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거시 샘프라스 이을 후보로 로딕, 피시, 덴트 각광
얼마전 막을 내린 US오픈 테니스대회는 그 어느 해보다 더 풍성한 화제를 낳았다.
먼저 여자단식 부문에서는 비너스와 세레나 윌리엄스가 나란히 결승전에 진출, 세기의 자매대결을 펼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또 남자부 8강전에서 격돌한 숙명의 라이벌 피트 샘프라스와 안드레 애거시는 서로 한치의 양보 없는 진땀나는 명승부를 연출, 전세계 테니스 팬들을 열광시켰다. 샘프라스는 애거시에게 신승을 거둔 후 결승에 진출, 통산 열 네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노렸으나 호주의 레이턴 휴이트에게 아깝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서 31세의 안드레 애거시와 30세의 피트 샘프라스가 보여준 투혼은 단연 인상적이었다. 엄청난 체력 소모를 요하는 테니스 경기에서 30세를 넘긴 선수는 환갑을 넘긴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샘프라스와 애거시는 이번 대회에서도 여전히 세계 최정상급의 기량을 선보였다.
그러나, 역시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
30줄에 접어든 애거시와 샘프라스가 이제 황혼 길에 접어들었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에 따라, 요즘 세계 테니스계는 두 선수의 계보를 이어나갈 차세대 스타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1995년, 세계 테니스계는 19세의 호주선수 마크 필리포시스의 출현에 잠시 흥분한 적이 있었다.
그 해, 필리포시스는 시속 140일의 무시무시한 강서브를 구사하며 단숨에 세계랭킹 307위에서 32위로 뛰어 올랐다. 그러나, 필리포시스는 잦은 부상과 청소년기의 자유분방함에 젖은 나머지, 테니스에 집중하지 못하다가 수퍼스타의 반열에 오르는데 실패했다.
최근 들어 세계 테니스계는 또 다시 앤디 로딕, 테일러 덴트, 마디 피시 등 3인방에 주목하고 있다.
그중 호주계인 20세의 덴트는 필리포시스와 마찬가지로 140마일대의 강서브를 구사한다. 그는 지난해 윔블던 대회에서 세계 정상급 레이트 휴이트를 코너로 몰아붙이다 5세트만에 패배한 바 있다.
덴트는 또, 같은 대회에서 스페인의 카를로스 모야를 비롯, 두명의 세계정상급 선수들을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 덕분에 덴트의 랭킹은 1999년 300위에서 최근 108위로 급부상했다. 그밖에, 19세의 마디 피시도 랭킹이 지난해 304위에서 최근 129위로 뛰어 오르며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 3명의 차세대 유망주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선수는 미국의 앤디 로딕이다.
올해만을 놓고 본다면, 로딕은 애거시나 샘프라스보다 더 많은 조명을 받고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로딕의 눈부신 성장은 그의 랭킹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그의 랭킹은 지난해 10월 세계 325위에 불과했으나, 최근 US오픈을 앞두고는 무려 27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로딕은 특히 올 봄, 강력한 그라운드 스트로크 및 비정통적 서비스를 앞세워 피트 샘프라스를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 후 로딕은 여세를 몰아 클레이코트 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했다. 그러나, 로딕 역시 잦은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로딕은 지난 프랑스오픈 때 마이클 챙을 꺾은 경기에서 부상을 입었고, 이어 맞붙은 휴이트와의 경기에서 또 다시 인대부상을 입었다. 이에 로딕의 열렬한 후원자인 안드레 애거시마저도, 이 떠오르는 차세대 스타에게 몸 관리에 주의하라고 충고하고 나섰다.
그 후 로딕은 US오픈을 앞두고 열린 신시내티 대회에서, 세계랭킹 1위 브라질의 구스타보 쿠에르텐 선수와의 1라운드 경기 도중 또 다시 발목을 삐었다. 그보다 앞서 벌어진 몬트리얼 대회에서 로딕은 쿠에르텐을 꺾은 바 있다. 십대에 불과한 로딕의 신체는 아직도 발육중이기 때문에 그만큼 부상의 위험이 크다. 그러나, 정신적 측면에서 로딕은 여느 십대선수들과는 달리 성숙한 정신력의 소유자로 평가된다.
로딕의 형제들은 모두가 스포츠맨이다.
앤디 로딕의 부모는 자식들을 스포츠 선수로 키우기 위해 자신들의 모든 것을 다 바친 사람들이다. 앤디의 큰형 로렌스는 유명한 스프링보드 선수이고, 작은형 존은 올 아메리카 테니스 대표선수다.
로딕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스포츠를 강요하지는 않았으나, 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이들 가족이 텍사스에 살 때는, 성탄절 이브에도 엘파소 대학 테니스코트에서 밤 10시까지 테니스 훈련을 했다.
로딕의 주무기는 130마일을 넘나드는 비정통 서브와 6피트 2인치의 건장한 체격에서 나오는 투핸드 백핸드다. 그러나, 로딕이 승부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그의 정신적 자신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로딕은 자신의 재능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경기에 져서 주위사람들을 실망시켰을 때도 크게 개의치 않는 의연함을 보인다. 십대의 나이로 이번 US오픈 8강까지 진출한 로딕이 조만간 세계 테니스계를 제패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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