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옥세철 논설실장
민경훈 편집위원
권정희 편집위원
박봉현 편집위원
뉴욕테러 참사가 발생한지 한달 보름이 지났다. 미국이 테러조직을 뿌리뽑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행동을 계속하고 있으나 인명을 앗아가는 탄저균 테러 등 공포는 여전하다. 이슬람의 라마단과 겨울철 군사작전의 애로 등이 문제점으로 부각되면서 꼬이는 양상이다. ‘테러와의 전쟁’의 어디까지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조망해 본다.
확전으로 이슬람권 뭉치면 생물테러 위험 증가
탄저균 배후에 이라크 확인되면 응징 불가피
너무 겁먹으면 테러리스트 계획대로 되는 격
테러 응징이라도 일반인 희생 정당화 힘들어
▲옥세철 논설실장 -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벌써 20일째에 접어들면서 테러전쟁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국내적으로는 탄저균 공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생화학 테러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우선의 관심은 일종의 생물무기 테러인 탄저균 공격의 배후입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가 배후인지 여부조차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억측이 구구합니다.
▲민경훈 편집위원 - 이번 사건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탄저균에 대한 정부 발표에 의심이 가는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한쪽에서는 국가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고도의 기술로 제조된 무기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사조직 수준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한쪽에서는 이라크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탄저균 테러와 9·11 테러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나오는 등 혼란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권정희 편집위원 - 한순간에 건물을 폭파하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테러가 물론 제일 끔찍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게 계속되는 탄저 테러는 영 기분이 나빠요. 이달 초 플로리다에서 첫 사망자가 생겼을 때만해도 단발성 사건인지 테러인지가 불분명했지요. 하지만 탐 대슐, 탐 브로코, 뉴욕포스트에 배달된 ‘탄저균 편지’ 필적이 같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니 테러인 게 분명합니다.
▲박봉현 편집위원 - 탄저균 테러는 FBI요원 수천명이 투입돼 조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배후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가히 공포의 대상이랄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당분간 우리를 괴롭히지 않겠습니까.
▲민 - 플로리다에서 시작된 탄저균 테러가 뉴욕 미 언론사를 거쳐 연방 상원과 국무부 백악관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체국 직원 2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자가 계속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장시간에 걸쳐 곳곳에 탄저균을 보낸 것을 보면 인명 대량살상이 아니라 공포 분위기 조성이 이번 테러의 주목적인 것 같습니다.
▲권 - 비행기로 자폭한 9.11 테러도 그랬지만 생화학 테러는 불특정 다수를 살상한다는 점에서 죄질이 아주 나쁜 테러입니다. 도둑에게도 지켜야할 도가 있듯이 이전에는 테러리스트들에게도 원칙이 있었습니다 정치적 동기에 따라 목표 대상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이젠 그런 기본적인 원칙도 없어요. 그만큼 사악해 진 것이지요.
▲옥 - 전문가들에 따르면 탄저균을 무기수준으로 정제하는 데는 국가에 버금가는 조직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 연방상원에 배달된 탄저균이 바로 무기급으로, 미세한 분말로 정제된 이 탄저균이 공중에서 살포됐을 경우 최소한 수천명이 희생됐을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박 - 이렇듯 위험하다 보니 탄저균이 미국 내에서 인종문제를 살짝 부각시키도 했습니다. 탄저균 문제로 의회를 임시폐쇄 조치했으나 워싱턴 우체국 직원이 감염됐을 때는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우체국 직원이 사망하자 동료직원들은 왜 정부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느냐고 따지고 있습니다. 소수계, 특히 흑인직원이 많아서 방관한 것 아니냐는 비난입니다.
▲옥 - 과거 월남전의 경험, 또 이슬람권 전체에 흐르고 있는 정서 등을 감안 할 때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일반의 생각입니다. 그럴 경우 친서방 이슬람국가들도 미국에 등을 돌려 반테러 연합전선에 균열이 생긴다는 거죠. 이번 테러전쟁은 테러세력이 먼저 싸움을 걸어온 꼴입니다. 미국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전쟁입니다. 이런 면에서 확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단 이라크나 다른 제 3의 국가가 테러세력을 지원했다는 증거가 나와야겠죠.
▲권 - 아프간전쟁이 확전되고 이슬람권이 뭉치기 시작하면 미국에 대한 생물테러 위험은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비용 적게 들면서 살상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생물무기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생물무기가 ‘가난한 자의 원자폭탄’이라고 불리지 않습니까.
▲옥 - 한 독일언론의 보도는 이라크가 알 카에다 테러조직에게 탄저균을 공급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테러균 공격은 이라크와 빈 라덴의 ‘조인트 벤처’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사실로 판명되면 확전은 불가피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제거 명분을 찾고 있는 게 미국이므로 확전은 명약관화한 사실이 되는 거죠. 사담 후세인은 이란과 전쟁시, 또 이라크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반란 진압시 생화학 무기를 사용한 전과가 있어 더욱 위험시 됩니다.
