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는 미국의 명문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전망 있는 직업을 잡았다. 아들이 둘인 가정에서 막내로 태어난 앤디는 효심이 대단했다. 맨해탄에서 숙식하며 투자회사에 다녔다. 부모는 뉴저지에 살고 있었다. 머리를 이발한 앤디는 실종 전날 어머니와 아버지를 방문했다. 어머니는 “우리 앤디 너무 예쁘게 머리 깍았네”하며 앤디를 반겼다.
이 어머니의 말이 앤디에게 준 마지막 말이 될줄은 아무도 몰랐다. 26살의 김재훈. 그는 1번 쌍둥이 빌딩 93층에 있다 실종됐다. 평소 잘 알며 지내던 앤디 아빠와 통화를 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많은 사람들이 실종됐다. 하지만 내 지척에 있는 사람에게 이런 슬픔이 생기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한참을 앤디 아빠와 얘기했지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다만 생각 나는건 “간 사람은 갔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나”하는 말과 “앤디 엄마를 잘 케어해 주라”는 말 뿐이다. 아빠들이야 좀 강하지만 엄마의 입장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었다.
앤디아빠는 9월11일 오전 8시48분을 앤디의 기일로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제 자식이 돌아올는지 기약이 없다. 아빠는 강했다. 이 날도 앤디 아빠는 생업을 위해 맨해탄에 나와 있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봤다. 딸 둘이 있는 나에게 작은 딸이 이렇게 당했다면 내 아내는 어찌됐을까 하고.
모성은 강하다. 하지만 엄마의 마음은 찢어지고도 남을 것이다. 이럴 때 앤디 엄마를 잡아줄 사람은 아빠 밖에는 없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아빠이기 때문이다. 아빠마저 무너지면 누가 앤디 엄마를 잡아줄 것인가. 사랑하는 자식이 실종돼 생사마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 엄마의 찢어진 마음은 이 세상의 어떤 위로의 말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부모, 남편, 아내, 자식, 형제, 친척, 친구, 애인을 잃은 모든 유족들.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용기를 줄 수 있는 위로와 도움뿐이다. 어떻게 그들에게 용기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진정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사랑과 위로가 담긴 편지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여기에 앤디 아빠와 엄마에게 사랑의 편지를 띄워 그들의 슬픔에 함께 동참하려 한다.
<앤디 아빠와 엄마에게 드립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드려야 할지요. 그 어떤 말로도 슬픔을 당한 두 분의 마음을 위로할 길이 없군요. 그러나 마음을 굳게 잡수시고 일어나시기를 빕니다. 더 강해 지시기를 바랍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막내를 잃은 두 분의 심정을 조물주께서는 아실 것입니다. 구약의 욥을 생각해 보세요. 욥은 사랑하는 처자와 모든 재산을 잃고 심한 병까지 걸렸는데도 조물주를 원망하지 않았답니다. 그 후에 욥은 조물주로부터 더 큰 축복을 받았답니다. 지금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슬픔으로 세상이 모두 원망스러울겁니다. 그러나 불행할수록 더 큰 마음을 먹고 감사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감사의 조건을 찾아 조물주께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앤디가 이 세상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조물주께 산 제사로 드려진 제물이라고 생각하면 어떨는지요. 마음은 쓰리고 어디에도 호소할 수 없는 두 분의 심정을 전들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이번 참사로 앤디를 포함 해 선량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죽거나 실종 당했지요. 그들의 죽음과 희생은 절대 소홀히 버려질 희생이 아니랍니다. 이번 희생으로 인해 세상에 모든 테러리스트들이 박멸되고 테러를 지원하는 나라들이 없어진다면 앤디의 희생은 그 보다 값진 희생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세상이 보다 더 평화스러워진다면 저 하늘 위의 앤디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꺼예요. 앤디의 희생은 이처럼 값지고 고귀한 것이지요. 남은 일은 두 분이 굳게 일어서서 사랑하는 동생을 잃고 시름에 잠겨있는 큰 아들을 위로해 주시는 것입니다. 잃은 동생의 몫까지 합해 인류를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그에게 베풀어 주세요. 앤디의 육신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의 영혼과 마음은 앤디를 사랑하는 두 분과 형, 그리고 앤디를 그리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서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앤디는 죽지 않고 우리와 영원히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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