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서 혜성, 유성 사진 찍는 아마추어 월리 파초카
1997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사진’은 그 해에 지구의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던 헤일-밥 혜성의 멋진 모습이었다.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과학자도 천문학 교수도 아닌 아마추어 천문사진작가이자 회계사 월리 파초카(52)였다.
평생에 걸친 밤하늘에 대한 사랑으로, 보통의 카메라를 가지고 수많은 혜성이나 별똥별을 포착해낸 아마추어 천문사진작가 파초카는 "내가 보통 사람들이 보지 않는 것을 보기 시작한 것은 신의 선물이죠. 우주란 우리들이 즐기도록 신이 창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롱비치에 살고 있는 파초카는 일년에 여섯 번쯤 촬영여행을 떠난다. 지난 8월에도 퍼세이드 유성우를 찍기 위해 35mm 카메라와 삼각대, 손전등을 가지고 인디언 코브의 캠프장으로 갔다. 근년 들어 유성우도 많았고 혜성도 많이 나타나서 쟈슈아 트리로 촬영을 간 적이 많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밤하늘과 사랑에 빠졌다. 몬트리올 교외의 작은 마을에서 일곱 아이 중 하나로 자라난 그는 6학년 과학책을 펴는 순간 태양계의 그림에 매료되어 버렸다. 그는 곧장 시골집 밖의 어둠 속으로 걸어나가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다보았다.
"식구들은 나를 이상한 아이라고 여겼지요. 늘 별만 쳐다보고 있었으니까요. 나는 저 멀리에 또 하나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에 매혹되었던 겁니다"
처음에 그는 그저 하늘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을 필름에 담기 시작했다.
그는 몬트리올 천문클럽에 가입했으나, 열다섯살 되던 해 비행기 회사에 근무하던 아버지가 가족과 함께 롱비치로 이사를 했다. 남 캘리포니아의 불빛들은 별을 관측하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엔 실망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도시를 벗어난 곳에 위치한 광대한 주변지역들은 오히려 천문관측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으로도 갔지만 사막에서 별을 보는 것만은 못했다. 특히 거대한 손가락 형상의 붉은 바위와 쟈슈아 트리가 달밤이면 그림자를 자랑하는 인디언 코브는 일품이었다.
그는 이따금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가기도 하지만 주로 혼자서 관측을 다닌다. 관측여행이 거듭되면서 그는 혜성과 별똥별 사진을 찍는 일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1986년 핼리 혜성이 가까이 왔을 때, 일출 직전에 빛나는 핼리 혜성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그는 수없이 쟈슈아 트리를 찾았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핼리 혜성을 보지 못했습니다. 나 같은 광신도나 볼 수 있었죠"
수년간에 걸쳐 그는 독특한 사진 스타일을 개발했다. 사막의 모습을 전경으로 삼고 그 뒤로 별똥별이나 혜성을 포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사진을 보는 사람이 마치 현장에 있는 듯이 느끼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996년에 햐쿠다케 혜성이 왔을 때는 근처에 캠핑하던 컵 스카웃 아이들 덕분에 새로운 테크닉을 개발했다. 스카웃의 캠프파이어 근처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불빛이 사진의 전경으로 잡아 놓은 바위 위로 비쳤던 것. 사진을 인화해 놓고 보니 하늘뿐만 아니라 모든 풍경이 다 밝게 빛나던 그 사진이 무척 그의 마음에 들었다.
그 테크닉을 다 개발했을 때쯤에 헤일-밥이 나타났다. 그는 렌즈를 30초 동안 열어놓는 한편, 전경으로 들어갈 바위들을 손전등을 흔들면서 비췄다. 그렇게 해서 찍은 사진들 중 몇 장을 연방우주항공국(NASA)에 보냈다. NASA에서는 일반인의 작품 중에서 몇 장을 골라 웹사이트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침 그 해 최고의 뉴스 중 하나였던 헤일-밥의 사진 가운데 잘된 것을 찾으려고 웹사이트를 뒤지던 타임지의 편집진이 파초카의 작품을 선택했다. 타임지에 게재가 되자 세계 각국에서 그 사진을 사겠다는 제의가 쇄도했다. NASA 웹사이트의 ‘오늘의 사진’난에서 그의 작품을 본 꼬마들이 이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독일에서 온 이메일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저희는 안네 프랑크 초등학교 6학년인데요. 우리들이 당신이 찍은 헤일-밥 혜성 사진을 좋아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전 세계에 걸친 관객들이 반갑다고 그는 말했다. 왜냐하면 그는 늘 자신이 필름에 포착한 아름다움을 다른 이들과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태껏 수천장의 사진을 친구들과 친척들에게 나눠주었다. 대부분 혜성과 별똥별 사진들인데, 이는 그가 다른 것은 거의 찍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식당 웨이트리스에게 팁과 함께 별 사진을 건네주기도 했다. "그 사람들은 그런 사진을 받은 적도 없고 떨어지는 별을 본 적도 없지요. 나는 보통 사람들에게 평소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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