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4시간의 수다였다. MBC TV 미니시리즈 <반달곰 내 사랑>을 막 끝낸 송윤아(29)와 술잔을 앞에 두고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드라마 쫑파티 때 찾곤 했다는 서울 신사동의 고깃집 ‘박대감네’의 방 한켠에서 만난 송윤아는 청바지에 블랙 재킷의 편안한 옷차림이었다.
그는 불과 1주일전 TV속에서 봤던 것과 달랐다. 피부는 훨씬 윤기가 흘렀고, 표정도 무척 편안해 보였다.
송윤아와 만난 시간은 오후 5시 20분. 저녁을 먹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었다. 하지만 송윤아는 고기부터 찾았다. 그때까지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집에만 있었다면서 그 시간까지 밥을 먹지 않았다니.
“드라마 끝나고 낮엔 계속 잠만 자고 밤에 눈을 뜨죠. 그랬더니 살도 찌고, 얼굴도 편안해졌어요.” 그 날도 약속시간전까지 자다 나왔다고 했다. 그럼 밤에는 뭘 할까.
“드라마가 끝난 다음날 비디오를 총정리 했고, 그 다음날엔 수천장에 이르는 CD를 정리했죠. 그리고 그제(14일)는 옷방을 정리했어요. 아침에 엄마가 너무 좋아하세요.”
당뇨병 아버지에 눈물
말이 나온 김에 아버님 건강을 물었다. <호텔리어>가 끝난 날 그의 아버지가 지병인 당뇨로 입원했었다.
“그냥 그러세요. 어젠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제가 며칠만에 집 밖을 나가서 빵을 사왔어요. 엄마랑 부엌에서 몰래 먹고 있는데 그걸 보고 드시고 싶어하더라구요. 당뇨에는 단 음식을 피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우리도 한 조각만 먹고 그만뒀는데, 조금 후 엄마가 아빠 야단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빠가 몰래 드셨나 봐요.”
이 말을 하며 그는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술을 잘 못한다고 해서 한두잔 마시고 말겠지 했는데 그래도 꼴짝꼴짝 꽤 마셨다.
이번 자리의 주종은 매실주였다. <호텔리어> 쫑파티 때 처음 그 술을 마셨는데 달고 맛있어서그 이후부터는 술자리 갈 일이 있으면 그 술만 마신다. 양주를 마셔야 하는 자리에서도 매니저가 몰래 사가지고 들어온다고 한다.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꼬마 손님이 찾아왔다. 4살짜리 이 남자 아이는 쭈뼛쭈뼛문 앞에 서있었다. 쑥스러운지 송윤아가 자꾸 와보라고 해도 그냥 서있을 뿐이었다. 급기야 꼬마의 할아버지가 와서 미안하다며 강제로 안고 갔다. 순간 꼬마아이의 울음소리가 음식점에 울려 퍼졌다.
그는 그렇게 보수적이셨던 부모님이 변했다고 말했다. 며칠 전에는 뜻밖의 말씀도 하셨다는 것이다.
나이 서른…내 자신에 대해 고민중
“‘드라마가 끝났으니 외국여행이라도 다녀오지 그러냐’고 그러시대요. 그말 듣고 고민에 빠졌어요. 우리 나이로 서른살인데 혼자 할 줄 아는 게 없더라구요. 어디를 가야 할 지, 티켓은 어떻게 끊어야 하는 지 등등. 요즘 송윤아라는 애 자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예요.” 그러면서 자기 스타일에 맞게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스타일 말이 나왔으니말인데, 스스로 나 같은 애가 어떻게 연예인이 됐을까 하는 생각도 했단다.
“게으른가 봐요. 다른 배우들은 손톱 정리 같은 것도 미용실에서 자주 한다는 데 전 연중 행사거든요. 보세요”하면서 나름대로 다듬은 손톱 중 뭉툭하게 뚝 잘려진 오른손 네번째 손톱을 보여준다.
"이 기사 나가면 술광고 또 하겠네"
이야기 도중 사진을 찍어야 했다. 송윤아는 능숙한 포즈로 술 마시는 사진을 찍었다.“저 술 광고 했잖아요. 이 장면 나가면 다시 들어오겠는데요”라며활짝 웃는다.
만만찮은 나이. 결혼을 생각해 볼 나이여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송윤아는그냥 쓴 웃음을 지은 채 다시금 술잔을 기울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매니저 황경수씨가 “에이, 3~4년 뒤에나 할 거예요. 내년엔 다시 한번 도약해야죠”라며 분위기를 푸는데도그는 그저 쓰게 웃고 말았다.
별다른 취미생활도 없어 어떻게 쉬어야 하는 지 몰라 주위 사람 다 말리는데도 <호텔리어>가 끝난 후 두 달 만에 <반달곰 내사랑>에 들어갔다. 무지막지할 만큼 송윤아의 촬영분량이 많았고, 본인 표현대로라면 ‘시청률도 망했던 드라마’여서 곱절은 힘들었다.
"이젠 좀 쉬어야겠는데…" 그게 될까
“이젠 좀 쉬어봐야 겠어요. 내가 나 자신을 편안하게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쉬게 내버려둘 것 같지 않다. 이미 <엠바고>란 영화의 출연이 확정됐고 또 한편 결정을 앞에 두고 있다.
지난 연말께부터 송윤아와 만나왔던 기자는 이번에도 역시 ‘생각이 깊은 배우’라는 느낌을 확인했다. 지면에 다 옮길 수 없을 만큼 연기에 대해, 인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 기자로서도 보람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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