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음식의 궁합
좋은 약도 잘못 먹으면 독약
주부 박모(55)씨는 평소 건강관리에 남다른 신경을 쓴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하며 각종 비타민, 한약 등을 꼼꼼히 챙겨 먹고 몸에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병원이나 약국을 찾는다. 그런 그녀가 최근 갑자기 쓰러져 입원했다.
약 먹는 방법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나치게 약을 먹다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독약이 될 수가 있다. 간장과 신장 등에 독성이 쌓인다. 일찍이 약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파라켈수스는 “모든 약은 독약”이라며 약의 남용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작용(길항작용)을 경고했다.
약이 제대로 약효를 발휘하도록 하려면 잘 복용해야 한다. 특히 어떤 음식과 함께 먹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위장 활동을 도와 약 흡수를 촉진시키는 ‘찰떡 궁합 음식’이 있는가 하면, 약효를 떨어뜨리고 오히려 건강을 위협하는 ‘상극 궁합 음식’도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 의대 약리학교실 강주섭 교수는 “모든 약은 간과 신장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간과 신장이 나쁜사람은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의한 후 약물 복용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감기약, 소화제는 우유가 싫다 아진탈, 노루모, 메디자임 같은 소화제나 알드린, 아루포스,로겔, 노이시린 같은 제산제를 복용할 때는 우유ㆍ치즈ㆍ요구르트 등과 같은 유제품 섭취를 삼가야 한다. 우유에 들어 있는 칼슘이 약의 흡수를 막기 때문이다.
감기약이나 변비약은 유제품과 함께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감기약이나 변비약에 들어 있는 테트라사이클린 성분이 유제품과 작용해 약이 20~30% 정도밖에 체내에 흡수되지 않아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약들을 먹은 경우에는 2시간 후에 유제품을 섭취하는 게 좋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최경업 약제부장은 “에리스로마이신 같은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항생제는 오히려 우유와함께 복용하는 게 위장장애를 덜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복용 전에 전문가에게 복용방법과 주의사항을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에서 흡수되지 않게끔 만든 정제인 장용정(腸溶錠)을 우유와 함께 복용할 경우에는 약알칼리 성분인 우유가 위의 산도를 높여 약의 보호막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
◇고혈압 치료제와 과일주스는 상극 포도ㆍ자몽ㆍ오렌지주스 같은 산성 과일주스는 고혈압 치료제(펠로디핀)와 상극이다. 고혈압 치료제와 주스를 함께 복용하면 간 대사작용을 저해하고 혈압을 지나치게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바나나, 치즈, 청어 등도 고혈압 치료제와 상극이다. 이런 음식물에 들어 있는 타라민 성분이 고혈압 치료제에 있는 파르길린 성분과 섞여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제산제도 과일주스와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되는 약이다. 오렌지주스는 제산제의 알루미늄성분을 체내에 흡수 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산성 과일주스나 탄산소다는 제산제가 장에 이르기 전에 위에서 먼저 녹게 만들기 때문에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서울중앙병원 약리학교실 박형섭 교수는 “철분제를 복용할 때는 흡수를 도와주는 산성주스와 함께 복용하는 게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비타민제는 차(茶)와 먹지말자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제(알러젝트ㆍ터페딘)와 당뇨병 치료제 등을 복용할 때는 흰 설탕 및 조미료를 먹지 말아야 한다. 또한 비타민제나 빈혈치료제(헤모페론)를 복용할 때는 녹차나 홍차 등을 삼가는 게 좋다. 녹차나 홍차에 함유된 탄닌 성분이 약물의 고유성분을 변화시켜 약효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술ㆍ담배ㆍ커피와 약은? 일반적으로 약물 복용시 음주와 흡연을 삼가는 게 좋다. 여성호르몬이 함유된 피임약을 복용할 때 지나친 흡연은 혈전증을 유발할 위험이 매우 높다. 흡연은 간의 효소작용을 증가시켜 대사를 촉진하므로 테오필린이 들어있는 천식 치료제를 먹을 때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더 많은 양의 약을 먹어야 한다.
당뇨 치료제를 복용 중인 환자가 술을 마시면 안면이 붉어지거나 두통ㆍ메스꺼움ㆍ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수 있다. 수면제나 진정제, 기침 감기약 등은 술과는 완전히 상극이어서 술과 함께 먹을 경우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술을 만성적으로 마시는 사람은 대부분의 약이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약을 먹을 때는 금주를 하는 게 필수적이다.
약을 커피나 홍차와 함께 복용하는 것도 좋지 않은 방법이다. 적지 않은 양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는 커피, 홍차, 우롱차 등은 강심작용이나 이뇨작용 등을 유발해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혹은 지나치게 강하게 한다. 특히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에 사용되는 약물들은 위액분비를 촉진시키는 이런 카페인 음료와의 복용을 삼가야 한다.
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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