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본다. 그들의 언어는 세련되지 않아도 종종 그 살아온 짧은 햇수를 훌쩍 넘어서듯 투명하고 명쾌한 말로 사태의 본질을 표현하곤 한다. 지난 11일 테러참사의 슬픔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LA근교 몇몇 학교들이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생각을 종이위에 옮겨 봤다. 가식없는 감정과 질문과 공포, 또 희망과 기발한 제안들이 시며 일기며 대통령 아저씨께로의 편지 등 갖가지 형식을 빌어 쏟아져 나왔다. 맑디 맑은 아이들의 눈에 비쳐진 전대미문의 참사를 살펴본다.
"뉴스를 들으면 자꾸 눈물이 나요. 하나님께 물어봅니다. 언제 이 비극이 끝나지요?" <크리스티 보쉬, 노스할리웃 옥스나드스트릿 초등학교 5학년>
"엄마는 아는 사람들 모두에게 안부를 묻고 있어요. 그리고 내 머릿속엔 아무렇게나 쓴 어지러운 낙서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녀요. 지금까지 한번도 입밖에 내본 적 없지만 지옥은 끔찍하다고들 하지요. 이게 바로 지옥 아닌가요. 기도하지만 진정으로 우러나지가 않아요. 도와주세요! 난 우리 가족을 사랑하지만 이 세상도 사랑해요. 나는 사람은 누구나 선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한 앤 프랭크의 말을 믿어요. 하지만 도대체 그런 날이 언제 오는거죠?" <해나 테라니, LA 템플 이스라엘 오브 할리웃 초등학교 6학년>
"T는 테러: 그날 우린 학교 갈 준비에 여념이 없었어요. 아빠가 출근길에 셀폰으로 엄마께 전화한 모양이예요. 엄마는 갑자기 흐느껴 우시더니 우리에게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악마같은 자들이 저지른 일들과 하지만 우리는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어요. 우린 형 침대에 다같이 앉아 기도했지요. 죽어간 사람들의 영혼과 대통령아저씨의 현명한 선택을 위해서. 피투성이의 나쁜 영화도 많이 봤지만 사람들이 진짜 세상에서 그렇게 나쁜 일을 저지를 수 있으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존 어거스트 로버츠, 사우스 패사디나 머랭고 초등학교 4학년>
"부시 대통령 아저씨께, 쌍둥이 빌딩을 더 높게 다시 세우면 우리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될 거예요!" <제이드 리드, 에밀리 뉴먼, & 올리비아 레닌저, 퍼시픽 팰리세이즈, St. 매튜즈 패리쉬스쿨 4학년>
"부시 아저씨께, 결정할 일이 많으시죠.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월드트레이드센터를 조금 낮고, 더 단단하고, 옆으로 길게 만들어 보세요. 또 미끄럼틀 같은 비상 탈출구도 많이 만드는게 좋을 거예요" <캐티 웰쉬, 세인트 매튜 패리쉬스쿨 4학년>
"대통령 아저씨께, 군대를 보내지 마세요. 테러범들이 또 공격하면 어떡해요. 그래서 이 비극을 계속 주고 받게되면 어쩌죠?" - <버렛 미스터, 세인트 매튜 패리쉬스쿨 4학년>
"나는 어린 아이예요. 친구들이랑 가족들이랑 모두 무사한지 궁금해요. 사이렌소리와 비명소리, 쿵하고 울리는 소리와 빌딩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려요. 어서 깨어나서 이것이 아주아주 나쁜 악몽인 것을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뉴욕에서 제일 높았던 빌딩의 무너진 잔해를 만지며 나는 울어요. 난 이제 내 인생이 전 같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워요. 나는 어린 아이잖아요" <엘리자베스 헥트, 템플 이스라엘 오브 할리웃 초등학교 5학년>
"사랑은 당신의 가슴속으로부터 활짝 피어나 세상의 몇날을 달래주고......사랑은 황폐한 블모지에 생명을 낳는다. 제발 우리나라를 가만 놔둬, 제발 우리 국민을 가만 놔둬" <버질리아 텔로, 옥스나드스트릿 초등학교, 5학년>
"많은 사람들은 이제 사는 것 보다 차라리 죽는게 나을 거다. 왜냐하면 장차 무엇을 바라봐야 할지 모르니까. 사람들은 왜 이 모든 일들이 그런 식으로 일어났는지 궁금해한다. 비행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어떻게 일어났을까? 이런 궁금증들이 온몸을 근질거리게 한다" <캐롤린 젠슨, 세인트 매튜 패리쉬스쿨 7학년>
"테러공격 때문에 전쟁이 날 것 같다. 전쟁이 나면 큰 도시들은 폭파될 것이다. LA도 큰 도시중 하나다. 나는 LA에 산다. 그래서 두렵다" <멜레인 발보아, 옥스나드스트릿 초등학교 5학년>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사랑했던 그 사람들은 지금 천국이라 불리우는 곳에서 평안히 쉬고 있다고." <크리스 콜테즈, 옥스나드 스트릿 초등학교 5학년>
"이같은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혼동속에 조물주 하나님을 쳐다봅니다. 사람들은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 달라고 기도하는 대신 하나님을 원망합니다. 그러면서 하늘을 바라봅니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익명의 회교도 소녀, OC 이슬람교육센터, 9세>
"나는 대통령이 세계의 모든 구석구석을 뒤져 테러범들을 찾아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지 않으면 그들은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더 강해질테니까요" <라이언 토레스, 옥스나드 스트릿 초등학교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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