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 공립학교의 예능교육이 되살아난다. 1970년대 후반부터 근 20여년간 침체돼 있던 캘리포니아 공립학교의 예능교육은 최근 몇 년새 교육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기본으로 돌아가기 운동’(Back-to-Basics Movement)의 일환으로 크고 작은 기금마련과 함께 교실로 돌아오는 추세다. 음악, 미술, 체육시간이 교과과정에 일률적으로 포함되어 있던 한국의 수업제도와는 달리 미국 학교에서는 예능교육이 의무가 아니고 많은 경우 담임교사의 재량에 달려 있다. 우리 아이의 예·체능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한 한인 부모들이 많다. 초등학교 예·체능교육의 실태에 관해 소개한다.
▲배경과 현황
1978년 재산세 동결을 골자로 한 ‘주민발의안 13’이 통과되자 그 여파로 교육예산이 삭감되기 시작했다. 학교마다 프로그램을 없애고 악기들을 팔아치웠으며 예능교사들에게는 해고통지서가 날아갔다. 시들해진 예능교육에의 목마름을 학생들은 학원프로그램 같은 교문 밖의 개인교습으로 해갈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침체됐던 가주 공립학교 예능교육이 다시 중요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여전부터. 특히 주립대학들이 입학사정시 고교 예능교육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180만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는 가주학부모회는 지난 2월 주의회와 학교위원회, 미디어 및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프리킨더가튼∼12학년생들의 질 높은 학교예능교육을 위한 홍보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가주 211개 교육구가 주교육부로부터 6백만달러의 그랜트를 받아 예능교육개발을 위한 종자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LA통합교육구는 1999년 채택한 ‘예능교육 10년계획’에서 예능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모든 학생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적어도 한가지의 예능에 숙달돼 있어야 하며 예술사를 토대로 예술작품에 대한 개관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학습목표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9월초 500만달러가 추가된 1,860만달러의 예산을 예능교육에 책정받은 LA통합교육구는 산하 400여개 초등학교 중 100여개교에서 이번 학년도부터 ‘제대로 된’ 예능교육을 시작할 방침이다.
또 오렌지카운티 교육부에서도 현재 27개 교육구 중 7개 교육구의 49만5,000명의 학생을 위한 예능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교사를 채용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이같은 학교 예능교육의 수요급증으로 지난 1월 가주교육위원회는 사상 처음으로 예능(Visual and Performing Arts)에 대해서도 수학, 영어,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의 기타 과목과 마찬가지로 교육지침(standards)을 개발해 각 교육구에 보급했다.
교육지침은 예능을 무용, 음악, 연극, 미술의 네 분야로 구분하고 있으며 각 분야당 예술적 인지도, 창조성, 역사·문화적 내용, 심미적 요소, 응용력의 5개 부문으로 나누어 구체적 학습도달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강제성을 띠고 있지는 않지만 이같은 예능교육의 활성화 움직임은 핵심 교과과정을 향한 진일보를 시사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타운 초등학교의 예능교육실태
전반적으로 미술교육은 학교자체에서 운영하되 음악, 무용, 연극 수업은 대부분 외부강사, 파트너십, 학부모자원 등으로 진행되는 것이 대체적인 공립초등학교 예능교육 양상이다.
행콕팍 초등학교에서는 킨더가튼에서 5학년까지 미술, 오케스트라, 코러스, 연극 수업을 학년별로 진행하고 있다. 주디스 페레즈 교장에 따르면 5학년 미술은 아머리 예술센터(Armoury Center for the Arts, Pasadena)와 파트너십을 맺어 매주 수업을 받고 있으며 3학년의 경우 외부 강사를 초빙해 연극수업을 받는다.
또 교사 중 미술전공자가 많다는 장점을 살려 기타 전학년의 미술수업은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음악전공자 학부모 중 자원해서 음악수업을 이끌어 나가는 방식을 사용하거나 자원자에 한해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페레즈 교장은 "예능교육의 중요성은 실감하고 있으나 각 학생이 충분한 교육을 받기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앞으로 예능교육을 위한 파트너십, 기금모금, API 상금 등 각 수단을 동원해 예산을 확보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3가 초등학교에서는 전학년 미술, 무용, 연극, 음악 교육을 학년별로 시행하고 있다. 수지 오 교장은 "우리 학교는 연방정부로부터 받는 예산이 없으므로 주교육부에서 받는 예산만으로는 효과적인 예능교육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다행히 부스터 클럽에서 학부모들이 자체적으로 기금을 모아 오케스트라, 무용, 연극 등 수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바트 초등학교는 예능교육 중 미술과 음악교육을 시행하고 있는데 미술의 경우 미술사를 배우며 이와 관련된 그림 그리기를 한다거나, 음악의 경우 노래가사에서 새로운 단어를 배우며 곡에 맞춰 노래하는 등 대부분 언어교육과 결부시켜 수업을 진행한다. 또 그밖에 오케스트라 교사를 일주일에 3번 초빙, 원하는 학생에 한해 악기연주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조나단 백 교감은 "영어미숙련 학생이 많아 특히 영어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으므로 예능교육도 이와 결부시키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립인 윌셔초등학교는 엄인용 음악담당 교사에 따르면 미술수업은 인근의 공립학교와 비슷하게 각 담임교사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며 음악수업은 2명의 음악담당 교사가 전체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킨더가튼과 1학년, 4학년은 주 2회, 2, 3, 5, 6학년은 주 1회 리듬익히기, 노래부르기, 악기다루기 등 일반음악을 배우고 그밖에 오케스트라, 코러스, 뮤지컬디어터는 따로 프로그램을 마련해 자원자에 한해 수업을 받을 수 있다.
공·사립을 막론하고 평가는 기술보다 참여도와 출석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성적표에는 예능(Visual & Performing Arts)과목으로 표기된다.
▲체육교육(Physical Education)
공립초등학교 체육교육은 예능교육과는 달리 의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주일에 최소 100분 이상 주교육부가 제공하는 교육지침(guidelines)에 따라 수업을 하도록 돼 있으며 교육지침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내에서 구체적 학습내용과 시간분배는 학교장 또는 교사재량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클래스 규모는 캘리포니아 공립 초등학교의 모든 다른 과목의 수업과 비슷하게 배정돼야 하며 수업시간중 50% 이상은 중간∼극심한 강도의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모든 학생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구나 기구가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출석점검을 포함한 수업에 동원되는 교사의 모든 행위는 수업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만 허용된다.
즉 체육이 훈육(Disciplinary Measure)이나 체벌을 목적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 또 성별에 따라 그룹을 나눠서는 안되며 개인교습(independent study)을 받고자 할 때에는 학교별로 규정돼 있는 방침을 따라야 한다. 역시 평가는 참여도와 출석률을 위주로 이루어진다.
sangk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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