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80년대 후반쯤으로 기억된다.88올림픽을 전후해서 일어난 시점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한 탈주범의 말이 본국사회에 널리 회자된 적이 있다.
그 말은 지금도 마치 관용구처럼 사용되고 있으니 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이다.
’지강헌’이라는 이름의 죄수가 미결수 일당과 함께 탈주해 가정집에 침입, 인질을 붙잡고 경찰과 대치하며 절규하던 모습이 TV는 물론이고 본국 신문들의 1면에 일제히 실렸던 것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당시 지강헌은 대치 와중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외치며 죽어가 본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었고 아직도 본국사회나 동포 사회 일각에서는 이 말의 유래를 아는지 모르는지 수시로 사용되는 것을 보게 된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는 식의 분위기가 팽배했던 한국사회에서 이 말은 언론을 타고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지강헌을 동정하는 여론이 생겨나자 급기야 사법부와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 일각에서는 ‘신문과 방송이 무책임하게 극악범의 말을 여과없이 보도한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아무리 그래도 그는 범죄인일 뿐’이라고 일제히 주장했었다.
그래도 당시 지강헌의 절규가 방영 보도된 것은 사건현장이 눈앞에 있고 일반국민들에게 위해가 갈 염려는 없었다는 측면에서 불가피했다고 수긍할수 있는 면이 있다.
하지만 요즘 미국언론이나 부시대통령의 대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고 실망을 금할수 없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은 아프간 산골짝에 앉아서 여유있게 ‘추가보복테러’운운하는가하면 ‘이슬람은 뭉칠 것’ ‘미국인들은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말을 흘리고 있고 세계초강대국의 부시대통령은 일개 테러범의 말에 일일이 대응하고 있는 것은 물론 세계 최고의 방송망을 가졌다는 유력방송들은 빈 라덴의 ‘이슬람 성전촉구’메시지를 그대로 틀어대 왔으니 빈 라덴은 산골짝에 앉아서 할수 있는 홍보활동은 다 하고 있는 셈이다.
아닌게 아니라 아프간 공습직후 발표된 빈 라덴의 성명이 TV에 나간 뒤에 파키스탄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아랍권 일각에서 반미운동이 불씨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반미시위 모습이 계속 TV를 타고 ‘선동적으로’ 방영되면서 급격하게 합류세력이 늘어나 이제 이슬람권 국가들의 반미시위는 쉽게는 다스리지 못할 노도처럼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빈 라덴이나 그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대변인이 TV를 이용해 마치 이슬람을 대표하는 것처럼 ‘성전’을 촉구해대자 단순한 이슬람권 신도들은 마치 미국의 공습이 이슬람을 박해하는 것처럼 비쳐져 중고등학생들까지 거리로 뛰쳐나와 성조기와 부시대통령의 초상을 짓밟고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어느 종교가 무고한 인명을 수천명이나 죽이는 테러를 옳다고 하겠는가. 이슬람도 마찬가지다.
사태 발생초기 부시행정부는 이슬람권 지도자들의 입을 통해 ‘오사마 빈 라덴은 아랍권에서도 추방당한 인물이며 빈 라덴 때문에 이슬람이 왜곡되고 있다’는 빈 라덴 규탄성명을 발표하도록 고도의 심리전 및 외교전을 펴야했다.그래서 이번 사태가 이슬람사회 일반과 연결되는 것을 어떻게든 차단하는 쪽으로 흐름을 몰고 갔어야 했다.
옛말에도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뜻의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전략이 있지 않은가.거기다 탈레반 정권은 이슬람에서도 혀를 내둘렀던 정교일치의 극단주의 정권으로 전세계에서 인접국 파키스탄만 제대로 정부대접을 해주었던 곳이다.
그런데 지금 형국은 어느새 빈 라덴이 이슬람의 전도사처럼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드는것이다.
당한 것은 미국인데 반미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아프간 공습 와중에서 민간인들이 숨진 것은 성조기를 불태울 정도로 분노할 일처럼 되어가고 있지만 무고한 뉴욕시민 수천명이 졸지에 죽은 것은 당연히 알바없는 일로 도외시되고 있는 것이 요즘 이슬람권의 분위기다.
게다가 세균전을 방불케하는 탄저균 감염소동이 벌어지고 하루종일 불안만 확산시키는 ‘탄저균 뉴스’가 채널을 틀기만 했다하면 나오는데 이르러서는 더 이상 뉴스채널을 보고싶지 않은 마음마저 든다.
도대체 국민들더러 어쩌라는 말인가.우편물도 받지말고 어디에 가지도 말고 방독면과 항생제나 구입해서 집에 있으라는 말인지. 그렇게 테러가 무섭고 두렵다면 테러와 함께 생활하다시피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어떻게 그땅에 살고 있겠는가.
이런 와중에 카에타노주지사는 관광업계 대표자 20여명과 일본에 가서 ‘하와이는 안전하니 염려말고 관광을 와도 된다’고 1백만불 이상의 돈을 들여 외치고 왔다 하니 차라리 그 돈으로 실직자들에게 생활비라도 나누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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