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가희 기자의 취중토크]
▶ 단골 포장마차서 스위트홈까지 ‘유퇘한 동행’
‘취중토크’라는 희한한 코너가 신설된다는 말을 듣고 기자는 주저 없이 남희석에게 첫 전화를 했다. 평소 편하게 술 한잔 하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점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급한 목소리로 “빨리 전화달라”는메시지를 남기자 10분이 지나지 않아 “왜요? 제 ‘뽀르노’ 돈대요?”라며 화답이 왔다. SBS TV <장미의 이름>촬영차 충북 제천에 내려가는 길이라고 했다. 서울 올라오면 오후 8시께. 그의 단골집인 서울 잠원동의 ‘찬스 포장마차’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1차 포장마차남희석은 평소 기자를 ‘광수형’이라 부른다. 이날도 어김없었다.(사진을 보면 독자들은 남희석이 왜 기자를 광수형이라 부르는 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말하기 쑥스럽지만 체격 때문이다.)
만화가 박광수는 아내와의 만남을 이어줬을 정도로 친하게 지낸 사이’였다’. ‘였다’라는 과거 시제는 이제는 아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날 남희석은 개그맨 이혁재와 동행했다. 삼계탕에 주인 아저씨의 특별 서비스인 가이바시라 볶음 안주가 나왔으나 안주에는 관심이 없는 듯 소주잔만 열심히 돌렸다. 다른 손님들도 제법 있었으나 흘낏 쳐다보기만 할 뿐 아는 체는 하지 않았다.
코미디 기본은 웃음…웃겨야 나도 살지편안한 복장으로 ‘동그라미’ 의자에 앉은 남희석은 얼마 전과 달라진 느낌이었다. 그는 “코미디언은 웃겨야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진행을 아무리 잘한다 해도 코미디언의 기본은 웃음이죠”라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멋진 만남>을 진행할 당시 한 여성단체에서 저질 진행자로 꼽았더군요. 그래서 그때 ‘그래 나도 점잔 떨어보자’며 오기를 부렸죠. 그런데 막상 미아를 찾아주는 캠페인 방송을 했는데 시청률은 저조했어요. 욕하면서도 그런 걸 즐기는 시청자들의 이중성 때문에 고민했습니다.” 톤을 높이는 그의 얼굴이 점점 상기돼간다.
남희석은 기자가 기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말을 할 때는 녹음기를 껐다. 예를 들면 무명시절 돈 없는 건달이 괴롭혔던 이야기를 하는 대목이나 한솥밥을 먹던 이휘재 유재석과 다른 사무실을 쓰게 된 속내를 털어놓을 때 등.
"뜨더니 건방져졌다" 그런 말 참 섭섭했죠이어 이혁재에게 “내가 좀 뜨고 나서 한 500명에게 ‘뜨더니 건방져졌다’는 말을 들었다. 난변한 게 하나도 없는데. 사실 내가 무명일 때 밥 한끼 사준 사람들은 그런 말 하지 않는다. 너도 뜨고 나면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걸 느낄것이다”고 말했다.
셋이서 소주를 열병 가까이 마셨다.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벌써 12시가 넘었는데.’ 별장으로 가자는 그의 말에 “별장?”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일어섰다.
#2차 잠원동 별장그가 데리고 간 곳은 잠원동에 있는 그의 집이었다. 임신 3개월째인, 서울대치대 출신의 아내 이경민씨가 환한 얼굴로 맞아줬다.
“이게 별장이냐?”라고 핀잔을 주자, 그는 “가만 있어보라”며 집의 불을 모두 껐다. 유리창으로 한강과 올림픽 대로를 밝히는 불빛이 근사한 야경으로 펼쳐졌다. “이게 별장이지, 뭐” 으쓱하는 그의 목소리.
"의사랑 사니까 좋아요. 장인 장모도 고맙지요"“치과의사랑 사니까 좋아요. 돈 걱정 안해도 되니까. 세상 많이 달라졌죠. 어떻게 전문대 출신의 코미디언이 서울대 출신의 여자랑 살 수 있게 됐는지. 우리 사랑을 믿어준 장인 장모가 너무 고맙습니다.”
이경민씨는 “갑작스레 들이닥쳐 안주가 없다”며 부산하게 움직였다. 접시를 보니 햄 위에 조그맣게 치즈가 올려져 있었다. 신혼 주부의 멋내기.
‘짠돌이’ 남희석은 양주 한 병을 꺼내며 “이거 지희(여동생)가 신혼여행 길에 사온 건데…”라며 무척 아까워하는듯 했다.
“남들은 내가 총각 시절 많이 벌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결혼할 때 이 집과 통장에 2,800만원이 전부였습니다. 집은 대학 시절부터 월세를 살아 월세로 나가는 그 돈이 아까워 산 것이고, 돈은 별로 모으지 못했어요. 아버님이 계산이 철저해 대학시절부터 내게 들어간 돈을 꼬박꼬박 기록해 놓으셨죠. 그걸 갚기 위해한 달에 1,000만 원씩 부쳐드린 적도 있습니다.”
최근 결별한 연예인들의 예를 들며 ‘인기를 위해 좀 더 있다 결혼하자’며 결혼을 미루는 연예인들은 결코 그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아서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남희석. 그가 지키는 가정이라는 성은 무척 공고해 보였다. (이날 마신 주량-데리러 온 기자의 남편까지 합석해 취할 정도로 마셨다)
편집=박명기 기자 mkpark@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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