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의 뉴욕 대참사,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사건! 이 역사적 비극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머리를 숙이면 언제라도 눈물이 뚝뚝 듣는 요즈음. 고개 들어 하늘을 보며 눈물을 삼킨다. 인연과 동업중생이 짓는 업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한다.
순식간에 함께 죽은 그 많은 사람들의 관계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인연지어 졌었기에 이 비통한 현실을 연출했으며 많은 사람들 가슴을 울리고 있는가?
트윈타워가 무너져내릴 때 그 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무너져 내렸다.
허망함으로 가슴에 인생의 허무가 쌓이고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비통함으로 밤잠을 설쳤다. 그 무너져내린 마음 한 구석에, 삶의 여정에서 나라는 아 상에 걸려 여과되지 못하고, 욕심과 화남 그리고 어리석음으로 인해 질투시기하며 미움으로 남은 작은 갈등, 불협화음, 분노가 함께 무너져 내렸다면, 그러한 마음의 찌꺼기가 사라질 수 있다면 우리의 슬픔과 아픔이 치른 대가를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슬픔과 절망은 때때로 우리의 마음을 순수하게 정화시키는 역할도 한다는 걸 경험에서 알 수 있다.
이렇게 큰 일을 당하고 나니 무엇을 봐도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자잘한 인간의 감정들이 다 살아있음의 증거임에 어떤 것도 감싸안고 고마워하고픈 마음이다.
온몸이 떨리는 고통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며 삭힐 수 있는 참으로 소중한 인연들의 고귀함이 새삼 그립다.
가수 장미화씨와 함께 뉴욕의 가을밤 울적한 마음 서로 달리며 변화무쌍한 삶의 현장에서 서로가 힘이 되고 있음을 확인하고자 했던 9월 20일 자선음악회는 일단 취소했다. 몇 개월을 준비했던 공연을 취소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슬픈 마음들이 진정하기까지 기다리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기에 여러분의 이해가 있을줄 믿는다.
지금 비탄에 빠져, 삶의 의욕을 잃은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공연을 해야 할까? 그 엄청난 살상을 몇 년간의 계획속에 꾸미고 있었던 그들도 신을 향해 기도를 올렸을 것이란 상상은 종교가, 인간의 염원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생각하게 한다.
‘모든 생명은 채찍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나니 자기 생명에 이것을 견주어 남을 죽이거나 죽이게 하지 말라’는 법구경의 말씀은 우리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타인의 아픔을 배려하는 자비심을 기르게 한다.
별나게 고귀한 가르침도 아니고 특별히 철학적인 표현도 아닌 평범한 말씀으로 우리의 마음을 순화시키는 부처님 말씀. 생명의 근본을 돌이켜 지혜를 얻고 깨달아 이 사회의 곳곳에서 밝음과 평화와 안녕을 기리는 가르침이 더욱 크게 마음에 와 닿는다.
자비와 인연법 자신이 짓는 바 자신이 받는다는 업 사상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살상도 생각할 수 없었을 텐데, 라는 생각은 지금 이 시대야말로 그러한 가르침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인연법과 인과응보의 업 사상을 알리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처님 법을 알리는 일은 우리 일상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며 더 나아가 인류평화와 안녕을 기리는 유일한 길이다’라는 일념으로 불교 포교의 일원인 불교방송을 한 지도 어언 7년이 가까워오고 있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유지되는 열악한 방송이지만, 자녀가 결혼 26주년 선물로 보내온 돈을 물같이 바람같이 불교방송 후원금으로 보내오신 분, 빨래방에서 허리가 휘도록 일한 돈을 보내주신 분, 시작부터 지금까지 거의 거르지 않고 후원을 해주시는 분, 칠순이 넘은 분들이 방송에 인연을 맺고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절인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른다. 여러분들의 진실한 인연을 만나면서 흘린 환희의 눈물은 그 동안의 우여곡절이나 어떤 잡음도 감당하여 녹여내고 힘겨운 시련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게 했다.
어제는 5년 전 국제시인모임(영국)에서 만난 분께서 그 때 전해줬던 방송테입을 듣고 전화를 해주었다. 60년대에 미국에 들어와 의사로써 미국인 부인과 살며 교회에 다닌다는 분. ‘솔직하게 얘기해서 그 때 받은 테입을 듣지 않고 있다가 이 근래에 듣고 참 좋아 2년간의 테입을 주문하고 싶어 테입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며 통화가 돼 반가워했다. 잊었던 분이 문명의 이기인 테입을 통해 연결된 것이다.
달라이라마의 책을 읽고 불교를 알고 싶다는 분. 이렇게 인생의 깊이를 알고자 하는 분에게 부처님 말씀이 전해진 것 방송의 역할이다.
부처님 법. 그 완전무결한 진리의 보석을 간수하고 알리는데 미약한 힘이나마 쓰임이 되고 있음에 늘 감사함의 합장 기도를 올린다. 이렇게 기도할 때면 언제나 눈물이 난다.
고마움과 환희의 느낌이 가슴 가득 울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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