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한계성의 동물이다. 한계성이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지 못함을 뜻한다. 시공을 초월치 못함이란 개체에 대한 수동성을 포함한다. 개체에 대한 수동성이란 자신의 뜻 밖의 사건안에서 인간은 태어나고 죽어간다는 것을 내포한다. 이것은 곧 인간의 삶은 생사와 관련된 관계 속에서 자신도 알수 없는 지극히 제한된 시간을 보내고 사라짐을 뜻한다.
인간이 가진 한계성에는 육체적인 것, 정신적인 것, 물질적인 것, 마음적인 것, 관계적인 것 등을 들 수 있다. 한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육체의 한계성만 보더라도 ‘나’(我)라고 하는 개체는 ‘나 일 수’ 밖에 없다. ‘내’가 결코 ‘너‘가 될 수 없는 한계성이다. 이 말은 곧 ‘내 몸’은 나의 것이지 ‘너의 것’이 될 수 없는 제한성을 나타낸다.
육체적 한계성엔 다분히 경험적인 것이 들어있다. 경험이란 인간 개체가 겪을 수 있는 범위의 총체다. 나의 경험은 ‘나의 것’이지 결코 ‘너의 것’은 될 수 없다. 이것은 직접경험이다. 반면, 간접경험은 ‘너의 것’이 ‘나의 것’으로의 변환을 일으킨다. 변환이 일어나도 너의 경험은 제한된 속성을 갖고 그 경험안에서의 나의 것으로 전환될 뿐이다. 일종의 한계성이다.
너의 경험이 나의 경험으로 전환될 때 그 매체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 중 가장 애용돼 온 것이 경험을 언어와 문자의 집합체로 나타낸 ‘책’이다. 인간이 인간문명을 일으켜 모든 동물의 으뜸이 된 것도 모두다 이 ‘경험 이어짐’의 개발 때문이다. 경험 이어짐의 매체는 문자요 문자를 집합시켜 대대로 물려준 것이 책이기에 그렇다. 그것은 지금 컴퓨터를 매체로 하는 최첨단 인간 창조물인 인터넷으로 바뀌어 있다.
정신적 한계성엔 다분히 상상적 그림들이 내재한다. 상상이란 인간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제한된 경험을 바탕으로 펼치어진다. 그리고 상상은 경험을 토대로 무엇인가를 창조해 낼 수 있는 힘을 갖는다. 그러나 그런 창조성도 제한을 받는다. 그 제한이야말로 인간이 갖고 있는 한계성을 뛰어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
정신적 한계는 인간을 비인간으로 만들어가는 중요 포인트가 된다. 그러한 정신적 한계가 낳는 하나의 구체적 예가 종교의 탈을 쓴 종교라 할 수 있다. 모든 종교의 존재 의미중 하나는 인간이 정신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함을 채워주는 또 하나의 출구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가 만능일 것처럼 여겨지지만 종교 역시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들어 논 것이기에 인간의 한계성을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종교와 종교간의 분쟁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한계성으로부터 발생됨이 또 하나의 구체적 그 이유가 된다. 여기에 인간 한계성의 동물적 비극이 도사리고 있다.
물질적 한계성은 다분히 마음적 한계성과 연결된다. 욕심이 없으면 물질의 한계성은 곧 사그러지고 만다. 인간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욕심이야말로 물질적 한계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인간의 또 다른 형태이자 피치 못할 속성이다.
욕심은 인간 욕구에 의거한다. 인간욕구는 인간의 몸 속에 유전자처럼 퍼져 있는 본능에 속한다. 마음이 한계적 상황을 벗어나지 못함은 욕심을 100% 제어할 수 없다는데 기인한다. 살아있는 한 인간은 먹어야 하고, 살아있는 한 인간은 사랑을 해야한다. 먹는 것은 살기 위함이요, 사랑은 종족번식을 위한 인간욕구충족의 또 다른 본능이다.
동물적인 인간의 한계성중 가장 풀기 어려운건 관계의 회복이다. 종교가 종교로 태어남은 보이지 않는 곳과 보이는 곳의 관계회복을 위한 인간 몸부림의 결과이다. 신도, 불성도, 알라도, 인간의 눈엔 보이지 않는다. 우주의 끝도, 세월의 끝도, 공간의 끝도, 모두모두 인간의 눈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의 관계회복이야말로 인간의 최대 한계성인지도 모른다.
수동적으로 태어나 시공을 초월치 못하는 인간들. 육체와 정신과 마음을 갖고 물질에 얽매여 관계회복의 한계성을 벗지 못하는 욕심많은 인간들. 이런 인간의 한계성 안에 동물의 본성이 웅크리고 있음을 어찌 부인할 수 있으랴. 인간의 한계성은 곧 인간세계의 한계성으로 직결된다. 세상이 평화롭지 못함도 모두 인간한계성의 결과로 나타난 귀결일 수 있다. 인간이 참으로 인간이 되고 세상이 평화스러워 지려면, 인간이 동물의 한계성을 극복하는 길 만이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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