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한민족 전체의 염원이자 역사의 명령이다. 비록 이념과 체제가 다르고 우파이건 좌파이건 그 원하는 마음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너무 긴 세월을 사는 동안 모두의 가슴에서 절로 싹튼 절실함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체제가 반세기를 살아왔다는 것이고 이쪽은 변화하면서 살아왔으나 저쪽은 변화를 모르고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90년대 중반에 들면서 세계는 이북정부가 붕괴되어가고 있다고 야단들이었다. 굶어죽는 인민이 속출하고 경제가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를 놓칠세라 일본정부는 30억달러를 들먹이며 국교를 트자고 했다. 세계가 본대로 국고가 바닥나고 인민이 다 굶어죽게 되었다면 그 큰 돈을 왜 마다했겠는가?
죽어도 붉은기를 지킨다는 노랫말처럼 그들에게는 변화할줄 모르는 특유의 정신이 있다. 굶어죽은 것은 그 정신이 결여된 변화를 원하는 자들이다. 소위 그들이 즐겨쓰는 반동이고 그들로부터 제외된 자들이다. 그들은 마치 세계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금까지 건재하고 있다. 무서운 것은 이 정신이다. 그리고 반세기를 끌고온 조직과 지도력이다. 이런 그들을 보고 세계의 시각은 방향을 바꾸고 한국정부는 햇볕저책을 펴서 정상회담을 일구었으며 미국의 클린턴정부도 포용정책으로 바꾸었다.
대통령이 방북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나 금강산에 남쪽사람들이 발을 디뎠을 때만 해도 마치 곧바로 통일이 되는 것처럼 온천하가 요란하였다. 그러던 것이 겨우 일년이 지날 무렵 들뜬 그 아우성은 잠잠해지고 금강산관광을 주도한 대기업은 구멍이 뚫리어 물이 새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햇볕정책을 재고해야 된다고 했다.
이렇듯 앞뒤가 맞지 않았던 관망들은 모두가 오직 한 가지 통일이라는 절실한 갈망 때문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햇볕정책이나 금강산 관광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그러나 저쪽과 이쪽의 여건이 문제인 것을 재고해야만 될 것 같다.
우리는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유능하고 잘난 점도 많다. 그러나 그 우수한 것들이 나라를 위하고 대동하는데 동력이 되었어야 함에도 오직 개인의명리와 만족에 그쳤으니 큰 힘을 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미 지난 역사는 관두고라도 지금 나라 사정을 보자. 소수의 주머니는 가득 차 있어도 다수는 속빈 강정꼴이고 수입부품에 의존한 실속없는 제품 생산과 뿌리내리지 못하는 중소기업, 명줄인 기간산업의 대기업도, 그 큰 덩치만큼 큰 빚을 지고 있으며, 나라 또한 많은 빚을 안고 있다. 그리고 사회는 50년대만 해도 생각할 수 없던 실로 기막힌 패악들이 전반으로 번져 동물적인 본능대로 살고 애국하는 마음 찾아볼 수 없고, 우국하는 마음도 지쳤음인가 그 소리도 점점 힘을 잃어가고 실로 암담할 뿐이다.
많은 발전을 하고도 속이 빈 것은 웬일이며 사람들은 왜 그렇게 되어가는가? 아마 내림같은 유전성인지는 모르나, 이미 오래 전부터 그런 조짐이 나타난 것 같다. 조선이 개안기를 맞았을 때 이광수선생은 한민족의 정신 개조를 외쳤다. 그 때 그 외침이 전체 운동으로 발전했어야 한데도 그것이 못되었다. 나라나 민족은 뒷전이고, 자신의 이익과 잘났음만 고집하고, 시기하고, 비웃는 사촌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불행했던 역사도 현재의 암둔도 모두가 뿌리깊이 박힌 고질인 내 속에 웅크리고 있는 이악성을 바로 하지 않은데서 만들어진 것이며 부정부패를 뿌리뽑자고 외치며 넘어진 도덕 다시 세우고자 정의를 부르짖지만 모두가 허공중에 메아리질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을 서두름은 무언가 바뀐듯 싶고 아마도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몸속의 악성을 퇴치하는 일이며, 어떤 돌변이 일어도 까딱없는 내실을 다지는 일인 것 같다.
결코 변하지 않는 북쪽을 햇볕으로 과연 유도할 수 있을까? 물론 두 의견이 나오겠지만 진정 알아야 할 것은 열어놓지 않은 그들의 진의다. 정치판에서 써온 술수로는 어림도 없다. 누가 지어낸 말인지는 모르나 정치 9단이 아니라 수십단이 있은들 어찌 그들을 당해낼 수 있을까?
그들에게는 50년이 넘도록 키워온 붉은통일이라는 야망과 무서운 정신에 목숨을 걸고 지키는 붉은기가 있다. 그것을 유도하고 허무는 길은 일등국민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하고, 오로지 나라 있고 내가 있다는 나라만을 위한 정치를 할 때와 빚 없는, 나라로써 아무리 퍼주어도 표나지 않는 국가경제일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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