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한 테러사건으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한인들에겐 바로 ‘우리 자신의 일’이다. 테러리즘과의 전쟁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이에 임하는 한인들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커뮤니티 각계 원로들의 고견을 들어본다.
참석자민병수 변호사
박희민 나성영락교회 목사
유의영 칼스테이트 LA 교수
홍명기 LA 평통회장
사회- 박봉현 편집위원
- 부시 대통령이 17일 자신과 고위급 국가안보회의 위원 등 9명으로 전시내각을 구성했으니 곧 군사행동이 있겠군요. 장기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유의영 교수- 군사행동의 길어질지 여부는 테러 배후조직과 연계된 여러 가지 변수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테러조직과 관련 있는 일부 회교정권의 태도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미국이 배후인물들을 인도를 요구할 경우 이들 정권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기간이 단축될 수 있겠지만 장담할 수는 없지요. 회교정권들은 겉으로는 테러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했지만 이들 나라의 거리 표정은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게 현실입니다.
▲민병수 변호사- 오사마 빈 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온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이 미국의 요구에 흔쾌히 응하고 있지 않아 지상전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소련과의 10년 전쟁 경험과 산악지형을 감안할 때 단기간 사태가 종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베트남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장기화될 조짐은 다분합니다.
▲홍명기 회장- 그렇습니다. 라덴 한 사람을 제거한다고 테러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테러조직을 척결하려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지속적으로 정책을 펴야 할 것입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대로 정의는 반드시 이뤄진다고 믿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에는 적절한 외교정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홍- 물론입니다. 지금으로선 테러조직의 발본색원을 위해 미국의 외교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박- 국제여론은 미국 편을 들고 있습니다. 미국이 시간적 여유를 두고 국제적인 지원을 유도해 낸 것은 잘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미국의 성급한 군사행동으로 아랍권이 뭉치게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민- 미국은 군사행동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결행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쿠바 미사일 사태 때 쿠바가 미국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를 봉쇄한 것은 정당방위를 위한 조치로 국제사회에 받아들여졌습니다. 걸프전 때 미국이 38개국으로부터 지지를 유도했었습니다. 이번에는 100개국으로부터 지지를 계획하고 있으며 아랍권까지 포용하는 노력을 벌이고 있습니다.
▲유- 국제사회의 연대를 이끌어내는 것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를 확보하기 전에 행동을 취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테러범들이 아랍권 여러 나라 출신이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능하면 아랍권의 온건세력을 규합해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시킨 후 군사행동을 개시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습니다.
-이번 테러사건을 계기로 미국도 반성할 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박희민 목사- 미국이 영적, 도덕적으로 거듭나 진정으로 존경받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영적 각성의 기회로 삼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제가 아프리카에서 선교활동을 할 때, 미국에서 공부한 반군 지도자들이 미국에 대항에 싸우는 것을 종종 보았습니다. 라덴은 미국이 길러 주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소련과 오랜 전투를 벌일 때 미국이 아프간 반군에게 신예무기를 공급해 주었습니다. 이제는 그 무기가 미국을 향하고 있는 형국이지요. 미국도 반성할 것이 있지요. 세계적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홍- 저는 두 번째 비행기가 빌딩을 향해 돌진할 때 TV를 켰습니다. 영화인 줄 알았지요. 사태를 파악한 뒤 너무 놀랐습니다. 영화의 폭력장면을 보고 모방하는 범죄들이 많습니다. 할리웃은 폭력물 제작을 지양해야 합니다. 또 이번 사건이 우리의 신앙심을 더 깊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미국의 군사행동으로 아프간의 무고한 양민들이 희생되면 반미감정이 증폭되고 또 다른 피의 보복이 뒤따르지 않을까요.
▲박- 국민감정이 격앙돼 있고 본 떼를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입니다. 하지만 아프간 시민들은 자국 정부에 의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피해를 입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이 공격을 하면 이중으로 피해를 당하는 셈이지요. 부시 행정부는 죄 없는 아프간 주민들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보복의 고리를 끊으려면 사랑으로 서로 대화를 해야 합니다.
▲유- 새무엘 헌팅턴 박사의 저서 ‘문명의 충돌’이 예상한 것처럼 끔찍한 사태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문명간 대치로 치닫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민- 피의 보복의 악순환은 어찌 보면 필연적입니다. 미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일본군이 펄 하버를 공격했을 때는 군사시설을 목표로 했지요. 그런데 이번 테러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미국의 보복은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테러조직들은 또 자신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또 다른 보복을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이 승리할 것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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