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상, 코칭스태프 불만 이례적 직격 토로
▶ 박찬호 ‘탈많고 말도 많던’ 2001시즌 결산 인터뷰
박찬호는 자유 계약 선수가 되면 어떤 팀을 선택할 것인가 등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와 기초적인 협의도 하지 않은 상태여서 말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박찬호와의 일문일답이다.
_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유난히 힘들어 보였고, 침묵을 유지했는데.▲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오른손 검지 부상을 당해 처음부터 힘들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당시 부상은 비밀로 했다. 코칭스태프에만 보고를 해서 불펜 투구 시작 시기를 늦추었으며 외부로는 알리지 않았다. 무사히 시즌을 시작한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시즌 초반(5월1일 신시내티에서 불펜 투구 도중)에 허리 부상을 당했다. 시즌 내내 이것이 나를 괴롭혔다. 러닝을 할 수 없게 된 것이 결정적이다. 후반들어 부진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나는 많이 뛰어야 리듬을 유지하는 투수이다. 실내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심폐 기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뛰면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정리를 했는데 그것을 하지 못했다.
-직구 스피드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다.▲물론 허리 부상 때문이다. 허리가 아프니까 러닝을 할 수도 없었다. 자연히 팔로만 던질 수 있는 변화구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
-허리는 어느 정도였는가.▲2번의 위기가 있었다. 도저히 던질 수가 없어 등판을 포기하려고 했을 정도이다. 가장 힘들었을 때가 8월19일 뉴욕 메츠전(패) 등판 직전이며 9월21일 애리조나전 째는 경기 전날 애리조나 피닉스의 숙소에서 계속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애리조나전 때는 혼자 먼저 이동했기 때문에 코칭스태프에 등판을 못하겠다는 말을 못했다. 다음 날 조금 나아져 그냥 던졌다(승패없음).
_9월17일 샌디에이고전 구원 등판(아웃 카운트 없이 2안타 4실점 패배)이 결정적으로 나빴다. 당시 상황은.▲경기 이틀 전에 그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던 케빈 브라운이 ‘현재 내 컨디션이 나쁘니까 곧 바로 마운드를 내려 올지도 모른다. 구원 등판 준비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7회가 됐다. 나는 경기 중반을 넘어 서면서 던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등판 지시가 내려 왔다. 경기를 마치니까 코칭스태프에서 구원 투입에 대해 물으면 이렇게 대답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_코칭스태프와의 불화설이 있는데.▲사실이다.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내가 예년과 다르게 침묵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말을 하면 팀 분위기가 깨지고 시끄러워진다. 알다시피 감독과 투수 코치 모두 금년이 첫해였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책임에 대해 예민했다. 물론 그들은 나를 고참이라고 생각하고 알아서 할 수 있다고 봤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코칭스태프에서 먼저 조정해줘야 할 일이 있다. 테리 아담스도 무리하게 던지다가 팔꿈치에 뼈 조각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_가장 좋았던 경기와 나빴던 경기는.▲8월24일 애틀랜타전에서 1실점 완투승을 거뒀을 때가 좋았다. 전 경기였던 19일 뉴욕 메츠전에서 부진한 투구를 하고 완전히 자신감을 잃었었다. 시즌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스포츠 심리학자인 하비 도프만 박사가 다음 원정지였던 플로리다로 찾아와 자신감을 돌려 주었다. 쉽게 얘기하면 공 하나를 던지는 것 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잔디를 밟고 있을 때 어떤 공을 어디에 던지겠다는 것을 결정하고 투수 판에 서면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다. 주위 상황, 승패에 대한 생각이 들면 그것은 실패이다. 샌디에이고전 구원 등판에 실패한 것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_언제 귀국하는가.▲야구 대회(박찬호기 쟁탈 전국 리틀 야구) 시기가 결정되면 귀국할 것이다. 그러나 일찍 나와야 한다. 11월3일과 17일 매트 허지스와 숀 그린이 결혼한다. 결혼식에 참석할 생각이다. 그리고 재계약 문제 때문에 11월에는 LA에 있어야 한다고 스캇 보라스가 말했다.
_내년에 결혼하는가. 사귀는 사람은.▲내년에 결혼 운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 후년에 할 생각이다. 사귀는 사람은 없다.
_허리는 내년에는 괜찮을 것 같은가.▲문제가 없다. 지금은 피로가 쌓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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