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개국 조직망 ‘다국적 기업’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테러조직 알 카에다(Al-Qa’eda). 경제적인 면에서 이들 조직을 해부하면 이들은 탄탄한 조직을 갖춘 다국적 기업이다. 빈 라덴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50여개 국에 조직망을 갖추고 각종 비즈니스 조직과 금융망을 이용해 엄청난 자금을 운영하며 테러조직을 꾸려나가고 있다. 테러사건을 수사중인 미 정부기관에 따르면 알 카에다는 마치 ‘포춘500’ 회사와 같이 수 많은 직원을 거느린 국제적 대기업으로 연 예산만도 천만달러 단위에 이르고 있다.
미정부도 테러 활동을 근본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알 카에다 조직을 체계적으로 파악, 그 자금줄을 끊어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부시 대통령의 명령에 의해 이미 상당수 관련 조직이 압수와 자금동결 조치 등의 제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복잡하고 용의주도하게 짜여져 있는 알 카에다의 조직망을 완전히 분쇄하기는 현재까지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수사기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단위로 파악한 알 카에다라는 대기업은 어떤 조직인지 사내구조와 영업망, 그리고 그 재정상황 등 경제적 측면을 연방 법무부등 관련기관 자료를 통해 분석해 본다.
■다변화된 수입원
테러조직 운영을 위해 상당액의 자금을 사용함으로써 오사마 빈 라덴의 개인재산이 최근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으나 알 카에다는 고정 수입원들로 탄탄한 재정기반을 갖추고 있다. 특히 알 카에다의 수입원은 중동을 비롯해 유럽과 북미,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에 존재하고 있다. 수입을 올리는 방식도 합법적인 비즈니스, 밀수, 돈 세탁, 자선단체 기부금 등 다양하다.
◇가장 큰 자금줄은 역시 후원자들의 직접 기부금이다.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해 중동지역의 거부들은 빈 라덴과의 개인적인 친분이나 미국에 대한 적대의식이라는 공감대 형성으로 거액의 현금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후원자들은 알 카에다로부터의 테러를 미리 막는 차원에서 이들 조직에 기부금을 헌납, 형식은 기부이나 내용적으로는 강압적인 자의반 타의반의 기부를 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의 조직 폭력배 처럼 세계적인 폭력조직이랄 수 있는 알 카에다는 무력과 테러의 파워를 주요 영업수단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합법적인 비즈니스를 통한 자금 동원은 가장 추적이 힘든 부분이다. 알 카에다는 중동, 유럽, 북미 등지에 베이커리와 꿀 판매점등 소매업을 비롯해 무역회사 등을 통해서도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알카에다는 대담한 범죄행위를 통한 이익창출을 주저하지 않는다. 마약과 아편을 미국으로 밀수하는가 하면 미사일, 폭탄, 총기류 등을 선박이나 트럭에 몰래 숨겨 국경을 넘나들며 거래하고 있다.
◇알 카에다가 갖는 독특한 수입원중 하나는 이슬람 종교단체를 통한 헌금형식이다. 다양한 이름으로 가장한 단체 중에서도 빈 라덴이 이끄는 아랍을 위한 축복 구호단체라는 뜻의 ‘무와파그’는 가장 큰 돈줄 중 하나로 한번에 1백만 달러가 넘는 액수를 헌금형식으로 은행을 통해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빈 라덴은 알 카에다 그룹의 왕회장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벌기업의 총수를 연상하면 된다. 빈 라덴은 회장의 직위에 군림하면서 각 계열회사의 사장 격인 분야별 조직대표들과 정기적인 회의를 갖고 명령을 내린다. 빈 라덴의 밑에는 2인자로 알려진 아이만 알-자와리라는 인물이 있는데 그는 30여명으로 구성된 각 분야별 조직대표들을 총괄하는 최고위원으로 각종 정책을 수립한다.
빈 라덴이 거느리는 알 카에다는 군사, 비즈니스, 해외여행, 종교등 다양한 산하기업 형태의 분과로 나누어져 있다. 이들은 상부의 명령에 의해 각각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예를 들면 군사분야는 조직원 훈련, 무기사용, 공격계획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비즈니스 분야는 각종 사업분야를 총괄하며 산하에 여행담당 부서에서는 항공티켓과 가짜여권 작성, 인사부에서는 조직원 급여지출 등을 담당하고 있다.
빈 라덴의 기업운영 방식은 상당히 민주적인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각 분야 의원들의 만장일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며 특히 최고의원인 알-자와리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다. 하지만 빈 라덴의 부하직원 중에는 그의 의견에 반대입장을 제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나친 사업 확장으로 인한 재정악화
빈 라덴은 ‘와디 알-아키’라는 투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비즈니스와 테러리즘을 결합한 9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히즈라 건설회사는 도로와 다리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폭탄을 구입한다. 쿠다랏 운송회사는 트럭제공을 담당하고 있다. 타바 인베스트먼트사는 수단의 화폐로 물건을 판매하고 영국 파운드로 이를 환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수단의 알 샤말 이슬라믹 은행은 빈 라덴의 돈을 전 세계로 송금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사업체를 거느리다 보니 사업 영역도 문어발식으로 확장되고 직원들도 급격하게 불어나 빈 라덴의 재벌그룹은 최근 들어 적지 않은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구, 설탕, 비누, 오일 등의 회사를 운영하고 대규모 농장 등을 수십만 달러에 구입하면서 자금회전에 압박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집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매니저급 조직원에게 거금 4,800달러의 월급을 지불하는가 하면 600명의 직원을 보유한 건설회사가 수단정부로부터 250만 달러의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등도 재정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수단 정부와의 관계악화는 미국과 사우디가 수단에 압력을 가함으로서 발생한 것으로 빈 라덴은 이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그룹본부를 옮긴 후에는 탈레반 정권과 직거래를 하며 탈레반 고위층에게 칸다하르의 주택단지를 제공하는 등 좀 더 밀착되고 효과적인 지출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알 카에다 돈 줄 근본적인 차단 어려워
방대한 사업망을 구축하고 있는 알 카에다의 조직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미정부가 자금줄과 은행구좌 등을 완전 차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거액의 테러자금과 알 카에다와의 연계성을 밝히는 작업이 가장 애를 먹고 있는데 이는 수많은 은행구좌가 빈 라덴의 이름이 아닌 일반인으로 가장한 조직원들의 이름으로 개설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과 알 카에다 관련재산 동결조치에도 불구하고 중동의 은행들은 정부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아 각종 자금 결제의 조작이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빈 라덴은 ‘화왈라’라는 고전적인 자금결제 방법을 통해 서류나 전자송금 등의 증거를 남기지 않고 조직원들의 신용거래를 통해 돈을 움직이고 있다.
chrisk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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