▲권 - 우체국 직원들의 불안은 이해할 만합니다. 탐 대슐 의원 앞으로 된 편지가 슬쩍 지나가기만 했는데도 워싱턴 중앙 우편처리센터에서 두 명이 죽고 여러 명이 탄저균에 감염되었으니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한인들 중에도 우체국 직원이 많아서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박 - 그렇습니다. 우체국 업무는 평소에도 스트레스가 많은 직종이라 불미스런 총기사건이 발생하곤 했습니다. 탄저균 테러로 당분간 우편물을 분리하거나 배달하는 많은 직원들이 긴장 속에서 일을 하겠지요. 이로 인해 또 다른 부작용이 초래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군요.
▲권 - 테러범들이 민간항공기를 무기로 사용하더니 이젠 우편 시스템을 무기로 사용했어요. 교통과 통신을 마비시키겠다는 것인지… 이렇게 일상적인 것들이 무기화하니 다음엔 또 어떤 게 터질지 특히 동부에서는 상당히 불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옥 - 이번 테러전쟁은 앞으로의 전쟁, 즉 21세기의 전쟁이 어떤 모습이 되는지 그 예고편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십만의 정규군 병력을 집결시켜 정규군끼리 전투를 벌이는 전쟁은 20세기의 마지막 전쟁, 즉 걸프전으로 마감되고 앞으로의 전쟁은 저강도전과 전통적인 고강도전이 혼합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저강도 전술의 심리전, 테러, 도시 게릴라전 등이 21세기 전쟁의 전형적 유형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군, 그중 특히 해병의 편제를 바꾸고 무기체제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권 - 탄저균 공포가 너무 과장되었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루로 사람이 죽으니 예삿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실제 사망건수가 전국이 호들갑을 떨만한 숫자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탄저균에 감염돼 죽을 확률보다는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이 훨씬 높으니 너무 불안해하지는 말자는 것이지요.
▲민 - 연일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있지만 일반인이 탄저균에 감염돼 죽을 확률은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오히려 시프로 등 치료제를 사용하다 그 부작용으로 죽을 확률이 더 크다는 것이죠. 조심은 해야겠지만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염성이 없는 탄저균은 말할 것도 없고 쉽게 전염되는 천연두가 테러 무기로 사용되더라도 당국이 충분히 조기 진화할 수 있다며 너무 겁먹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박 - 그래서인지 CBS 방송의 앵커 댄 래더는 라이벌 ABC 방송의 피터 제닝스와 NBC 방송의 탐 브로코와 달리 탄저균 검사를 거부했답니다. 미국민들이 너무 요란스럽게 행동하면 테러리스트들에게 지는 것이라는 게 그가 검사를 받지 않는 이유랍니다.
▲민 - 아프간 사태가 처음 미국의 예상보다는 잘 안 풀려 가는 듯 합니다. 처음 탈레반 붕괴 후 정권 인수팀이 준비가 안됐다는 이유로 카불 수도 방위군 공격을 보류해 오던 미국이 지난주부터 태도를 바꿔 맹폭에 들어갔습니다. 라마단과 겨울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불리하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준비가 된 다음 공격하자는 신중론에서 일단 탈레반부터 없애고 보자는 강경론이 힘을 얻어 가는 것 같습니다.
▲옥 -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테러가 발생한지 한달반 정도 됐지만 무력응징을 하라는 미국민 다수의 의견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습니다. 아마도 테러참사에 뒤이어 발생하고 있는 탄저균 공격이 미국민의 입장을 계속 강경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테러세력은 미국민들이 움츠러들 것으로 기대한 것 같은데 오산입니다. 여론지도층의 의견도 강경쪽으로 계속 치닫고 있습니다. 이 점에는 진보파도 거의 예외가 없습니다. 진보쪽으로 분류되는 논객들도 ‘악의 근원’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박 - 테러조직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아무 죄없는 주민들의 생명이 과소 평가되고 있지 않는지 자문해 볼 시점입니다. 억울하게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지 않습니까. 무고한 미국민이 희생됐다고 해서 다른 나라의 무고한 주민이 죽어도 할 수 없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고 봅니다.
▲권 - 21세기가 스산하게 문을 열었습니다. 올 가을의 테러와 아프간 전쟁이 세계의 역학구도를 뒤바꾸어 놓을 거대한 흐름의 서막일지, 내년이면 잊혀질 스쳐 지나가는 사건일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어 답답합니다. 그나저나 경기가 계속 위축되니 걱정입니다.
▲민 - 애초 예상과는 달리 테러에 의한 경제적 타격이 그리 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 미 주가도 테러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고 감세 등 각종 경기 부양책에다 추가 금리인하 등 조치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10월 소비자 체감 지수와 매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박 - 미국인뿐 아니라 미국직장에서 일하는 한인들도 실직됐거나 실직 걱정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인타운도 그 여파에서 비켜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이 하루속히 매듭을 짓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민 - 시간이 가면 달라질지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미 국민이 전례 없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90%를 웃돌고 있고 무자격자란 비판 대신 ‘뛰어난 전시 지도자’라는 평이 미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테러의 최대 수혜자는 부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세상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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