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압력밥솥이 참 무섭다. 십수년전 압력밥솥을 처음 보고 안열린다고 억지로 돌렸다가 솥뚜껑이 펑 치솟아 천정을 때리는 바람에 혼이 났다. 맞았다면 안면이라도 날아갔을 것이다. 지금도 밥 익는 소리가 ‘쉭~’나면 불 끄러 달려가는 사람은 아내보다 내가 먼저다. 밥이 설익어도 나는 그 속의 터질 듯 달은 공기가 빠져 나가야 안심이 된다. "생각해봐라 팽창할대로 팽창한 공기가 어찌 쇠그릇이라고 빈틈을 비집어 터져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냐 말이다". 아내가 빙글빙글 웃어도 나는 할 수가 없다.
쇠막대기가 부러지는 것은 과도한 힘이 한번 세게 실려서만은 아니다. 수년동안 무게를 감당하며 끄떡없이 버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무너질 때가 있다. 금속공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금속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풀이한다. 쇠막대기도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쇠약해지고, 부러진다. 인간은 말할 것도 없다.
여객기 테러 참사로 세상이 뒤숭숭하다보니 강철같은 신념과 이상이 때로 얼마나 위험한가 절감한다. 테러리스트들은 이상주의자들이다. 대개 매우 고양된 가치관을 갖고 있다(자신이 믿기에는). 자신의 이상에 철저하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괘념치 않는다. 그래서 빗나간 이상주의는 종종 악마적이다. 이번 테러참사가 그렇다. 알라를 위해서라면 ‘제 목숨 폭탄될 만큼’ 빈 라덴의 이슬람 원리주의에 철저했고, 5천여명의 무고한 생명을 재로 만들만큼 악마적이었다. 컴퓨터 가상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어찌 정상적인 인간이 그런 일을 자행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종교의 탈을 쓴 광기요 인간본성이 극도로 뒤틀린 스트레스의 한 형태일 뿐이다.
극단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빈 라덴의 무리들뿐 아니라 이점 미국도 마찬가지다. 테러를 징벌해야 마땅하지만 너무 나가면 곤란하다. 역사학자라는 사람이 "테러 ‘가능한 혐의가 있는’ 국가들은 미국이 신탁통치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유력신문에 기고를 하거나, 미국내 이슬람인에 대한 해코지 등의 망칙한 일들이 확대재생산돼서는 안된다. 성조기를 단 자동차가 달리는 것을 보는 것은 경쾌하다. 그러나 프리웨이위의 자동차가 모두 성조기를 펄럭이면서 달린다면 매우 음산해질 것같다.
이즘(ism) 치고 본래 뜻대로 되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다. 무슨 좋은 가치든 이즘이 되면 본질에서 벗어나고 만다. 이즘보다 생명과 개인의 자유가 더 본래적 가치다.
이즘은 스트레스일 뿐이다. 스트레스는 풀어야 한다. 풀지 않으면 어디로든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최고의 건강식이 개소주나 뱀탕이 아니라 그냥 밥을 맛있게 잘 먹는 것이듯 슬픔을 극복하고 사태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담담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뒤틀린 심사에서 뒤틀린 결정이 나오고 건강한 마음에서 건강한 처방이 나온다.
전쟁이 도를 더할수록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담담한 마음, 스트레스없이 올바른 생각과 처방을 내리기에 가장 적합한 심리 상태에 이르게하는 효과적이고 실현가능한 처방중 하나는 운동이다. 몸을 풀고 다리를 움직여 보라. 똥볼이라도 힘껏 차보라.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는 통제하기 어려운 열기가 발산, 제어된다. 운동을 하면 가상게임에서나 할 짓을 진짜로 하지는 않는다. 가녀린 바람에도 흔들리는 인간이기에, 운동은 명약이다. 몸 뿐 아니라 마음에도.
거리에 펄럭이는 성조기 숫자가 늘어갈 수록 플레이오프가 열리는 야구장으로 나가는 것이 건강한 미국을 위해 좋다. 애국심을 우습게 보거나, 무관심과 방종, 혼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힘의 근원인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이 전쟁이란 획일앞에 침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밤 토마 호크가 불을 뿜는 공습장면을 볼 것이냐, 야구를 볼 것이냐. 이 중차대한 결정에 대한 해답은 ‘마음내키는대로’이다. ‘가을의 전설’ 월드시리즈로 향한 플레이오프가 ‘전쟁중 스포츠’로 빛이 바랜 감이 없지 않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서 야구가 보고 싶다면 TV채널을 플레이오프가 열리는 야구장으로 맞추자. 폭탄 투하 장면에 채널을 고정하지 않으면 애국자가 못될 것같은 강박감은 해롭다. 야구구경은 건강한 미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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