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34)는 ‘선수’였다. 그와의 3시간 여에 걸친 술자리는 그가 왜 10년 넘게 정상의 자리에 머무를 수 있는 지를 확인해 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속내를 다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확신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말했고 자신의 음악에 자신감을 보였고 말 많고 탈 많은 연예계에서 느끼는 인간적인 고뇌까지 거리낌없이 쏟아냈다. 전혀 어색하지 않게 분위기를 주도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선수’였다.
"전국 투어 준비로 술 자제하고 있지요"
그를 만난 곳은 그가 얼마 전까지 1주일에 5일은 찾았다는 서울 청담동에 있는 로바다야키 ‘이자카와’. 가요계에서 소문난 ‘주당’인 그는 요즘 술을 자제하고 있다.
“평생 마실 술을 이미 다 마셔버린 것 같아요. 몸도 좋지 않고, 또 전국 투어 콘서트도 하고 있어 추석 이후부터는 술을 절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술자리 분위기는 확실히 알고 있으니 걱정 말라’며, 분위기가 썰렁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기자를 안심시켰다. 그리곤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갔다.
“요즘 술 대신 프라모델 만드는데 빠져 있습니다. 이 자리 나오기 전까지 비행기 만들다 나왔어요. 술을 마시지 않으니까 그 시간에 뭔가 생산적인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어 좋아요. 이 참에 아예 술을 끊어버릴까…”
맛있는 알밥에 반찬은 매실 장아찌(지배인이 뭐라 이름을 말해줬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그는 장아찌처럼 생긴 이걸 김건모가 좋아해 특별히 내놓는 거라고 했다). 생선회에 매운탕까지 푸짐한 식탁이 차려졌다. 취중토크를 하면서 가장 푸짐한 메뉴였다.
배경음악으로는 김건모의 노래가 깔렸다. 다른 노래를 틀다 김건모가 들어오자 주인은 곧바로 김건모 노래로 바꾸었다.
"결혼은 40살쯤…임자 있으면 물론 바로"
노총각에게 여자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지금만큼의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라 말했다. 아무래도 팬들이 노총각에게 느끼는 감정이 유부남과는 다를 테니.
“결혼은 40살 정도하고 싶어요. 물론 임자가 나타나면 그 전에라도 하고 싶지만…. 근데 왜 여자들이 절 1주일 이상 만나 주지 않는 거죠?”
이어 연예계에서 어떻게 버텼냐고 물었다. “왜 힘들 때가 없었겠어요? 음반 반응이 좋지 않았을 때는 차라리 덜 힘들어요. 음악은 내가 평생해야 할 거니까. 하지만 내가 하지도 않은 말과 행동이 이상하게 부풀려지고, 나를 사람들이 왜곡돼 인식할 때가 제일 힘들죠.”
"내가 하지도 않은 말 부풀려질때 제일 힘들어"
그러면서 그는 친한 연예계 후배로 탁재훈 이재훈 강병규 안재욱 차태현 등을 꼽았다.“공통점이 뭔 줄 아세요? 고집이 세다는 거예요. 별로 타협할 줄 모르는 성격의 애들이죠. 자기중심이 있는 후배들이 좋아요.”
그는 절대 후배에게도 처음 만나면 말을 놓지 않는다고 한다. “두번보면 말을 놓겠다고 하죠. 서로 예의를 지켜야죠.” 말은 이렇게 하는데 왠지 두번 만나기 힘들 정도로 부침이 심한 가요계를 우회적으로 꼬집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꿈은 “40살에 멋있는 남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머리를 하얗게 염색하고, 원색의 옷을 입고, 군화를 신어도 김건모만의 ‘멋’이 살아났으면 한다고. 그리고 음악도 김건모 식이 있다는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여름 제트 스키에 푹 빠져 지내 까만 얼굴이 더 까맣게 그을렸다는 김건모. 겨울엔 스노보드와 사랑에 빠질 거란다. 골프도 가수로는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
기자도 뭔가 운동을 해야겠다고 말하자 그가 벌떡 일어났다. “혹시 골프를 치게 되든, 다른 운동을 하게 되든 스트레칭을 꼭 해야 해요. 안하던 운동을 하게 되면 근육이 놀라서 한동안 고생하니까요”라면서 직접 시범을 보여줬다. 너무 열심히 가르쳐 줘서 기자도 따라 할 수 밖에 없었다. 술마시다 이게 뭔 일. 사진 기자 선배는 이를 놓칠세라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김건모는 콘서트가 끝난 후 내년 초 뉴욕에 갈 예정이다. 그곳의 스튜디오를 직접 견학하고 올 계획이라고 한다.
기자는 12월 14일 서울 콘서트가 있는 날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사진 설명>
‘춤추는 게 아니예요.’운동을 하기 전 꼭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며 김건모가 시범을 보였다. 기자도 열심히 몇가지 동작을 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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