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당포
▶ 경기침체 속 전당포체인점 주가 올들어 2배 급등
테러 여파로 미 경제가 크게 위축돼 있다. 하지만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듯 일부 전당포들은 상대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감원등으로 인한 수입 감소로 당장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물건을 잡히고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줄줄이 전당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LA 타임스는 요즘의 전당포 경기를 집중 보도하면서 전당포의 이같은 상대적 호경기를 보도한 적이 있다. 이 신문은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란 말이 통용되는 비즈니스가 바로 전당포라는 말도 전했다. 전당포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소규모에서 전국 체인의 대형 전당포에 이르기까지 요즘같은 불경기에는 담보 사채 시장(전당포)이 재미를 본다. 돈이 필요한 소비자들은 귀금속등 나름대로 값이 나갈만한 물건을 맡기고 일정기간 돈을 빌려 쓰기 때문이다.
월스트릿 증권가에서도 불경기의 전당포 경기를 확인할 수 있다. 전국 최대 전당포 체인인 ‘캐시 아메리카 인터내셔널’의 주식가격은 금년 들어서만 2배로 뛰었다. 9월11일 뉴욕·워싱턴 동시 테러사건 이후 다우존스지수가 8%, 나스닥은 12% 하락했지만 캐시아메리카의 주식은 8%나올랐다.
700개 캘리포니아 전당포를 대표하고 있는 담보대출 중고거래자협회(CLSDA)의 켄 스미스 회장은 전기세 및 기타 대금청구서를 받은 소비자들이 전당포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버사이드카운티 헤밋에 있는 ‘신디스 전당포’를 운영하는 그는 "1년 전에 비해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전당포에서 75달러를 빌린다면 연리가 55.5%로 높다. 하지만 돈이 필요한 소비자들에게는 금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를 급하게 수리를 해야 하거나 예기치 못했던 병원비를 내야하는 등 저소득 노동자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금융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98년 조지타운대학의 크레딧 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당포를 이용하는 고객의 65%가량이 연소득 2만5,000달러 이하의 저소득층이었다. 은행이나 크레딧 카드 회사에서 돈을 빌리려면 수입이나 크레딧 기록을 요구하지만 전당포는 담보가 될만한 물건만 있으면 만사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전당포에서 적용하는 이자율과 대여기간은 일정치 않다. 텍사스등 미국 남부 주들의 관련법규는 캘리포니아에 비해 상당히 완화돼 있어 전당포 비즈니스가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 텍사스는 대여 기간도 짧을 뿐더러 이자율도 200%를 웃돌 정도로 높다. 캘리포니아는 이들 지역보다 대여 기간이 길고 이자율도 낮기 때문에 전당포가 많지는 않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대여 기간은 4개월이다. 맡겨 놓은 물건을 다시 찾으려면 이기간 중에 돈을 갚거나 아니면 계약을 더 연장하면 되지만 이자율이 더 높아지게 마련이다.
전당포를 처음 찾았던 어빈 오렐라나는 3년전 375달러를 주고 구입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맡기고 100달러를 빌렸다. 밴나이스의 한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그는 주인이 근무시간을 줄이는 바람에 생활비가 쪼들려 전당포를 찾게 됐다. 그가 4개월간 빌린 돈의 이자는 17달러(연 68%)였다. 4개월 후 돈을 갚지 못해 계약을 연장할 경우에는 17달러의 이자를 지불한 후 51%의 1년 이자를 내야 한다.캘리포니아 전당포들의 이자율은 일정치 않고 액수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20달러를 빌릴 경우 이자율은 105%를 받으나 200달러를 빌릴 때는 33%로 크게 떨어진다. 액수가 적을수록 이자율이 높다.
일반의 개념상 고리로 생각하겠지만 앞으로 받게될 주급만을 믿고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는 캘리포니아의 일명 ‘페이데이 대출’(payday loan)업소들보다는 훨씬 싸다. 이런 곳에서는 2주에 450%의 이자율을 받고 돈을 빌려준다.
물건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전당’(pawn)은 구약에도 나올 정도로 사람들과는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매춘에 이어 인류사에 2번째 등장한 비즈니스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
전당포 업계에서는 요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당포는 가난한 사람의 ‘등’을 치거나 장물 처리소 정도의 이미지로 비쳐진 것이 사실이지만 업계는 가난하고 크레딧이 없는 사람들의 또다른 융자 대처수단으로의 이미지로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내 소비자 옹호단체들도 전당포를 은행이나 크레딧카드 기관으로부터 무시당하고 외면당하는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로 인정해 준다. 이 때문에 요즘 이들 단체들은 캘리포니아 전당포 업주들의 일정 수수료 인상 요구를 묵인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전당포에 맡겨진 물건을 주인이 되찾아가는 비율은 70%에 그치지만 감원이 계속되고 불경기가 깊어질수록 그 비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전당포를 찾는 사람들 중에는 당장 돈은 필요해 귀중한 물건을 맡겼지만 갚을 능력이 없어 또다른 물건을 맡기고 이자를 내며 대여 기간을 연장해 나가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john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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