하고 싶은 충동에 자주 빠진다고 말했다.
이들 가장 4명들은 미국의 공습에 대해 회교도는 테러를 죄악으로 간주하고 있다. 회교도인으로 미국에 대한 테러를 규탄하지만 미국의 무차별 공격역시 민간인에 대한 살상을 초래하는 또다른 테러행위이다. 대다수의 아프간들은 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무차별 공격하는지 이유를 모르고 있다. 아프간 국민들 대다수는 미국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면 직접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을 잡아 처벌할 것이다. 미국의 공격은 자라나는 새로운 아프간 세대를 미국을 증오하는 제2, 제3의 오사마 빈 라덴을 탄생시키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고 말했다.
폭탄이 무서워요. 어른들은 왜 사람을 죽이는 전쟁놀이를 꼭 해야만 하나요라고 기자에게 반문하는 자르게이의 아들 니지파(7)의 질문에 기자는 물론 그의 아버지도 할말을 잊었다.
소련의 아프간 침공직후인 지난 80년 세워져 파키스탄에서 가장 긴 역사와 가장 큰 규모인 이곳 카차가리 난민 캠프 책임자인 나샬 하달라(46)는 캠프가 이미 수용인원의 두배를 초과, 포화상태에 달했으나 아직도 매일같이 수십명의 아프간 난민이 찾아들고 있다며 위생, 청결상태가 워낙 좋지않아 전염병이라도 돌면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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